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하세요
어릴 적부터 공상하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집에서고 학교에서고
빨간 머리 앤이라는 별명이 줄곧 따라다녔다.
아침을 먹고 났는데도
점심을 먹어 치웠는데도
여전히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
으레 그 나이 아이들이 그러하듯
지루한 여름날을
공상이 없었더라면 이겨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더는 시간이 천천히 가주질 않고
앤이 아닌 마릴라의 나이가 되어 가지만
여전히 공상의 버릇을 버리지 못했는데
요즘 자주 하는 공상은
그것대로 재미가 나서 앤에게 지지 않을 것 같다.
브런치가 내어준 공간에 슬며시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생긴 버릇인데
<브런치 마을>이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싱글벙글 신날 뿐 아니라
실현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거 아닐까
엉뚱한 착각에 빠져서 의미 없는 소망을 피워본다.
<브런치 마을>
순전히 나의 취향대로 꾸며진 것인데
우선 보기만 해도 불끈 힘이 솟는
어느 작가님의 음식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오늘은 이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고 계셨냐 안부를 전하면서
아픔의 행간을 읽어 드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고선 자연스럽게
한쪽 구석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나 역시 힘을 얻고 싶다고
한 그릇 사 먹을 순 없겠냐고 떼쓰고 싶으니
맛있는 식당을 하셨으면 좋겠고
화사하고 위트가 넘치는 그림을 그리시는
모작가님은 작은 화랑을 겸하셔서
시시한 기분이 들 때면 들러서
그림과 글을 보게 하셨으면 좋겠고
강연에 능한 인싸 작가님을 대표로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숨은 작가들끼리
독서클럽을 가장한
작당모임을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러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는 날이라든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나의 얼굴
무표정한 얼굴을 목격한 날에는
마음 읽기, 심리상담을 잘하시는 작가님들에게
멘토링을 부탁하고
봉사를 실천하는 작가님들 틈에 끼어서는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일손을 보태면서
뉘엿뉘엿 해가 질 때면
꽃과 나무가 이쁜 모작가님 뜰을 구경하다가
어둠에 불을 밝혀둔 집들은 보면서
노오란 불빛이란 참 따뜻하구나 새삼 느끼며
하루 산책을 마치고 되돌아오고 싶다는 공상..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작가님들을 다 만나고 오는 것처럼
구독 중 구독하고 싶은 작가님들의
공간을 총총총 돌아다닐 수 있는
<브런치 마을>이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다 같이 무언가를 했던 기억이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자주 모여들었고
웃음이 꿀처럼 흘러넘치던 시절
사방이 초록으로 가득하던 바로 그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의 <브런치 마을>은..
지난 이야기도 말고
다가올 일도 말고
딱 지금 제철 이야기만 나누면서
부드러운 눈길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정겨울까..
얼마나 마음 따뜻해질까..
위로해드리고 싶은 분들
위로받고 싶은 분들이
브런치에 가득한 걸 알았습니다.
얼굴은 다들 모르지만
어느 날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모여 보자 하면
어떻게든 모일 수도 있겠다는 재미난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상상력이라기보다는
한낱 공상에 지나지 않지만
<브런치 마을>은
자꾸만 달아나려는 나의 마음을
다시 이곳으로 데려다 놓네요~~^^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