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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Jul 21. 2020

무기력한 패배, 괴로운 중독자

2020.07.21. vs KIA


현명한 한화 팬이라면 저녁 시간을 세련되게 디자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일단 야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더 생산적인 일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저녁을 보내다 결과만 확인하고 하이라이트를 보면 그만이다. 결과가 나쁘면 쿨하게 원래 하던 일을 마저 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야구팬이란 이런 이미지다.


여기에 잘못된 전제 두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응원 구단을 한화로 선택한 사람이 현명할리 없다는 점이다. 신이 나에게 다시 팀을 고를 기회를 준다면, 최근 10년 평균 성적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물론 한화는 선택지에 없다.

두번째로, 야구에 대한 충동이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일단 발을 들여놓는다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늪처럼 빠지게 될, 그럴 운명인거다. 도박과 야구의 공통점은 애초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다.


이 날 경기는 2-10이었고 무기력한 패배 그 자체였다.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꽤 최근까지만해도 새로운 얼굴의 여러 유망주들의 경기를 보는 걸로 패배의 쓴 맛을 달랬다면, 더 이상 신인들조차 반갑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유망주의 허니문 기간은 딱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걸 깨달은거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적어도 2년은 지지하는게 보통임을 감안하면 팬의 인내심이란 저속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애초에 야구를 잘했다면 이런 짜증이 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경기 내용이 무기력하면 내 기분도 동일시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최근 불안정한 고용 상황, 그리고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서 더욱 그렇다. 이런 팀과 경기에 기대한 스스로가 평소보다 더욱 더 한심하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이런 시간 낭비를 할 시간에 좀만 더 생산적인 일을 했더라면 기분이라도 나았겠지.


경기를 수 차례 끄고 다른 일에 집중했지만, 정말이지 틈틈이 공격 때마다 tv를 켜고 일말의 기대를 품는 스스로가 다소 역겨웠다. 그렇다. 보통의 야구팬들이 그렇듯이 경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나는 증오하면서도 계속해서 TV앞에 오는거다. 그리고 이 경기의 내용과 결과가 그 날의 감정을 좌우하지만, 나는 이게 문제인걸 알면서도 내일도 TV앞에 앉는다. 역시 승률 0.258의 팀을 응원하는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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