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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Oct 30. 2024

살랑살랑 식물

PLANT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살랑살랑, 제 앞에 식물 이파리가 팔락거릴 때면,


저는 지독한 동물이 생각납니다.


땅에 뿌리를 박고,


그 양분을 모두 흡수하면서,


떳떳하게 머리는 위로 쳐박고 있는 순수하지만 지독한 동물 말이죠.”


그가 말했다.


“땅이 식물을 키우는데는 의미가 있을거에요.


결국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도 그 식물 덕분에 생기는 거잖아요.”


내가 말했다.


옆에서 선배가 고개를 흔들며 나를 제지했다.


“식물은 그나마 가만히라도 있지.


당신은 왜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피해를 주는 겁니까?”


선배가 호통을 쳤다.


그리고, 선배가 나를 돌아보며 한 소리를 했다.


“말 붙이려고 하지마,


아주 지독한 놈이야.”


정신병원에서 결박 당해있는 그를 두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작가의 말


식물처럼 고요하게 보이는 것들 속에도 때로는 깊은 상처와 어둠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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