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너희들도 성격이 다양하구나!
유명한 맛집에 다녀왔다.
그 집 음식 맛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식당에 있는 고양이가 생각난다.
'구름산 부쟝님'이라는 목걸이를 차고 있는 올 화이트냥이었다.
줄 서서 식당 입장 차례를 기다리면서 사뿐사뿐 계단을 오르내리는 녀석을 넋 놓고 바라봤다.
아들들이 군대 갔을 때는 온통 군인만 보이고 어쩌다 디지털 무늬 복장이 지나가면 넋 놓고 쳐다봤는데 어쩌다 고양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지라 그때는 군인들이요 지금은 고양이가 된 것이다.
최근 새로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친화력, 붙임성이 거의 100%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4주가 되도록 말이 없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중간 정도일까?
말을 걸면 기꺼이 동참하지만 먼저 말을 걸진 않는 스타일이다.
친화력 좋은 사람은 벌써 고향이 김제며, 오 남매 중 맏이며,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공부는 하기 싫어하지만 다른 것, 특히 요리를 잘한다는 그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분위기를 항상 좋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 반대인 사람은 아직 목소리가 어떤지 조차 모른다.
구름산 부장님도 친화력 좋은 그녀처럼 성격이 좋다.
밥 먹을 때 코 앞에서 쳐다봐도 말을 걸어도 몽실몽실한 몸을 주물럭 거려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도를 닦고 있다.
쉴 새 없이 차들이 오르내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오고 가도 놀라기는커녕 자동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그 육중한 몸이 쏜살같이 뛰어들어오고 바람같이 나간다.
본디 길고양이였을지도 모를 일인데 어쩌다 식당 고양이가 되어 유들유들한 성격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여름
점심 대접을 받게 되어 그 식당을 방문하게 되었고 우연히 흰 고양이를 만나게 되어 구름산 추어탕집하면 구름산 부장님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그 식당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부장님 얘기를 먼저 하게 된다.
자고 있을 때 안아도 몸을 맡기고 계속 자는 희한한 고양이가 거기 있다고 열렬히 말한다.
사람만 성격이 각양각색이진 않을 터이다.
졸졸 따라다니지만 추르를 내밀면 터프하게 순식간에 낚아채는 알 수 없는 성격의 성당 똘똘이, 항상 느릿느릿 여유 있지만 대답은 빠르게 잘하는 미용실 호박이, 애굣덩어리 설탕이, 세상 점잖은 당근이, 왕비처럼 도도한 두부...
어쩌다 내 머릿속엔 고양이들이 꽉 차서 이름만 나열해도 미소 짓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면 뛰쳐나오는 차르를 쓰다듬으며 우리 차르의 성격은 어떤가 생각해 본다.
잘 때를 빼면 거의 조용할 때가 없으니 수다쟁이임에는 분명하다.
고양이를 대표하는 우아하고 시크하고 도도하고... 어쩐지 이런 수식어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기발랄, 까칠이, 겁쟁이, 체육특기생...
우리 가족과는 좀 결이 다른 녀석이 집안을 돌아다니면 갑자기 이 녀석이 우리 가족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즐거움의 의구심이랄까?
언제 왔는지 내 옆에 기대고 있고, 키보드에 기를 쓰고 앉을 려고 하다 노트북을 덮어버리면 의자 뒤에 자리를 차지해서 다리에 쥐 나게 하는 이 녀석!
얼굴을 파묻으며 품에 안겨 나를 흐뭇하게 하는 녀석! 밤새 참았다 새벽에 얼굴을 비벼대는 귀찮은 이 녀석! 양치를 하면 이제는 포기하고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도 참는 녀석! 까불다 4층 캣폴에서 떨어지는 조심성 없는 녀석!
지금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를 보면 누구는 꼴불견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동물은 동물처럼 대해야지 아들이니 딸이니 자식처럼 대하는 건 정말 꼴불견이야!"
나의 친화력 끝내주는 새로운 지인이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 외쳤다.
"한 번 키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