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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10. 2024

문과 천장

연극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는 그랜드볼룸에 설치된 연단을 발견했다. 연단은 고풍스럽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마치 옛 궁전의 일부처럼 보였다. 금빛으로 장식된 연단은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들과 아름다운 패턴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 위에는 커다란 마이크와 고급스러운 목재로 만든 연설대가 놓여 있었다.


연단 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장식되어 있어 향긋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졌고, 연단 뒤편에는 커다란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공간을 더욱 넓고 밝게 보이게 했다. 연단 위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고 있어, 연설하는 이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고 있었다.


이어서 각 테이블 위에 놓인 정교한 장식과 고급스러운 식기들이 보였다. 벽을 통해 올라갈수록 앨리스는 그랜드볼룸의 전경을 더욱 넓게,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앨리스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플레선스였다. 


플레선스는 환한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친근한 눈빛이 앨리스의 눈에 띄었다. 그랜드볼룸의 한 구석에는 앨리스를 닮은 소녀도 있었다. 그녀는 앨리스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초록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앨리스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 드레스는 내가 지금 입고 있는데, 어떻게 저 옷을 입고 있는 거죠?"


캐럴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대답했다. "실링이 만드는 경계는 굉장히 특별해. 그의 흰색 몸을 열기만 하면 우리는 원하는 것, 필요한 걸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갈 수 있어."


앨리스는 캐럴의 설명을 듣고 서재에서 보았던 흰색 문을 떠올렸다. "역시 보통 문이 아니었군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도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나요?"


캐럴은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와 함께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앨리스, 너는 이미 실링을 통과했던 적이 있어."벽 너머로 얼굴만 내놓은 상태의 캐럴이 말했다. "거울 나라에 갔을 때를 기억하니? 실링은 거울을 연기하고, 나는 그의 뒤에 서서 거울에 비친 너를 연기하고 있었지."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캐럴을 바라보며, 앨리스는 거울 나라로 들어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방에서 문득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었다. '거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앨리스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울 쪽으로 다가갔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거울을 만졌고, 거울 표면이 물결치며 그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눈을 감고 거울 너머의 세계로 들어갔던 그때를 회상했다.


캐럴은 그런 앨리스의 반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문은 안과 밖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지만, 천장은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야."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캐럴은 말을 이었다. "실링이 열어주는 경계를 통과하면 항상 층을 이동할 수 있지. 그가 수평의 공간을 열어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야."


앨리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캐럴을 만난 적이 있다니.' 앨리스는 옆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는 그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캐럴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다만,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테어도어와 다르게 실링은 방향이 있는 포탈을 만들어. 항상 나갈 수만 있지. 들어올 수는 없는 문이야. 결코 반대 방향으로 나올 순 없어."


앨리스는 캐럴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정말 신기한 문이네요."


앨리스는 연극 나라에서 만난 배우들과 사실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은 따뜻하고 설레는 감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거울 나라에서 보낸 시간들은 마치 꿈처럼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앨리스는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눈앞에 펼쳐진 그랜드볼룸의 화려함 속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한편, 그랜드볼룸 중앙의 천장에는 앨리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커다란 공이 매달려 있었다. 그 공은 달을 모방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달 모양의 그 공은 그랜드볼룸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앨리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랜드볼룸의 화려함에 눈을 빼앗겼다. 그녀는 이곳이 마치 꿈속의 궁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


서서히 앨리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가운데,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할 그랜드볼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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