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짐 단상
그때 우리는 6시에 길들여졌다.
군대에선 오후 6시가 되면 애국가가 울리고, 전원 동작을 멈춰 태극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의무에 의해 길들여졌다.
전역하고 1년이 지나도 6시 정각이라던지, 5시 59분에 시계침이 맞춰져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알싸하여 멈칫하게 된다. "길들여짐이란 무시 못할 일인 거 같아." 중얼거리고는 다시 길을 걷는다. 그러나 다음의 어느 6시에 시침이 가리키면 다시 비슷한 감정이 일렁인다.
6시, 만남의 광장.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그 사람이 사정이 생겨 늦는다. 몇 분이고 기다린다. 우리는 만나기로 했고, 만나야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 시간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 또한 데이트의 일부이기에.
나는 그 사람에게 길들여졌고 기다림은 언제나 달다.
'주말도 다 갔구나.'
일요일 점심이면 마음이 초조하다. 5일을 기다려온 주말인데 무가치하게만 보낸 것 같다.
좀 더 즐겁게 놀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목요일 저녁에 시작한 단촐한 행복이 일요일 오후면 이렇게 너저분한 근심으로 변한다. 그래도 잠자리에 들며 생각한다. '목요일도 다시 오겠지.'
어느새 시침이 5시 59분을 가리킨다. 알싸한 감정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하루가 길었다.
노을을 보며 달콤함을 되씹는다. 저녁 먹을 시간 다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