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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Jul 23. 2020

오늘은 꼭 이겨줬으면 했는데

2020.07.22. vs KIA



멘탈은 소중하다. 또, 멘탈은 깨지기 쉽다. 그러니 우리는 멘탈 깨질 일을 대비해 보호 장치를 2중, 3중으로 해야 한다. 안좋은 일이 있으면 보호 장치를 작동시켜 빠르게 문제를 진화하자. 나도 2-3개의 보호 장치를 가동하곤 한다.


첫번째, 일기 쓰기. 분노의 감정을 일기에 쏟아내면 나는 어느새 이성을 되찾게 된다.


두번째, 산책하기.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햇빛을 받으면 확실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침착히 생각하고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보자.


세번째, 울기. 눈물과 슬픔엔 치유력이 있다. 가장 찌질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 가을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통곡한 일.


마지막, 한화 야구 보기. 비도 오고 눈물도 메말랐고 일기 쓸 힘이 없는 오늘, 전 구장 중 한화 야구 경기만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이 마지막 방법이 치유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최후의 보루로 멘탈 보호장치를 가동시켜 봤다. 역시나 경기가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했다. 그래도 1점 차로 끌려 다니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질질 끌며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이겨보려 노력하는게 딱 내 모습 같아 연민이 들긴 했다. 한화는 여전히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과를 바꿔보려 어떻게든 애를 썼다.


그럼에도 여느날처럼 졌다. 1시간도 채 안되어 소주 2병 마시고 그 날의 기억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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