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TK Sep 28. 2024

변곡점, 선택, 후회, 그리고 다시 사랑함에 대한 고찰

뒤늦게 깨닫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3막. 외계인 지구에서의 생존에 도전하다.


2장. 변곡점, 선택, 후회, 그리고 다시 사랑함에 대한 고찰 


뒤늦게 깨닫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인생의 변곡점이란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을 의미. 
수학에서의 곡선의 기울기가 바뀌는 점을 말하는 변곡점을
인생에 비유하여 사용한 것. 

인생의 변곡점은 보통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나 결정을 가리킴.
이러한 변곡점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사건일 수도 있지만,
공통점은 그 순간이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고,
이후의 삶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침.




“출발하겠습니다. 주인님.”


이동 중에 외계인의 시야에 펼쳐지는 풍경은 빛과 색의 향연과도 같았다. 언 듯 보아도 백여 가지가 넘어 보이는 색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는 듯 느껴졌다. 걸음걸이에 맞춰서 빛나는 장치처럼 색상 하나하나가 외계인이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차례대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부신 빛남이 아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 너무나 황홀한 순간이었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 긴 여행을 하고 있는 듯 이런 느낌을 언제가 받은 적인 있던 것처럼 느낀 외계인이 수호천사에게 물었다.


“나 이런 경험을 전에 한 적이 있던가?”


“네, 주인님. 지금 지나온 길의 풍경이나 느낌은 시공간을 이동하시던 웜홀의 풍경과 느낌과 동일합니다. 아마 웜홀을 통과하시던 때의 주인님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여기 박영철의 것에 집중하십시오. 자칫 주인님의 차원과 섞여 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차원 갇힘 현상이 일어나 서로 다른 시공간 사이에 생기는 망상의 공간에 갇혀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래, 알겠다. 그건 좀 무섭네.” 외계인은 수호천사의 경고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박영철의 차원에 오롯이 집중하고자 했다. 


그 순간 풍경이 달라졌다. 회색 페이트가 칠해져 있는 5층 짜리 아파트들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언덕을 따라 지어진 연립주택 같은 느낌의 작고 허름한 아파트 단지로 대략 10여 채의 아파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외계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새로 이사를 와서 짐을 옮기고 있는 한 가족이었다. 박영철의 어린 시절 모습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박영철의 어린 시절 인가 보군.” 외계인이 말했다. 


“네, 주인님. 맞습니다. 여기는 1983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차관아파트 단지입니다. 당시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초등교육기관 6학년 여름 방학 중에 강서지역에서 강남 8 학군으로 이사를 온 박영철의 어린 시절의 차원입니다.”  


“그럼, 여기가 박영철의 무의식이 가리키는 최초의 인생 변곡점 인가?”


“네, 주인님. 자세한 것은 이 차원에 있는 박영철의 무의식에 숨겨져 있는 진심을 확인해 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무의식이 제시한 시점들 중 가장 앞선 시점이 여기입니다.”


“그럼 왜 이사를 오게 된 건지부터 확인해 봐야겠군. 그래야 무의식 속 진심을 확인할 때 왜 그런 진심을 숨겨야 했는지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외계인의 말에 수호천사는 곧바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하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의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소위 일류대학들에 진학시키는 것이 인생을 안정적으로 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편견이 있었고, 이를 가장 잘 수행하는 곳이 강남 8 학군이라고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박영철을 이 강남 8 학군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를 온 것입니다.”


“강남 8 학군?” 외계인이 이 개념 자체가 신기한 듯 되뇌었다.


“강남 8 학군이란 것에 대해 잠시 배경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남 8 학군은 1974년 서울시 강남구가 신설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강북 지역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 개발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우수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 했습니다. 8 학군에 포함된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의 일부였습니다. 이 지역에는 우수한 교사들이 집중 배치되었고, 학교 시설도 최신식으로 갖춰졌습니다. 또한, 사교육 시설들도 급증하면서 '강남=교육'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들어 강남 8 학군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률이 급증하면서, 이 지역의 명성은 더욱 높이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주하는 '강남 이주 열풍'이 일어났고,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 계층 간 격차 심화, 과도한 입시 경쟁 등의 사회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결국 1995년 서울시 교육청은 학군제를 폐지하고 추첨 배정 방식을 도입했지만, '강남 8 학군'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동기화된 일반 기억에는 박영철이 8 학군에 이사 온 것을 감사한다고 되어 있는데, 감사하는 마음의 긍정적 변곡점인가?” 외계인이 물었다.


“지금 판단은 어렵습니다. 주인님, 우선 전체의 배경과 더불어 숨겨진 진심까지 확인 후 긍정의 변곡점인지 부정의 변곡점인지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차원에 대한 리뷰를 먼저 시행하겠습니다.”


수호천사는 이렇게 대답하고, 외계인에게 박영철의 무의식이 이끈 차원에 대한 리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리뷰는 이사를 마친 장면으로 이어졌다. 아파트의 내부도 외관처럼 낡은 구식이었다. 15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 작은 방 두 개와 작은 부엌이 연결된 거실이 전부였다. 아주 작은 테라스도 있지만, 의자 하나 놓고 앉기에도 불편한 매우 협소해 보이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박영철은 한 살 어린 연년생의 여동생과 둘이서만 생활을 하는 듯 보였다. 

“박영철의 부모님은 함께 매일 주거하지는 않고 직장문제 등으로 강서지역에 소유한 주택에서 평소 주거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박영철 남매를 방문해서 일주일치 식량과 생활비 등을 조달해 주고 돌아갔고 했습니다.” 수호천사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뷰장면에서는 박영철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몇 년이 지나 중학생이 된 모습이었다. 친구들과도 잘 못 어울리고 성적의 등락도 매우 커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부모들은 그가 매우 모범적이고 사회적인 아이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주인님,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숨겨져 있던 진심의 구슬을 찾았습니다. 내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박영철의 진심 구슬에는 열등감, 질투, 부러움, 동경, 좌절 등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8 학군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전교 1등, 2등을 벗어난 적이 없는 우등생이었고, 해마다 학급 반장으로 선출될 만큼 인기도 좋은 편이었다. 예체능에도 뛰어나 여러 가지 활동에서도 동네 어른들이나 학교 선생들에게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자존감이 꽤나 높은 아이였다. 동대문에서 옷공장과 도매상을 하던 그의 어머니 덕에 비록 브랜드가 없는 옷들이지만 멋있고 깔끔한 스타일을 유지하여 이에 대한 부러움도 많이 사는 소위 리더 계층 같은 상위 클래스에 사는 듯한 자긍심이 강한 아이였다. 하지만, 8 학군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성적은 강서지역 학교 다닐 때와 비슷했음에도 학급석차는 하위권이 되어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재 소리 좀 듣던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가 되다 보니 문제한개만 틀려도 학급등수는 수십 개가 떨어졌다. 심지어 문제하나의 채점이 몇 단계로 나눠져 시행되었다. 등수를 가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박영철은 점점 공부에도 흥미를 잃어가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 갔다. 학교가 끝나면 모두 학원에 가기 바빠서 친구를 사귈 틈도 없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서로를 그저 친구가 아닌 경쟁 상대로 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유한 집 자재들이다 보니 씀씀이나 복장과 보유한 아이템들이 박영철은 경험해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너무 고가의 물건들이거나 외국산 수입품들이라 박영철의 용돈 수준이나 어린아이의 능력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드러나게 차별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렵게 되고 어느 집단에 어울려 노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각해져 갔다. 


그 동네에는 박영철처럼 아이들만 학교문제로 부모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이들 중에 박영철처럼 속으로 곪아서 이중생활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학교나 부모에게는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술담배는 물론 패싸움을 취미로 하기도 하고, 일부 덩치가 커진 사춘기를 지나는 남자 놈들은 섹스에 미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기도 하고 대학생 흉내를 내면서 여대생들과 잠자리를 하는 놈들도 있었다. 외로움과 따돌림에 지친 박영철은 이런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이들과 어울려 보려고도 했으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 집단에서도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얼마 있지도 않은 그의 용돈을 갈취하기 위한 가증스러운 친밀감뿐이었다. 그 집단에서도 겉돌던 박영철은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진심 어린 친구하나 없이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동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희미해져 갔다. 지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두 비밀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의지나 생각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해져 버렸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취미도 없고, 휴식할 줄도 모르는 자기 것이라고는 없는 껍데기만 어른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리뷰를 보면서 외계인은 왜 박영철의 무의식이 여기를 본인이 숨겨놓았던 진심이 있는 인생의 변곡점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차원에서 우리가 계획했던 것처럼 무엇을 흔들어 바꾸면 박영철의 인생에 다른 변곡이 생겨나서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네. 주인님, 박영철의 이 시기에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제가 분석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1번. 자존감 회복: 이 시기에 박영철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경험하게 하여 새로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2번. 진정한 친구 관계 형성: 경쟁 위주의 환경에서 벗어나, 진실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속감과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3번. 가족과의 소통 개선: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생긴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간의 소통을 더 자주,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4번. 자아 정체성 확립: 남들의 시선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와 재능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5번. 학업 스트레스 해소: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줄이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학업에 대한 흥미를 되찾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도의 옵션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더 많은 옵션을 만들어 볼까요?”


수호천사의 제안에 잠시 외계인은 침묵하다가 답답하다는 듯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기를 우리가 건드려서 박영철의 인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면 박영철은 자살시도 따위는 안 하겠지? 그럼 우리는… 그가 자살 시도를 하지 않으면 내가 박영철의 몸에 들어왔던 이벤트도 사라지는 건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사라지는 건가?”


“주인님의 우려는 매우 타당합니다.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박영철의 삶을 바꾸면, 그가 자살 시도를 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주인님께서 그의 몸에 들어오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시간 역설의 한 형태로, 우리의 개입이 우리 자신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크든 작던 숙주 박영철의 인생의 변화가 나비효과가 되면 우리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우리가 차원의 변화와 함께 소멸되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갇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애초에 왜 그 생각을 못한 거지… 결국 여기까지 와서 우리도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구나…”


네, 주인님.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박영철을 돕고 싶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의 존재도 지켜야 합니다. 이는 윤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이며, 때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없을 수 있습니다.

저의 분석으로는 자살시도 이전까지의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박영철의 잠재력을 찾아내어 자살시도 이후 시점에서 강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으로 분석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존재도 유지하면서, 공생에 필요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다음단계를 어떻게 진행하시겠습니까? 주인님.”


수호천사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외계인이 결심한 듯 말했다.


“우선 우리가 리뷰한 이 차원에서 박영철이 제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보자.”


“네, 주인님.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박영철의 깊은 원망과 미움의 대상을 찾아보는 것은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박영철의 차원을 다시 한번 세밀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대답과 함께 수호천사는 리뷰를 마친 박영철의 차원에서 찾은 모든 숨겨졌던 진심들을 종합해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을 내놓았다.


“주인님, 분석 결과 박영철이 가장 원망하고 미워하는 대상들을 찾았습니다:   

부모님: 자신을 강남으로 보내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한 것에 대한 원망이 가장 큽니다. 특히 자주 찾아오지 않고 혼자 지내게 한 것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가 큽니다.

새로운 환경: 경쟁적이고 차별적인 강남의 학교 환경을 매우 미워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미움도 상당합니다.

부유한 친구들: 자신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태도에 대한 미움이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 돈과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은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사랑과 미움, 감사와 원망이 뒤섞인 매우 복잡한 감정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음… 그럼 이 것들이 박영철이 성인 인생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왔는지 분석해 봐.”

“네, 주인님. 박영철의 청소년기 경험이 성인 인생에 미친 나비효과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가족 관계: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거리감을 두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개입하는 양극단의 모습을 보였을 수 있습니다.

자존감과 자기 인식: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은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성취욕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대인 관계: 부유한 친구들에 대한 미움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층 간 갈등이나 열등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진정한 우정을 맺기 어려워하거나, 물질적 성공을 대인 관계의 척도로 삼는 경향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직업 선택과 경력: 경쟁적인 환경에 대한 반감은 역설적으로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강남에서의 경험이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어, 자신의 진정한 적성이나 흥미와는 무관하게 높은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를 좇는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치관과 세계관: 돈과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결과를 낳았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그런 가치관을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했을 것입니다.

정서적 안정: 청소년기의 고립감과 소외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인 불안과 우울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주인님,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볼 때, 박영철의 청소년기 경험은 그의 성인 인생 전반에 걸쳐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엉망이네… 어린 시절 부모의 욕심이 부른 결과가 이건가… 박영철이 잘살기를 바랐던 것뿐이었을 텐데…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이미 늦었지만…”


“네, 주인님.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박영철의 부모님은 분명 좋은 의도로 결정을 내렸겠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우리가 이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순 없더라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박영철의 인생에서 이 경험이 미친 영향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현재와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박영철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가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인식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의 현재 가족 관계나 직업 생활에서 과거의 상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건 박영철의 자아를 찾아준 뒤에 이야기이지만요.”


이 이야기 후로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숙주를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박영철의 자아를 비활성화시켜야 하는 상황이 딜레마처럼 외계인의 마음에 죄책감을 불러오고 있었다.


“박영철의 무의식이라도 위로하고 싶어… 이럴 때 지구인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니?”


“주인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박영철의 무의식을 위로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무의식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영철 님, 

당신이 겪은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합니다.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단지 어려운 환경에 놓였을 뿐입니다.
그 속에서도 당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강하고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감정, 당신의 꿈, 당신의 진정한 모습 모두가 소중합니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당신을 힘들게 했지만,
그것들이 당신을 더 강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당신은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보세요.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들은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래, 네가 나보다 낫구나. 이 말이 박영철의 무의식이라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외계인은 다시 한번 박영철의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감정들과 회상들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존재만으로 충분했던 시절을 볼 수 있었다. 아니 그건 박영철 자신의 모습이 아닌 그가 그의 자녀들을 처음 만나던 날과 그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존재만으로 소중한 것을 알게 된 그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처음 뒤집기를 하던 날, 처음 걸음을 걷던 날, 처음 아빠라고 말을 하던 날, 처음 과자 봉지를 터뜨려 온 집안에 과자가 굴러다니던 날…  잘못한 것도 잘한 것도 모두 그냥 그 존재 만으로 고맙고 감사하고 충분했던 순간들이 지나쳐 갔다. 그리고 박영철의 자아는 크게 떨며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그랬을 텐데, 왜 쓸데없는 원망을 했을까… 그 모든 후회와 탄식을 외계인은 고스란히 함께 느끼며 아파오는 가슴의 통증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고 함께 아픔을 견디기로 했다.

이전 17화 부질없는 현실과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에 대한 고찰 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