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어려운 날에
초등학교 2학년 때 현장학습으로 고구마 밭을 갔다.
현장학습 과제는 고구마 밭에서 원하는 만큼 고구마 캐오기.
사실 그 나이 대에 무엇을 바라겠냐면서도, 호미질에 미숙했던 나는 고구마를 잘 캐지 못했다.
하지만 동네의 같은 학교를 다니던 다른 아이들은 한 봉지를 수북히 가져와 부모님께 자랑하는 모습.
나만 비교되게 봉지의 1/5도 못 채워왔으니.
더군다나 내가 캐온 것은 작고 귀여운, 그렇지만 먹기엔 쓸모없는 고구마들이었다.
버리지도 어쩌지도 못했던 내가 캐온 고구마.
남들과 똑같이 한 봉지씩을 받았고, 똑같은 호미를 가지고 고구마를 캤기에 어린 나이에도 대단히 민망했다.
가족들의 귀여운 구박. 그리고 그날 저녁에 고구마를 삶아먹었다.
나머지 고구마는 화장실 한켠에 겨우내 쌓여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가끔 그때 고구마 캐온 날이 생각난다.
15년전 고구마를 캐왔을 때 남들보다 미숙해 속상했던 내 마음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겪는 일상이다.
어른이 되면 뭐든 잘해낼줄 알았건만 서투르고 어려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고구마를 보며, 그 때의 가족의 작은 지지와 조용한 침묵이 그립다.
익숙치 않은 호미질이 서투르고 추운 날씨에 손이 부르트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만일 / 루드야드 키플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