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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29. 2024

인간 가치의 양면성과 복잡함에 대한 고찰 01

한계에서 마주하는 두 갈래길에 대한 역설

제4막. 외계인 지구인의 가치에 대해 배우다.


1장. 인간 가치의 양면성과 복잡함에 대한 고찰 01 : 


한계에서 마주하는 두 갈래길에 대한 역설 

= 선택의 순간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수호천사, 이만 돌아가자. 우선 현재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을 정리해 보자”


“네, 주인님. 지금 바로 현재로 복귀합니다.”


현실로 돌아왔지만, 외계인은 숙주 박영철의 과거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던 이기적인 한계와 마주했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각의 홍수에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범람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수호천사가 한참을 기다리가 먼저 말을 건넸다.


“주인님, 주인님의 선택은 결코 비난받아서도 비난해서도 안 되는 결정입니다. 주인님이 존재가 사라지는 좋은 일이 과연 정말 좋은 일일까요? 그럼 그리하지 않은 것은 나쁜 일일까요?”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수호천사가 침묵을 깨며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 타인을 구하는 것,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우리 세계에서도 지구인들에게도 참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목숨을 잃거나 존재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면, 과연 그것이 정말 좋은 일이라 말할 수 없는 거라 생각됩니다. 그 희생으로 또 다른 불행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좀 각색해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난파선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여러 명을 구하고 본인은 끝내 숨을 거둔 의인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의인이 30대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내와 두 명의 아이들이 있다면, 

또 그가 구한 사람들이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그는 의인으로 칭송받고 그의 희생으로 여러목숨이 건져진 것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스에 보고가 되고 전파를 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절망과 슬픔, 아픔... 어쩌면 더 중요한 사실들은, 단 한마디 그는 한 가정의 가장 이었고 두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정도 언급된 되는 경우가 전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정기간 관심과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원도 받게 되겠지만, 결코 그 돈이 미망인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살기에 충분한 돈이 아니며,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서 경제적 어려움과 남편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의 어느 나라도 충분한 보상이나 지원을 하는 곳은 없습니다. 즉, 남은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구에 자신을 희생하는 의인들은 계속 생겨나는 거지?” 외계인이 물었다.


"주인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순간의 선택에 의한 행동을 결정하거나 행동하게하는 동기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드릴 수 있겠습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첫째, 인간에게는 '이타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특성이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협력을 통해 더 큰 위험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순간의 본능적 반응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인간은 때로 깊이 생각할 시간 없이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이타적 행동은 깊은 고민의 결과가 아닌, 순간의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습니다. 이는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이타적 본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사회적 인정과 명예에 대한 욕구입니다. 비록 그 대가가 자신의 목숨일지라도, 영웅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인간에게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불멸성'에 대한 갈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가치관과 도덕성의 영향입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을 고귀하게 여깁니다. 이런 사회적 가치관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넷째, 종교적 또는 철학적 신념입니다. 많은 종교와 철학에서 자기희생을 고귀한 행위로 여깁니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희생이 더 큰 선(善)을 위한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는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으로 연결되거나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삶보다 더 큰 가치나 이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신념은 때로 자기희생적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군... 인간의 행동과 그 결과는 참 복잡하구나.” 아직도 인간을 이해하기 힘든 존재라는 듯 한숨을 쉬듯 외계인이 읇조렸다.


수호천사가 외계인의 읊조림을 듣고 설명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주인님.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동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도 많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이 인간 사회를 더욱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 말에 다는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말투로 외계인이 답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불행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네요."


수호천사는 수긍으로 무언가를 설득하려는 듯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주인님. 그런 아이러니 때문에 이런 행동의 윤리성에 대해서는 지구의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결과론적 윤리학과 의무론적 윤리학의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님께서 박영철의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주인님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거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자기희생을 넘어서는 것이니까요.”


문득 이런 수호천사의 말에 외계인은 대체 이 수호천사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내가 박영철의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한 결정이 어떻게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지? 왜 너는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박영철의 과거를 바꾸는 것이 단순한 자기희생을 넘어서는 일이라 말하는 거지?”


수호천사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주인님, 제 말씀이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드린 설명은 인간의 자기희생적 행동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상황은 그와는 매우 다릅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습니다.


"주인님께서는 단순한 인간이 아닌 존재이십니다. 주인님은 이 우주의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십니다. 주인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희생을 넘어, 우주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입니다."


수호천사의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말실수를 했다는 듯 앞의 말을 흐리다가 빠르게 뒤에 설명을 더 큰 소리로 이어 갔다.


"과거를 바꾸는 행위는 시공간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과거를 바꾸는 것이 전체 시간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외계인의 반응을 살폈다.


외계인은 수호천사의 설명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존재가 우주의 균형에 중요하다는 말에 의문이 들면서,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도 들었다.


"수호천사, 네 말은 이해했어. 하지만 내가 우주의 균형에 중요한 존재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이 질문이 던져지자, 귀에 거슬리는 삐이하고 이어지는 경고음과 함께 시스템 오류 메시지가 요란스럽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질문에 시스템의 오류로 지금 당장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복구되는 대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꺼름직 했지만, 외계인은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겠어.”


그리고, 한참 무언가를 또 고민하던 외계인이 입을 열었다. 


“이 숙주도 내가 마주했던 한계를 경험하고 그 절망에 힘들어했겠지?”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감탄인지 모를 중얼거림 같았다.


“네? 주인님, 지금 제게 조사를 명령하신 건지요?” 시스템 수호천사도 의도를 알 수 없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어, 그게 인간처럼 한계라는 것을 경험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넘어설 수 없는 것. 그런 게 한계라는 거 아니겠나 싶어서. 난 단 한 번의 한계에 부딪혀서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 숙주 말이야, 기억 데이터들을 보면… 거의 매일이 한계와의 조우였던 거 같은데… 어떻게 버틴 건지… 정말, 다른 선택지는 없던 건지… 이 것도 희생 같은 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혹시, 그가 가지고 있던 한계에 대한 생각을 분석해 보면, 다른 측면에서라도 숙주를 도울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해서… 정확하게는 공생할 방안 이겠지만…”


"주인님, 박영철의 한계 경험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숙주의 데이터를 검색했다.


"박영철의 기억을 살펴보면, 그가 경험한 한계는 주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나타납니다.


경제적 한계: 사업 실패 후 극심한 빈곤을 겪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도 어려웠고,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사회적 한계: 경제적 몰락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친척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힘들었습니다.


심리적 한계: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우울증과 무력감에 시달렸고, 결국 자살을 고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영철이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재기의 기회 부족, 그리고 심리적 지지 기반의 상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공생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 제공,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지원, 그리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호천사의 설명을 듣던 외계인이 조금 격양된 듯 말했다.


"아니, 그런 것들 보다 한계라는 거 말이야. 인간들에게는 어쩌면 내가 느낀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네게 이야기해 주었던 무의식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하는 거나 손해를 알면서도 희생을 기꺼이 하는 것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쩌면 지구의 인간들에게 한 계란 거는 능력을 옭아매는 틀일 수도 있고, 뛰어넘어야 하는 목표일 수도 있는 선택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숙주 박영철에게도 한계를 목표로 바꿔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네 생각은 어때?"


“인간에게 있어 '한계'라는 개념은 실제로 매우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외계인의 심리상태를 확인 후 설명을 계속했다.


"인간 역사를 보면, 한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바다 밑을 걸으며, 우주로 나가는 것 모두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한계' 너머의 일이었죠. 하지만 인간들은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박영철의 경우, 그가 느끼는 '한계'를 '목표'로 전환하는 것은 분명 그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한계: '돈을 벌 수 없다'는 한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입을 창출한다'는 목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사회적 한계: '관계가 단절되었다'는 한계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한다'는 목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한계: '나는 실패자'라는 생각을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목표 지향적 사고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전환은 박영철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부정적 경험과 사고패턴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수호천사는 다시 말을 멈추고 외계인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외계인은 수호천사의 설명에 대한 첨언대신 다른 질문을 이어 갔다.


“인간이 한계를 도전으로 여기게 되거나, 한계를 목표점으로 바꾸는 이유나 계기는 대체 무엇일까?”


매우 익숙한 전개라는 듯 반문 없이 수호천사는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인간이 한계를 도전이나 목표로 바꾸는 이유와 계기는 다양합니다. 이는 인간 본성의 복잡성과 환경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주요한 이유와 계기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정보를 정리한 후 계속했습니다.


"생존과 적응의 본능: 인간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었죠. 이런 본능적 욕구가 한계를 도전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동기가 됩니다.


호기심과 탐구 정신: 인간은 본질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존재입니다. 알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 정신으로 이어집니다.


성취감과 자아실현 욕구: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 후 자아실현을 추구합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사회적 인정과 존경: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은 종종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한 인정과 존경에 대한 욕구가 한계 극복의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나 절박한 상황: 때로는 극단적인 상황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생존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롤모델이나 영감: 다른 사람의 성공 사례나 극복 스토리가 영감을 주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교육과 문화의 영향: 도전을 장려하는 교육이나 문화적 환경은 사람들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태도를 갖게 합니다.


기술과 지식의 발전: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은 이전에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더 큰 도전을 하게 만듭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외계인의 반응을 살폈다.


"주인님,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간은 한계를 도전이나 목표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박영철의 경우, 이 중 어떤 요소가 그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이유들 뿐일까? 




글/그림: DR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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