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할만한 슬픔
기록할만한 외로움
기록할만한 고독과
기록할만한 그리움
삶에, 생에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묻는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지
평생 단 한 번 짧고 깊은, 사랑을 한 사람 외에는
바닥을 보지 않고 끝나는 인연이 있다. 하지 못한 말들은 접어놓은 채 더 이상의 수고스러움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드는 순간. 인연의 마지막 페이지는 열어보지 않은 채 책을 덮어도 되겠다는 직감이 찾아오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사랑일까를 묻기 전에 우리가 만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를 물으며 그저 우연의 장난이었기를 바라게 되는. 그런 인연이 있다.
과연 그때 바닥까지 내려가 보았다면. 깊은 심연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면. 혹은 우리가 닿았던 그 지점이 이미 우리의 바닥이었다면. 그것을 인정했다면.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었을까. 혹시 헤어짐인 줄 알았는데. 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늦게 찾아오는 것뿐이었던. 멀리 먼 길 돌아서 오느라고. 이미 보낸 후에야 도착하는 인연. 그제야 필연이었구나 짧게 내뱉게 되는 그런 인연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늦은 깨달음은. 마지막 인연의 작은 끈을 못 만들기도 하고.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을 오해를 너무 커 보이게 하기도 해서. 서로의 그리움을 솔직히 표현할 기회를 주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뎌지라는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모든 그리움 중에서도 가장 시린 한 점. 모든 빛나는 별들 중에서도 더 빛나는 하나의 별을 품고 사는 것.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만남은. 헤어짐은. 그런 것이라 말하는 것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