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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10. 2024

판토마임

연극 나라의 앨리스

그들은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의 배경을 지나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액자 속의 배경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그랜드볼룸의 바닥 가까운 곳에 도착하자 캐럴은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펴곤, 한 번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내리고, 그 다음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했다.


앨리스는 캐럴의 동작을 지켜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캐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어떤 의미이죠?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거에요?" 캐럴은 미소를 지으며 "곧 알게 될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들의 발 밑이 꺼지면서 그들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발목까지 잠기자 그들 옆에 있던 벽이 열리며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바닥이 무빙워크가 되어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캐럴과 앨리스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앨리스는 무빙워크에 몸을 맡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그들 주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은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번에는 바닥이 액체처럼 요동치더니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차오르는 바닥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어느덧 바닥은 그녀의 머리 바로 아래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긴장감을 억누르려 했지만, 바닥은 멈추지 않고 더 차오르기 시작했다. 


"캐럴, 이건..?" 그녀의 목소리는 바닥에 잠기면서 사라졌다. 앨리스는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그녀는 곧 새로운 감각에 휩싸였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그녀는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장 너머로 떠오르면서 그녀는 눈을 떴다. 


캐럴과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초록색 방이었다.



작가의 말


드디어, 표지의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액체처럼 요동치는 바닥에서 앨리스가 새로운 감각에 휩싸여 떠오르는 순간, 이 이야기는 신비로움과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이 장면은 앨리스와 캐럴의 모험이 절정에 이르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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