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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박흥부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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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19. 2024

붕괴의 시작

박흥부

박놀부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박은 마치 그 무게와 크기로 그를 짓누르듯 점점 더 거대해졌고, 지붕은 그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지붕에서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빈번해졌고, 놀부는 매 순간 그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는 이제 박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어느 날, 마침내 그 일이 벌어졌다. 박이 자라난 안채의 지붕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부는 그 소리를 듣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눈앞에서 무너져 내릴 듯한 지붕을 바라보며, 공포에 사로잡혔다.


“안 돼… 이럴 수가…!” 놀부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지붕을 막을 수 없었다.


지붕이 천천히 기울어지더니, 마침내 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큰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박은 지붕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며 안채를 짓누르듯 내려앉았다. 목재와 기와들이 파편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놀부는 그 광경을 보며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 놀부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를 눈앞에서 목격하며,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꼈다.


안채가 무너져 내린 그 순간, 놀부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급하게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서둘러 행랑채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안채의 잔해가 사방에 흩어져 있는 가운데,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중요한 물건들을 챙겨 들고 행랑채로 향했다.


행랑채에 도착한 놀부는 문을 닫고 숨을 고르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옮겨간 행랑채의 지붕 위에도 거대한 박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 놀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행랑채의 창문 밖으로 박이 자라난 모습을 힐끔거렸다. 그곳의 박도 안채의 박처럼 거대하고 무거웠으며, 그것이 언제 그를 덮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이 거대한 박들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 그의 욕망이 초래한 이 재앙이 그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놀부는 깊은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오로지 공포와 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이 초래한 이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가 갈 곳은 더 이상 없었다.


놀부는 행랑채의 구석에서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의 꿈과 욕망은 이제 그에게 무거운 짐이 되었고, 그는 그 짐을 견디지 못한 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지붕 위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박이 그의 위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의 운명을 예고하는 짐승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놀부는 이제 그 박이 언제든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이상 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작가의 말


욕심은 잠깐의 만족을 줄 수 있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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