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하세요
이사하고 찾은 새 도서관은 규모가 작고 오래돼서 그런지
책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정을 붙여 보려고 애썼는데 허사가 된 날.
그날따라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아무리 찾아도 그 번호에 책이 보이지 않길래
찾아주기를 부탁했더니
대답도 없이 귀찮은 표정이다.
어슬렁 일어나서 책을 찾아오더니
“책이 번호 옆에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조금만 찾아보면 있는데..”
반반말인 것이 기분 나쁜 게 아니라
나무라듯 말하는 게 싫었다.
중년, 노년들은(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좀 엉성하려니 이해해 주는 마음이 되어줘도 좋으련만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사실 대출증을 만드는 날부터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
요즘 조금 힘든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넘겼지만 더는 무리
나에게 도서관은 이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설레고
머무는 동안 마음이 편한 곳이어야 했다.
울적한 마음이었더라도
들어갔다 나오면 기분이 풀리는 곳이지
좋은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마음이 상해서 되돌아오는 곳이 아니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가능한 한
나는 다정함을 찾아다니기로 했으니까
찾아준 책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는 나와 버렸다.
조금 차를 몰아서 전에 다니던 도서관에 가기로 한다.
돌아가려니 귀찮지만 속은 후련하다.
벚꽃나무가 근사했던 도서관은
벚꽃대신 싱그런 초록잎을 가득 피운 채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뭐야 근사한 봄꽃만 놓쳤지 뭔가..
그래도 내년 꽃잔치에는 다시 끼어볼 수 있겠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 도서관에도 저렇게 예쁜 꽃나무가 한그루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글쎄 그건 모를 일이겠지..
아들이 부탁한 책에 내 책까지
꽤 되는 양인데 오전에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으니
마음이 급하다.
그때 어디선가 사서 도우미가 다가오셔서
“책 찾아 드릴까요” 하신다.
연세가 있으신 것 같아서
선뜻 부탁해도 되는 건지 머뭇거리고 있자니
얼른 달라 신다.
그게 나의 일이니까
마음껏 부탁하라는 듯이 방글방글 웃으시면서~
얼마나 반가운 말인가
살았다, 단박에 속상했던 기분이 풀리고 환해진다.
아까 그 직원이랑
1대 1 멘토링이라도 해줬으면 싶다.
역시 전문가,
5분도 안 되는 사이 무려 다섯 권이나 찾아 주셨다.
그것도 활짝 웃어주시면서~~
그날부터 친정 드나들 듯
(실제로는 가깝지 않아서 친정과는 그러지 못하지만)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그 분과 마주치는 게 좋았다.
책 번호가 출력된 용지를 보시고는
언제나 달라시며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 깨닫게 된다.
절로 존경의 눈빛이 되고 고개가 숙여진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결심했다면
이왕이면 웃으면서 할 것,
역시 프로답다고 느끼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러 간다.
수익금 전부를 노인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는
카페까지,
여기 도서관이 좋았던 이유다.
세상은 아쉬운 일도 많지만
이렇게 흐뭇한 일들도 얼마든지 있으니
찾아다니는 수밖에
커피 드시고 하셔요~
라고 한잔 건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계절이 되어간다.
어르신들이 내린 커피가 너무 맛있었어요
멋있었구요~^^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