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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무엇이 더 중요한가? 잊지말아야할것들 02

8장 2절과 3절

by DRTK

제8장. 무엇이 더 중요한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02


8장 2절.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인정에 관한 고찰

&

8장 3절.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셋 구축과 인증: 필요성과 중요성



8장 2절.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인정에 관한 고찰


앞에서 다룬 누가 지식의 진리를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미술,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인간과 유사한 창작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은 복잡한 그림을 그려내고, 대규모 언어모델은 소설이나 기사를 작성하며, 작곡 AI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AI 생성물(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의 등장은 전통적인 지식재산권 체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이 창작한 결과물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되는 지적 소유권(저작권 등)을 인정할 수 있는가? 만약 인정된다면 그 권리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법률적 측면은 물론 윤리적·경제적 측면에서 복합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인정 여부를 둘러싼 쟁점을 법적, 윤리적,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음악·소설·그림·영화 등 AI 창작 사례를 검토한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관련 법률과 최근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AI 창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야 할지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인정한다면 어떠한 기준과 제도하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본래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에서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작성'과 함께 '인간 창작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예컨대,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2014년 발표한 지침에서 "인간의 창의적 기여 없이 제작된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에서 본다면,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창작물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최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GPT-4, DALL-E, Midjourney와 같은 생성 모델들은 단순한 도구의 차원을 넘어, 특정 지시나 프롬프트에 기반하여 고도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는 우리가 '창작'이라고 인식하는 개념의 재정의를 요구한다.


이문제의 첫 번째 주요 쟁점은 누가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 의 문제이다.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 AI 개발자/소유자에게 권리 부여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한 주체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AI가 개발자의 지적 노력과 투자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OpenAI가 개발한 DALL-E로 생성된 이미지의 권리는 OpenAI에 귀속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2) AI 사용자에게 권리 부여

AI 시스템을 사용하여 특정 창작물을 생성하도록 지시한 사용자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가 프롬프트 설계와 결과물 선택 과정에서 창의적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사가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을 때 저작권이 사진사에게 있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3) 공동 저작권 인정

AI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일정 부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절충적 입장이다. 이는 AI 창작 과정이 다양한 주체의 기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4) 퍼블릭 도메인(공공 영역)으로 간주

AI가 생성한 창작물은 인간의 직접적 창작 행위가 없으므로 애초에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경우 AI 창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자원으로 취급된다.


각국의 AI 창작물 관련 법률과 판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미국: 인간 저작자 원칙을 유지하며, AI 단독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님.

미국 저작권법은 전통적으로 '인간 저자(human authorship)'를 저작권 부여의 핵심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나라얀(Naruto) v. 슬레이터(Slater)' 사건에서 법원은 원숭이가 촬영한 '원숭이 셀카'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판례는 비인간 창작자의 저작권에 대한 미국 법원의 입장을 보여준다. 다만 최근에는 AI 관여 정도에 따라 인간의 창의적 기여가 충분히 있다면 제한적으로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 저작물 보호를 위해서는 인간의 창작성이 필수적이며,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보호되지 않음.

유럽연합은 2019년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Digital Single Market Copyright Directive)'을 통해 AI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원작성(originality)'의 개념을 '저자의 지적 창작'으로 정의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 창작자를 전제로 한다.


영국: CDPA 1988에 따라 AI 생성물도 일정 부분 보호되나, 인간이 설정을 수행한 경우에 한함.

그러나 영국의 경우 '컴퓨터 생성 작품(Computer Generated Works)'에 대해 특별 규정을 두어, 창작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 AI 단독 생성물은 보호되지 않으며, 인간이 편집·배열한 경우에 한해 저작권을 인정.

한국의 저작권법은 미국과 유사하게 인간 창작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일본: 인간 창작자만 보호하며, AI 보조 활용 작품만 보호 가능.

일본은 2018년부터 'AI와 데이터의 이용에 관한 계약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일부 판례에서 AI 생성물의 저작권을 인정했으나, 인간 개입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해석됨.

중국은 2020년 베이징 인터넷법원에서 AI가 작성한 기사에 대해 일정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인정한 판례가 있어 주목된다.


AI 창작 영역별 쟁점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문학 분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한 소설, 시, 기사 작성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AI가 쓴 소설이 문학상 예선을 통과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미국에서는 'Botnik Studios'가 AI를 활용해 해리 포터 스타일의 새로운 챕터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중요한 쟁점은 프롬프트 작성과 결과물 선택·편집 과정에서의 인간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2) 시각예술 분야

DALL-E, Midjourney, Stable Diffusion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의 등장으로 시각예술 분야에서 논쟁이 특히 뜨겁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 예술 박람회에서는 Jason Allen이 Midjourney로 생성한 'Théâtre D'opéra Spatial'이라는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우승하며 논란이 되었다. 이 경우 프롬프트 설계의 창의성과 생성된 이미지 중 최종 선택 과정에서의 미적 판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3) 음악 분야

AI 작곡 도구들은 클래식,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음악을 생성할 수 있다. 구글의 'Magenta' 프로젝트나 'AIVA'(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Artist)와 같은 AI 플랫폼은 이미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음악을 생성하고 있다. 2019년 워너 뮤직은 AI 음악 스타트업 'Endel'과 20개의 앨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AI 생성 음악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한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4) 영화 및 게임 분야

AI는 스크립트 작성,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보드 생성, 심지어 특수효과나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 2016년 IBM의 'Watson'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트레일러 'Morgan'은 AI가 영화 제작 과정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게임 분야에서는 프로시저럴 콘텐츠 생성(PCG)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자동으로 게임 맵, 퀘스트, NPC 대화 등을 생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은 '창작자'의 개념을 인간에서 비인간으로 확장하는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이기도 하다. 또한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차용'의 문제도 있다. AI가 수백만 개의 인간 창작물을 학습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면, 이는 기존 창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그들의 작품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은 창작 산업의 경제적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으로는 AI 개발에 대한 투자 촉진과 혁신 장려 효과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창작자들의 일자리 감소와 창작물 가치 하락 우려가 있다. 특히 AI가 대량으로 생성한 저품질 콘텐츠가 시장을 잠식할 경우, 콘텐츠의 전반적 가치 하락과 인간 창작자의 경제적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제 더 이상은 인공지능을 사용한 창작활동, 그리고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은 불가역적 사회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고도화되고 일반화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는 외양간을 보수해야 할 시점에 서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과 인공지능이 만드는 창작이 현재도 제도적 가이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명확한 가이드 부족으로 벌써 악용되거나 남용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제도적 방향 중에 반듯이 고려되어야 할 것들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인간의 순수 창작물과 인공지능과의 합작물, 그리고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 사이에 구분과 마치 원산지 표기 같은 출처표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창작물에는 그 생성 과정과 학습 데이터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수화하는 것이다. 마치 학술 논문의 인용처럼, AI가 학습한 주요 데이터 출처를 명시하는 '알고리즘 인용'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또한 AI 창작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는 '디지털 워터마크' 의무화 등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또는 AI의 참여 정도에 따라 차등적인 저작권 인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창의적 기여가 높은 'AI 보조 창작물'과 AI가 주도적으로 생성한 'AI 주도 창작물'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보호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보상체계의 재설계도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을 도구로서 제공하는 측과 제공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창작물을 생성하는 측과 도구사용료에 대한 선지급과 후지급 등의 여부에 따라 지적재산권의 소유지분을 달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미 인간에 의해 창작된 창작물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AI가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확장된 집중관리제도'나 '데이터 협동조합' 등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


이렇듯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기술, 법률, 윤리, 경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난제다. 인간 중심의 기존 저작권 체계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AI의 창작 능력을 인정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인간 창의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AI는 인간 창작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 자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법적·윤리적 논의가 함께 진행되어야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인공지능과 그 창작물을 활용하는 최종사용자가 되는 개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과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존중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엄과 존재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을 창조적 파괴나 파괴적 혁신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편리함과 용이함에 취해 너무 많은 쓰레기가 쌓여 더 이상 인류가 만드는 창작물이 함께 가치를 상실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활용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깨우치고 전달해야 할 책임은 지금 이 시대의 기성세대들이 완수해야 할 마지막 과제이다.




[심화학습]

인공지능 (ChatGPT)를 사용하여 위에서 주장한 내용들에 대한 심층분석과 근거를 조사하게 하였다.


법적 관점: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법리


1. 저작권법상의 저작자 개념과 인간성 요건


전통적으로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보호를 부여해 왔다. 다시 말해 법률은 저작자를 인간(자연인)으로 상정하며,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있는 작품만이 보호 대상인 “저작물”로 인정된다. 예컨대 대한민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간성 요건은 국제적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선 인간 저작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동물이 촬영한 “원숭이 셀피” 사진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는 창작 주체가 인간이 아닐 경우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확인해 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AI는 동물과 달리 인간이 설계한 도구이지만, **“비인간”**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기 때문에 AI 창작물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특허법 등 다른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있다. AI 시스템이 새로운 물건이나 방법을 발명한 경우 특허의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미국·유럽 특허청은 인간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일제히 거부한 바 있다(예: AI “다부스(DABUS)” 사건). 이는 현행 법체계가 창작자/발명자의 범주를 인간으로 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AI 창작물에 대한 각국의 법률과 판례


법체계의 기본 원칙은 위와 같지만, 생성형 AI 시대의 도래로 일부 국가에서는 법률을 정비하거나 해석을 통해 AI 창작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래에서 미국, 유럽연합, 영국,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접근과 관련 사례를 살펴본다.


미국: 미국 저작권법은 오랜 판례를 통해 “인간 저작자(human authorship)” 요건을 확립해 왔다. 2023년 미국 연방법원은 Thaler v. Perlmutter 사건에서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창작한 이미지에는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AI 알고리즘이 autonomously 생성한 그림에 대해 신청된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저작권청 결정이 정당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또한 2022년에는 미 저작권청(USCO)이 Kashtanova라는 작가의 만화책에서 AI로 생성된 삽화 부분에 대해 **“인간의 창작성이 부족하다”**며 저작권 등록을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미국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만든 표현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설령 AI를 사용하였더라도 인간이 충분한 창의적 통제를 행사한 경우에만 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미국 저작권청은 저작권 등록 심사 지침인 Compendium에서도 “인간이 아닌 기계나 자연물이 우연히 만든 결과물은 등록 불가”라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EU 저작권법 역시 **“저작자의 자기적(original) 지적 창작”**을 보호 요건으로 삼아 사실상 인간 저작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2023년 체코 프라하 법원은 AI가 생성한 이미지의 무단 이용을 둘러싼 분쟁에서, 문제의 이미지가 “자연인 창작자의 독창적 결과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유럽 최초의 AI 저작권 소송 판례로 주목받았으며, AI는 법적으로 “자연인”이 아니므로 저작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 재판부는 AI 이미지라도 인간이 구체적인 지시와 통제를 했음을 입증했다면 결과가 달라질余地가 있음을 시사하여,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른 판단 여지를 남겼다. 현재 EU 차원에서도 생성형 AI 출력물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며, AI가 만든 산출물에 보호를 부여할지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EU 지침이나 조약에 AI 창작물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으며, 전반적으로 미국과 유사하게 인간성 요건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영국: 영국은 비교적 선구적으로 AI 등 컴퓨터 생성물에 대한 조항을 마련한 나라로 꼽힌다. 영국 저작권법(CDPA 1988)은 **“저작자가 없는 컴퓨터 생성물”**의 경우 “그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 사람(필요한 설정을 한 자)”를 저작자로 본다고 특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컴퓨터-생성 저작물(computer-generated work)**의 보호기간은 발행 후 50년으로 제한된다. 즉, 영국에서는 예컨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가 만들어낸 그림이라도, 그 AI를 개발하거나 작동시켜 결과물을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법정 저작자로 간주되어 일정 기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저작자와 실제 창작 행위를 분리한 독특한 접근이며, 영국이 창작 혁신을 촉진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AI 발전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으나, 최근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으로 영국의 이 조항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도 2021년~2022년 AI와 지식재산권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현행 제도의 개선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한국: 대한민국의 저작권법 체계는 기본적으로 인간 저작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인공지능은 법적 의미의 ‘인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2년까지 한국에서 명시적인 AI 저작권 판례는 없었지만,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만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보호받지 못하고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으로 취급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3년에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생성 AI 시대에 대응한 저작권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내 입장이 분명해졌다. 2023년 12월 발표된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적 개입 없이 AI만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AI가 만들어낸 초안을 사람이 편집하거나 선별·배열하여 최종 창작물을 완성한 경우에는, 인간이 기여한 부분에 한정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사례로, 2023년 말 한 스타트업이 AI로 제작한 단편영화에 대해 **“인간이 편집 저작한 2차적 저작물”**로서 저작권 등록을 받은 일이 있었다(《AI 수로부인의 딸》 사례). 이는 원본 AI 산출물 자체의 창작성을 인정했다기보다는, AI 출력물을 편집·가공한 인간의 창작노력을 인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 AI 창작물 그 자체보다는, 인간의 개입 여부를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권리를 부여하는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일본: 일본 역시 현행 저작권 체계 아래서는 인간 이외의 창작 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EU와 맥을 같이 한다. 일본 저작권법상 저작자는 “창작을 한 인간”으로 정의되고, AI는 법적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AI 단독 생성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인 견해다. 다만 일본에서는 AI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이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등(예: 저작물의 기계학습 활용을 위한 포괄적 저작권 제한규정 도입) 정책적으로 AI 발전을 지원하는 한편,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등의 문제에 관심이 더 집중되어 있다. 2023년 일본 변리사회(JPAA)는 생성 AI 시대의 저작권 쟁점을 논의하며 **“AI 산출물에 저작권을 발생시키려면 인간이 보조도구로 AI를 활용하여 창작한 경우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인간이 개입한 창작물과 AI 완전자율 창작물을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에만 보호하자는 입장이다. 아직 일본 법원에서 AI 창작물 저작권에 대한 직접적인 판례는 없으나, 일본 정부와 업계도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국은 AI 창작물에 대한 비교적 전향적인 판례가 나온 국가로 주목받는다. 2020년 중국 선전(深圳) 중급인민법원은 텐센트(Tencent)의 AI **“드림라이터(Dreamwriter)”**가 작성한 금융뉴스 기사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면서, 해당 AI 기사가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비록 판결문에서 “저작자가 반드시 인간이어야 하는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AI 기사 생성에 텐센트의 팀이 데이터 선정, 분석 및 통제를 수행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적 개입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였다. 즉 “AI 자체”보다는 그 AI를 개발·운영한 인간 또는 조직의 역할을 중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2023년에는 베이징 인터넷법원이 한 개인이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생성한 이미지의 무단사용 분쟁에서, 프롬프트를 설계·입력하고 여러 차례 결과를 선별해 얻은 이미지라면 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하여 화제가 됐다. 이는 AI 이미지에 대한 중국 최초의 판례로서, 해당 이미지의 창작 과정에 **인간 창작자의 구체적 개입(프롬프트 입력 등)**이 있었다고 판단한 점이 특징이다. 요컨대 중국에서도 AI 산출물 그 자체에 바로 권리를 주었다기보다는, 그것을 얻기까지 인간이 기여한 창작행위를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의 저작권법에는 AI 창작물에 대한 특별규정이 없지만, 이러한 판례들을 통해 중국은 비교적 AI 친화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을 정리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는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있었는가”에 달려 있으며, 명백한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독자 생성한 결과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영국처럼 법률로 일정 부분 보호하거나 중국처럼 판례를 통해 유연하게 해석하는 움직임도 있어, 국가별로 접근법에 차이가 존재한다. 아래 표는 주요 국가별 AI 창작물 저작권 인정 여부와 사례를 비교 정리한 것이다.


표주요국가지역의 AI 창작물 저작권 인정 여부 및 관련 사례 비교.png

표: 주요 국가/지역의 AI 창작물 저작권 인정 여부 및 관련 사례 비교


위 표에서 보듯 미국과 EU, 일본, 한국 등은 **“AI 자체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최소한의 인간적 개입이라도 있어야 보호된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예외적으로 법률로 AI 생성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범위를 규정해 두었고, 중국은 일부 판례를 통해 AI 산출물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처럼 국가별 입장 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콘텐츠의 유통과 보호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국제적 조율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최근 각국 정부, 전문가들과 함께 ‘AI와 지식재산 정책 대화’를 시작하여 이러한 이슈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 중이다.



윤리적 관점: 창작의 주체성과 공정성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법률적 쟁점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 물음을 내포하고 있다. 핵심은 **“창작의 주체”**에 대한 물음과 **“공정성”**의 문제이다.


1. 창작 주체와 저작자 윤리


저작권의 윤리적 정당성은 창작자의 개인적 노력과 창의성에 대한 보상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스스로 의식이나 감정을 지니지 않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산출물에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AI는 알고리즘일 뿐 고유한 자율적 의사를 가지고 창작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관점에서, AI 자신은 도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실제로 AI에게 법적 권리를 인정하려면 AI를 법인이나 인간처럼 법적 인격체로 다뤄야 하는데, 이는 현재 사회의 윤리 개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AI는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책임을 질 수 없고, **결국 그 배후에 있는 인간(개발자나 사용자)**이 권리를 대리 행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에게 귀속되는데, 그 대상을 누구로 할지가 또 다른 윤리적 쟁점이다.


몇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AI를 **도구(tool)**로 간주하여 **이를 활용한 사람(사용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견해가 있다. 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작가에게 저작권이 주어지듯, AI를 창작 도구로 쓴 인간이 저작자라는 생각이다. 윤리적으로 보면, AI를 잘 활용해 창작물을 얻기까지 인간이 아이디어를 내고 지시하는 창의 행위가 있었다면 그 성과를 인간이 가져가는 것이 공평할 수 있다. 그러나 AI의 개입 비중이 높아 사용자가 한 일이 버튼을 누른 것뿐인 경우에도 그 인간을 저작자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있다. 최소한 인간의 기여가 결과물의 창의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을 때만 도구로서의 AI 프레임이 성립할 것이다.


둘째, AI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담당한 자(개발자 또는 회사)**에게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AI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창작엔진이므로, 그것을 설계하고 훈련시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법의 인센티브 원리 – 창작에 기여한 자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더 많은 창작을 유도 – 와도 맞닿아 있다. 만약 AI 개발자의 권리를 전혀 보호하지 않으면, 거대한 비용을 들여 우수한 창작 AI를 만들어도 성과를 독점하지 못해 투자 동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볼 때, 개발자는 창작물 그 자체를 만든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만든 것일 뿐이며, 개별 결과물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다. 또한 AI 훈련에 사용된 방대한 데이터와 콘텐츠는 다수 창작자들의 작품인데, 개발자만 권리를 독식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AI 개발자가 아니라 AI에게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원 창작자들의 기여도 고려해야 한다는 윤리 문제가 떠오른다.


셋째, AI 자체에는 어떠한 저작자 권리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AI는 어디까지나 인간 창작을 보조하거나 자동화하는 도구일 뿐, 독립적인 창작 주체로 격상될 수 없다는 윤리관에 기반한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서는 AI 산출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며, 필요하다면 **그 산출물을 얻은 인간(사용자)**이 최소한의 성과 보상을 받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 AI 산출물을 공개재로 두어 인류 공동의 자산처럼 활용하게 함으로써 창작과 지식의 공유를 촉진하는 편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인간의 노력 없이 생성된 결과물이라도 거기에 가치가 존재한다면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정의라는 시각도 존재하여, 윤리적 합의는 아직 분분하다.


2. 공정성과 창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AI 창작물의 범람은 기존 인간 창작자들과의 공정 경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술적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AI가 그 경계를 허물면서 인간 창작자의 노력과 가치가 폄하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州) 미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AI 이미지로 미술 부문 1등 상을 받자, 많은 예술가들이 **“이는 인간 예술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발한 일이 있었다. AI가 손쉽게 만들어낸 그림이 숙련된 화가들의 정교한 작품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 상까지 받는 상황에 좌절감과 분노를 표한 것이다. 윤리적 공정성 측면에서, AI와 인간이 별도의 카테고리로 평가받도록 하거나 최소한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 다른 공정성 이슈는 AI의 학습 데이터와 관련된다. 생성형 AI들은 수많은 기존 창작물(그림, 음악, 글 등)을 학습하여 그 패턴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AI가 생성한 작품 속에는 무수한 기존 창작자들의 흔적이 남게 된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AI가 내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하여 유사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찍어내고 있다”며 이는 창작물 도용이자 표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리적으로 원저작자들의 동의나 보상 없이 AI가 그들의 작품을 흡수하여 새로운 결과를 내놓는 것이 정당한가? 현재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크며, 미술가들은 AI 그림 생성에 자신들의 작품이 이용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탄원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음악계에서도 AI가 유명 가수의 목소리나 작곡 스타일을 흉내 내 곡을 만드는 사례가 속출하자, 이를 **“예술적 아이덴티티의 도둑질”**로 규정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원 저작자에 대한 공정을 위해, 일부에서는 AI 훈련 단계에서부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대가를 지급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AI 저작권 가이드라인도 AI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저작권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AI 시대에 인간 창작자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윤리적 과제로 떠오른다. AI 창작물에 함부로 동일한 권리를 부여할 경우 인간 창작물의 가치와 희소성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창작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이 창작의 촉진과 문화의 발전임을 고려할 때, 인간 창작자가 소외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중요하다. 반대로, AI 창작물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무제한 공유하게 두면 인간 창작자들마저 AI를 통해 손쉽게 모방하거나 양산하게 되어 창작 생태계 전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윤리적 관점에서는 인간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AI 활용에 따른 혜택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을 바탕으로 공정한 보상과 책임 분담 원칙을 세워야,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창작 문화가 가능할 것이다.



경제적 관점: 산업 영향과 인센티브 구조


AI가 창작 영역에 들어오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창작산업의 구조 변화, 시장 경쟁, 인센티브(유인)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인정 여부에 따라 **경제적 이해관계자(창작자, 기업, 소비자)**들의 손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경제적 분석이 요구된다.


1. 창작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창작 관련 일자리와 산업 구조의 변화이다. AI는 콘텐츠 생산 비용을 극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전문 작가나 예술가에게 높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었던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을 이제는 AI를 통해 짧은 시간에 저렴하게 생성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콘텐츠 생산비 절감과 효율성 증대라는 이점이 있어 AI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곧 인간 창작자들의 일부 역할이 대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부 언론사는 단순 금융기사나 스포츠 경기 결과 기사 등을 AI로 자동 작성하여 기자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고, 광고 업계나 디자인 업계에서도 시안 제작 등에 AI 활용이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창작자들의 일자리 축소와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된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게임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을 작곡가에게 의뢰했지만, 이제는 상업용 AI 음악 생성 서비스를 통해 저렴하게 라이선스 음악을 얻는 일이 늘고 있다. 미술 분야에서도 AI로 생성한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수주 기회가 줄어들 우려가 나온다. 영상 산업에서는 AI로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을 합성하거나, 군중 장면을 AI로 생성함으로써 엑스트라나 VFX 아티스트의 수요가 줄 수도 있다. 이처럼 AI가 인간 창작자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가속되면, 창작 분야 고용 구조가 재편되고 실업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산업 윤리 및 문화 다양성의 위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기회와 산업 확대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AI 덕분에 콘텐츠 생산량이 증가하고 개인화된 창작물 서비스 등의 신시장 창출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AI로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음악 플레이리스트나 이야기를 생성해 주는 맞춤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등장할 수 있다. 또한 AI를 다루는 새로운 직업(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이 생겨나는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전환도 일어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인쇄술, 사진기 등이 등장했을 때도 일부 예술 분야가 타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대중문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AI 창작물이 가져올 산업적 영향은 단순한 일자리 감소에 그치지 않고, 창작의 총량 증가와 소비 확대로 이어져 전체 산업 파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2. 시장 경쟁과 작품의 가치


AI 창작물의 법적 지위는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준다. 현행법 아래서 AI 산출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원칙적으로 누구나 그 결과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콘텐츠 시장에서 인간 vs AI 창작물이 경쟁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저작권 걱정 없이 무료로 쓸 수 있는 AI 이미지와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는 인간 사진작가의 이미지 중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많은 이들이 전자를 택하려 할 것이다. 이는 인간 창작물에 대한 수요 감소와 시장가격 하락을 불러와, 많은 창작자들의 생계와 수익 모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창의적 수준이 높지 않은 범용 콘텐츠(소위 “낮은 창의성”의 작품) 시장부터 AI가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스톡 이미지나 BGM 음원처럼 대량으로 소비되는 저가 콘텐츠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AI산 출력물이 인간 창작물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여 보호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AI가 만든 콘텐츠도 독점적 권리가 인정되므로, 이를 사용하려면 **권리자(예: AI 개발사나 이용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겉보기엔 인간 창작물과 대등한 조건에서 시장 경쟁을 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이는 AI 창작물의 공급자 측에 유리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AI는 대량생산과 복제 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하고, 작품을 무한정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권리가 인정되면 콘텐츠 시장을 소수의 AI 공급자들이 장악하는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예를 들어 강력한 AI로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생성해 놓고 모두 저작권 등록을 해버린다면, 그 이미지들을 쓰고 싶은 수요자는 해당 기업에 일괄적으로 이용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과도한 집중과 독점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AI 생성물에까지 권리가 남발되면,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 영역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문장이나 그림조차 AI가 먼저 생성하여 권리를 선점하면, 나중에 인간이 유사한 창작을 했을 때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부작용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시장 가치 측면에서는, 인간이 만든 작품과 AI 작품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일부 예술 시장에서는 “AI가 만든 작품이라면 희소성이 낮고 예술적 가치도 낮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동일한 그림이라도 AI 작품은 인간 작품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경매에 출품된 AI 생성 그림이나 음악에 대해서 수집가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 AI 예술품이 화제가 되어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예: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가 생성한 회화 작품이 43만 달러에 낙찰된 사례). 이러한 사례들은 희소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예술시장에서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레이블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도 AI 창작물은 인간 창작물과 다른 시장 세분화를 통해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중용 상업 콘텐츠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창작 주체에 개의치 않고 품질과 가격으로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에, 인간 창작물의 차별화 전략 또는 품질 향상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3. 인센티브 구조와 혁신


지식재산권 제도의 경제적 목적은 창작 및 혁신을 장려하는 인센티브 제공에 있다. AI 창작물에 대한 지재권 인정여부도 이러한 인센티브 구조와 관련지어 검토해야 한다. 우선, AI 창작물에 아무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AI를 통해 나온 결과물은 사실상 공공재가 되어 누구나 이용 가능하므로, 콘텐츠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을지 모르나 AI 개발 투자자는 수익을 얻기 어려워진다. 기업이 거액을 들여 우수한 창작 AI를 만들어도 그 산출물을 독점·판매할 수 없다면, AI 개발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AI 기술 혁신의 둔화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잠재적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예: 자동화된 콘텐츠 생산 플랫폼 등)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제한적이라도 AI 창작물에 권리 부여가 필요하며, 그래야만 관련 산업의 발전과 투자 촉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AI 창작물에 현행 저작권과 동일한 수준의 강한 권리를 부여하면 어떨까? 이 경우 AI 개발자나 사용자에게도 인간 창작자와 똑같은 독점권이 주어지므로, 겉보기에 혁신 유인은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 왜곡과 인간 창작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 분쟁이 오히려 난립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서로 다른 AI가 유사한 작품을 생성했을 때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AI 산출물이 기존 인간 작품을 부분적으로 모방했다면 저작권 침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도 복잡해진다. 이는 소송 비용 증가와 법적 불확실성을 야기하여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 생성형 AI의 데이터 학습과 산출물 유사성 문제로 여러 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법적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급히 AI 산출물에 기존과 같은 저작권을 인정한다면, 분쟁 해결 비용이 이익을 상회하여 **경제적 순효과가 오히려 음(-)**이 될 위험도 있다.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핵심은 AI 창작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면서도, 시장의 공정 경쟁과 혁신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지식재산권의 강도와 범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너무 약한 보호는 혁신 의욕을 꺾고 무임승차 문제(free-rider problem)를 초래하며, 너무 강한 보호는 독과점과 진입장벽으로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제한적 보호나 새로운 유형의 권리 도입 등 창의적 해법이 요구된다 (다음 결론 부분에서 제언). 궁극적으로 AI와 인간 창작자 모두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지식재산권 제도는 그 균형을 맞추는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AI 창작 사례와 기존 창작자와의 갈등


AI가 실제 창작 현장에 적용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기존 인간 창작자들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음악, 문학, 미술, 영화 등 각 분야별로 AI 활용 사례와 논쟁을 살펴보면, 어떤 충돌이 발생하고 법·산업 측면에 어떤 영향이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음악 분야: AI 작곡과 가수 음성 합성


AI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AI 작곡가이다. 이미 2010년대에 작곡 AI “AIVA”는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 음반을 발매했고, 프랑스 저작권협회(SACEM)에 정식 작곡가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둘째는 최근 이슈인 AI 보컬 합성으로, 유명 가수의 목소리 특징을 학습한 AI가 마치 그 가수가 부르는 듯한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23년 4월 틱톡 사용자 ghostwriter977이 공개한 곡 “Heart on My Sleeve”는 캐나다 래퍼 드레이크(Drake)와 가수 위켄드(The Weeknd)의 목소리를 본뜬 AI 보컬이 참여한 곡으로 폭발적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실제 두 가수가 부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원 스트리밍에서 수십만 회 재생되었으나,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 논란 속에 결국 내려졌다. 해당 곡에는 타 아티스트의 무단 샘플이 포함되어 있어 저작권 침해로 삭제되었지만, 정작 AI가 흉내 낸 가수 목소리 자체는 기존 저작권법으로 제어하기 애매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 사건 이후 음반업계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에 **“AI가 학습에 우리 아티스트 음원을 쓰지 못하게 차단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음악 분야에서는 AI로 인한 무단 이용(가수 음성, 작곡 스타일 등)과 기존 권리 체계의 공백이 충돌하면서, 향후 저작권 외에 퍼블리시티권이나 상표권 등을 활용한 차단, 혹은 새로운 법제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2. 문학·언론 분야: AI 작성 기사와 소설


자연어 생성 AI의 발달로 소설, 시, 기사와 같은 문장 기반 창작도 AI가 부분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사의 Dreamwriter AI는 기업 재무보고서나 뉴스기사를 자동 작성하여 실제 포털에 송출해 왔고, 2019년에는 이 AI가 쓴 기사를 무단전재한 다른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AI 작성 기사도 보호된다는 중국 법원의 첫 판단이 있었다. 반면 미국이나 한국 언론에서는 AI기자에 의한 기사 생산을 시도하면서도, 오류 책임 문제와 콘텐츠 신뢰도 이슈로 완전 자동화에 신중한 상황이다. 문학 분야에서는 GPT-4와 같은 강력한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AI 소설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실제로 해외에서 AI가 쓴 단편 소설집이 출판되거나, 인터넷에 AI가 작성한 팬픽이나 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간 작가들은 자신의 문체나 스토리가 모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SF작가 협회 등은 출판사들에 “AI가 생성한 글은 투고받지 않겠다”는 지침을 요청하고, AI가 학습한 데이터 목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아직 AI 문학작품의 저작권 문제가 본격 대두된 사례는 없지만, 향후 AI 소설이 인기를 끌 경우 인간 작가와의 시장 경쟁, 표절시비 등이 불가피하다. 또 하나, 번역 AI의 발전으로 인한 문학 번역가들의 입지 축소도 문학계의 갈등 요소다 (기계번역 출력물의 저작권 귀속문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문학·언론 분야의 갈등은 주로 품질과 신뢰성, 그리고 인간 고유의 창의성 가치를 둘러싼 논쟁으로, AI가 내는 결과물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3. 미술·디자인 분야: AI 그림과 예술가 권리


AI 미술(Art) 분야는 생성형 AI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2022년부터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의 이미지 생성 AI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AI로 그림 그리기가 대중화되었다.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누구나 AI에 텍스트로 지시어(프롬프트)를 입력해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자, 전통적인 미술 창작자들은 위기감을 드러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와 콘셉트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 수천 장을 AI가 무단 학습하여 유사한 화풍의 그림을 양산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2023년 초 미국에서는 유명 일러스트 작가 3인이 Stable Diffusion과 Midjourney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AI가 훈련 데이터로 사용한 수백만 작품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첫 법적 대응이다. 한편, 법적 다툼과 별개로 예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예술가는 AI를 창작 파트너로 활용하여 새로운 표현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이들은 AI 그림을 예술로 인정할 수 없고 **“인간 예술가의 영역을 침해한 기계 출력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미술 전시회나 공모전에서도 AI 작품의 출품을 제한하거나 명시적으로 라벨링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콜로라도 주 박람회 사례처럼, 규정 미비로 AI 작품이 수상한 후 논란이 일자 다음 해부터는 AI 이용 여부를 명기하도록 변경한 사례가 있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상업적 로고, 아이콘, 웹디자인 등에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하는 일이 늘면서 인간 디자이너들의 수주 감소 우려와 함께, AI 이미지의 저작권 부재로 인한 클라이언트의 법적 불안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AI가 만든 로고를 써도 되는지, 나중에 누군가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마음대로 사용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기업은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요컨대 미술·디자인 분야의 갈등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창작 도구의 발전 사이에서 방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4. 영상·영화 분야: 시나리오, 영상합성 그리고 배우 권리


영화와 영상 산업에서도 AI는 시나리오 작성, 영상 합성, 편집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AI 시나리오 작가는 방대한 각본 데이터를 학습해 줄거리를 생성하거나 대사를 제안할 수 있고, 일부 독립영화에서는 AI가 쓴 단편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AI 각본은 인물의 감정선이나 창의적 발상 면에서 인간 작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아 아직 보조적 수단에 머물고 있다. 영상 합성 분야에서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대표되는 AI 영상 생성이 논란이다. 생존하거나 고인이 된 배우의 얼굴을 AI로 합성하여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고, 실제로 루카스필름 등에서 고已 인물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하는 데 쓰였다. 이에 대해 배우 조합에서는 배우들의 초상과 연기를 AI로 영구히 이용할 경우 배우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반발했고, 2023년 할리우드 배우·작가 파업에서도 AI 사용 규제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배경 그림이나 단역 캐릭터를 AI로 생성하여 제작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지만, AI가 만든 영상 요소의 저작권 귀속 문제와 품질 관리 문제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로 생성한 애니메이션 컷신에 대해 제작사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또는 AI가 학습한 기존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의 파편이 섞여 나와 저작권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지 고민이 따른다. 영상 분야의 길항은 궁극적으로 창의적 품질 vs. 생산 효율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AI로 상당 부분 자동화된 영상 제작은 대량의 콘텐츠 공급을 가능케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콘텐츠 양산과 창의성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감독과 창작자들은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최종 창작은 인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키려 한다. 법적으로도 배우의 퍼블리시티권, 저작인접권(예: 영상제작자의 권리) 등으로 AI 활용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예컨대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배우의 음성·모습을 AI로 재현하려면本人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영화·영상 산업에서도 AI 활용을 둘러싼 규범 형성이 진행 중이며, 그 방향은 인간 창작자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기술을 활용하는 절충점 찾기로 모아지고 있다.


이상 살펴본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AI의 창작 능력이 향상될수록 기존 인간 창작자들의 권리와 입지가 도전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개인 창작자의 불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법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연결되고 있다. 저작권 침해 소송, 노동조합의 요구, 플랫폼의 정책 변화 등으로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와 규칙이 재검토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들은 결국 AI 창작물의 지적 소유권을 어떻게 다룰지에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주요 국가별 법률 및 사례 비교


앞서 각국의 법적 관점을 개괄하였지만, 이를 좀 더 일목요연하게 비교하기 위해 표 형태로 정리하였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 한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AI 창작물 저작권에 대한 입장과 사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이미 앞서 상세 논의한 내용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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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주요 국가의 AI 창작물 저작권 법제 동향 및 사례 비교


위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가는 AI 창작물에 대해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인간이 어느 정도 개입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보호하려는 흐름이 있다. 영국은 이론적으로 가장 관대하게 컴퓨터 생성물도 보호하나, 이는 결국 **인간을 법정 저작자로 의제(擬制)**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사례는 AI 시대에 걸맞게 유연한 해석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인간의 통제와 기여를 강조한 것이었다. 한편, 국제 사회에서도 통일된 기준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2019년부터 “AI와 IP에 관한 대화”를 주관하며 회원국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회원국 다수가 “현 단계에서 AI 자체에 법적 권리 부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I 개발 선도국을 중심으로 관련 법제의 주도권 경쟁도 보이고 있어, 향후 국제 표준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규율이 공존할 전망이다.


결론 및 제언


AI 창작물의 지적재산권 인정 여부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어떤 조건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앞서 살펴본 법적·윤리적·경제적 분석을 종합하면, AI 창작물에 대한 지적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제한적·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완전히 배제할 경우 (즉, AI 산출물을 전부 공공재로 취급할 경우) 발생하는 투자위축과 시장혼란의 부작용을 무시하기 어렵고, 반대로 무분별하게 인정할 경우 인간 창작자의 권익 침해와 창작 생태계 훼손이라는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절충적 해법으로서, 아래와 같은 인정 기준과 제도 개선 방안을 제언한다.


인간의 창의적 개입을 기준으로 한 저작권 인정: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법적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AI를 단순 보조 도구로 활용하여 최종 산출물의 표현형태를 인간이 실질적으로 지시하거나 수정한 경우, 그 작품은 기존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저작자의 것으로서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현재 미국, EU, 한국 등 다수 국가의 방침과 부합한다. 반면 인간의 개입이 극미하거나 없는 경우, 예컨대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설령 독창적으로 보이더라도 인간 저작물을 구성하는 요건(인간의 사상·감정 표현)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각국 저작권법에 “AI 활용 저작물”에 관한 정의와 보호요건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생성한 표현물로서, 인간이 그 결과물의 선정·배열 또는 창작 방향에 창의적으로 관여한 경우에 한해 저작물로 본다”와 같은 조항을 두어, 인간 개입의 유무/정도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에 명시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된 내용을 법조문이나 시행령에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미국도 저작권청의 내부 기준을 넘어 입법적 정비가 논의될 수 있다.


새로운 권리 형식 도입 검토: AI 완전자율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을 아예 부인하면, 앞서 논의한 경제적 인센티브 문제가 남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작권보다 약한 형태의 배타적 권리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권(15년 보호)**이나 실연·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처럼, 투자와 성과에 대한 한시적 보호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AI 개발자나 운영자가 AI 산출물을 공개하는 경우, 짧은 기간(예: 5년 또는 10년 이하) 동안 타인이 무단 복제·배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AI 생성물에 대한 신규 인접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혁신 기업이 일정 기간 수익을 창출하여 투자 회수를 할 수 있으면서도, 인간 저작권처럼 장기간 독점이 아니므로 공정 이용과 2차 창작을 저해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권리 도입은 권리남용과 경합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도입 여부와 범위에 대해 신중한 국제 공조와 논의가 필요하다. 영국 등은 기존 저작권법에 컴퓨터 생성물 보호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되고, 미국이나 한국은 입법을 통해 이러한 sui generis 권리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투명성 확보와 라벨링 제도: 법적 권리 인정과 별개로, AI 생성물의 식별과 추적을 위한 제도도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어떤 콘텐츠가 인간이 만들었는지 AI가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 분쟁이 생기곤 한다. 이에 AI로 생성된 콘텐츠에는 이를 명시하는 라벨이나 메타데이터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예컨대 온라인 플랫폼에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AI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거나, 주요 AI 생성 서비스들이 출력물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AI 콘텐츠 식별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투명성 장치는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고 사용자들의 혼란을 줄여주며, 추후 AI 학습데이터 관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더불어 이용자들에게 AI 생성물과 인간 창작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그 가치를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소비자 주권 측면의 효과도 기대된다.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보호 및 보상: AI 창작물 논쟁의 밑바탕에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방대한 저작물 데이터의 처리 문제가 자리한다. AI 훈련 데이터 수집·이용에 관한 명확한 규범을 마련하여, 원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하다. 각국 저작권법의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 예외조항 등을 정비하여, 연구 목적이 아닌 상업적 AI 학습에는 사전에 저작권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한편, 포괄적 라이선싱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저작권 신탁단체를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사용료를 징수·분배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각예술의 경우도 이미지 플랫폼이나 연합을 만들어 비슷한 라이선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AI가 기존 작품을 활용한 대가가 원 창작자에게 돌아가 공정성을 높일 수 있고, AI로 생성된 산출물에 대해서도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AI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져, AI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것이다.


국제 협력과 조화: 디지털 시대에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드므로, AI 창작물 지재권에 관한 국제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각국의 입법이나 판례가 달라서 한 국가에서는 보호되는 AI 작품이 다른 국가에서는 공중의 자유이용 대상이라면, 글로벌 비즈니스 전개에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WIPO를 중심으로 국제 조약 또는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여, 최소한의 공통 원칙(예: 인간 개입 요건, AI 저작물 표시에 관한 권고, 국제 라이선싱 프레임워크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 우선의 기준을 고집하기보다, 공동의 이해대상으로서 AI 시대의 IP 질서를 형성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도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국내 산업계와 창작자의 목소리를 반영함과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법제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재산권 체계는 **“인간의 창의성 존중”**과 “기술 혁신 장려”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AI 창작물의 지적 소유권을 무조건 인정하거나 배제하는 극단적 입장보다는, 조건부로 제한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접근이 현시점에서는 최선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제도 정비와 산업계의 자율규범 확립, 그리고 국제적 협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AI와 인간이 함께 창조하는 새로운 창작 시대에서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Dentons - Copyright and AI – the Korean View

https://www.dentons.com/en/insights/articles/2022/april/11/copyright-and-ai-the-korean-view#:~:text=One of the most significant, the question arises as to

AI and copyright | Novagraaf

https://www.novagraaf.com/en/insights/ai-and-copyright-first-ruling-european-court#:~:text=the court dismissed the argument

Copyright Protection for AI Works: UK vs US | Privacy World

https://www.privacyworld.blog/2023/07/copyright-protection-for-ai-works-uk-vs-us/#:~:text=Under English law%2C specifically the, Assuming their comic is

Gov't to exclude AI content from copyright protection - The Korea Times

https://www.koreatimes.co.kr/www/tech/2023/12/129_365877.html#:~:text=After an intense debate%2C the, without creative intervention by humans

South Korea grants copyright to AI generated work, ‘AI Suro’s Wife’ film as work edited by humans – Chat GPT Is Eating the World

https://chatgptiseatingtheworld.com/2024/01/08/south-korea-grants-copyright-to-ai-generated-work-ai-suros-wife-film-as-work-edited-by-humans/#:~:text=According to the AI Times%2C, editing the AI generated works

JPAA Discussed Copyright Issues amid Rising Attention to the Breakout of Generative AI | Articles | Shiga International Patent Office

https://shigapatent.com/en/topics/copyright-generative-ai/#:~:text=Can copyright exist on AI, contents

Copyright for AI-generated works: a task for the internal market? - Kluwer Copyright Blog

https://copyrightblog.kluweriplaw.com/2023/02/08/copyright-for-ai-generated-works-a-task-for-the-internal-market/#:~:text=Proponents of extending copyright protection, users will prefer the former

Federal Court Rules Work Gener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Alone Is Not Eligible for Copyright Protection | HUB | K&L Gates

https://www.klgates.com/Federal-Court-Rules-Work-Generated-by-Artificial-Intelligence-Alone-Is-Not-Eligible-for-Copyright-Protection-8-30-2023#:~:text=Perlmutter ecf,generated content

Legit or Lawsuit – Fake Drake AI Song | Weintraub Tobin - JDSupra

https://www.jdsupra.com/legalnews/legit-or-lawsuit-fake-drake-ai-song-7985646/#:~:text=Earlier this month%2C a new,or the artist can do





8장 3절.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셋 구축과 인증: 필요성과 중요성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방대한 새로운 지식과 콘텐츠가 생성되고 있다. 유로폴의 보고서에서는 2026년까지 인터넷상의 콘텐츠 중 최대 90%가 AI에 의해 생성된 것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AI 생성 지식의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그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데이터셋의 품질과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AI 모델이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하면 허위 정보나 편향된 결과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으며, 이는 의사결정 및 지식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셋 구축과 투명한 인증을 통해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출처와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실제로 AI 커뮤니티 내에서도 훈련 데이터셋의 내용과 출처에 대한 투명성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데이터셋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AI 알고리즘에 대한 책임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한 연구는 데이터셋의 출처와 생성과정 정보 공개가 AI 결과의 재현성과 편향 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MIT 등에서 1,800여 개의 공개 텍스트 데이터셋을 감사한 결과, 70% 이상이 라이선스 정보 누락 등의 메타데이터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데이터셋 투명성 부족이 법적·윤리적 문제는 물론 모델 성능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데이터셋을 구축할 때부터 체계적인 문서화와 검증 절차를 도입하여, AI 모델의 책임 있는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가 간 데이터셋의 상호 인정과 국제 표준 마련도 시급하다.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글로벌 AI가 등장하는 시대에, 한 국가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은 데이터셋이라면 다른 국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통의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각국이 별도로 데이터 신뢰성을 검증하는 중복 노력을 줄이고, 국제 협력을 통해 더 풍부한 데이터 자원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많은 데이터 거버넌스 이슈는 개별 국가 차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각국의 데이터 보호 규범이 달라서 생기는 장벽을 낮추고 데이터의 상호 호환성과 이동을 높이기 위한 국제 기준이 마련된다면, AI 시대의 글로벌 데이터 공유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 데이터셋이란 특정 도메인이나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이나 연구 커뮤니티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데이터셋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언어 모델을 위한 웹 크롤링 텍스트 모음이나 자율주행을 위한 방대한 영상 데이터셋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데이터셋을 구축할 때는 데이터 수집, 정제, 라벨링, 검증의 일련의 절차를 거쳐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 데이터셋의 신뢰성 검증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활용된다:

데이터 수집 단계의 통제: 다양한 출처에서 데이터를 모을 때 저품질 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고, 대표성 있는 표본이 확보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크롤링한 웹 데이터라면 악성 정보나 중복 데이터를 필터링한다.


전문가에 의한 어노테이션 및 검수: 수집된 데이터를 사람이 해석할 수 있는 레이블로 붙이는 과정에서 다수의 어노테이터를 활용하고, 다단계 검수를 통해 오류를 줄인다.


데이터 문서화와 투명성: 각 데이터셋의 구성, 출처, 라이선스, 전처리 방법 등을 명시한 데이터 시트(datasheet)를 작성하여 공개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데이터셋의 배경과 한계를 이해하도록 한다. 이는 AI 개발의 재현성을 높이고, 의도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예방해 준다.


편향 및 품질 테스트: 데이터셋에 내재한 편향이나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데이터 감사(audit)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인구통계학적으로 편중된 샘플만 있는지, 라벨 오류는 없는지 검사하고 시정한다. 이때 발견된 편향은 별도로 명시하거나 보완을 위해 추가 데이터 수집을 고려한다.


기술적으로도 데이터셋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MIT 연구진은 데이터셋의 생성자, 출처, 라이선스 정보를 자동으로 요약해 주는 Data Provenance Explorer 도구를 선보였는데, 이처럼 데이터셋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체계화하면 규제기관이나 개발자들이 데이터셋의 신뢰성을 손쉽게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AI 윤리 및 거버넌스 차원에서 일반 데이터셋에 대한 인증된 품질 보장 체계를 마련하는 기반이 된다.


소버린 데이터셋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국가가 자국 내 생성된 데이터를 보호하고 통제하여 구축한 데이터셋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는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민의 개인정보와 자국에서 생산된 중요 데이터를 외부의 무분별한 이용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합니다. 데이터 주권이란 한 나라나 관할 지역의 법과 규제가 그 영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 적용되고, 해당 정부가 데이터의 수집·저장·처리·배포를 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는 개념이다. 이를테면 어떤 국가에서는 자국민의 개인정보나 주요 산업 데이터를 반드시 국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요구하거나, 해외로의 반출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데이터 지역화 정책을 채택하기도 한다.


각국의 데이터 정책은 그들의 가치와 전략에 따라 상이하다. 유럽연합(EU)은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 권리 중심의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글로벌 기업에도 막대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디지털 주권을 확립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규제는 역외 기업이라도 EU 시민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EU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하여,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 통제권을 갖도록 한 사례이다. 반면 미국은 비교적 시장 주도와 자율 규제를 선호하여 연방 차원의 포괄적 개인정보법이 없고,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다만 최근에는 AI 윤리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늘고 있어 점차 규제 강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강력한 법률 체계를 통해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한 데이터 통제를 강조한다. 이는 방대한 인구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를 국가가 관리하며, 외국 기업의 데이터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각국의 접근 차이는 디지털 주권 확립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국가 간 데이터 거버넌스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버린 데이터셋을 구축할 때 한편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국제적 데이터 흐름과 협력이다.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여 각국이 자국 데이터만을 고립시킨다면,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 공유를 통한 혁신과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데이터 상호 인정과 표준 조율이 필요하다. 좋은 예로 2019년 EU와 일본은 서로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동등하다고 상호 인정하여, 양측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가능케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 상호 적정성 결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안전한 데이터 전송 영역이 탄생했고, 양 지역 기업들은 추가적인 법적 절차 없이도 서로 간에 개인정보를 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협력은 데이터의 국경 간 흐름에 신뢰를 부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 다른 국제적 노력으로 일본이 제안한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 자유 이동(DFFT)” 구상이 있다. DFFT는 국가들이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보장하는 신뢰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흐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G20 등 국제무대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차원에서 공통 원칙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각국의 소버린 데이터셋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중요한 방향이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상업적 이해관계나 국가 안보와 무관하게 학술적 연구 목적으로 구축되는 데이터셋을 가리킨다. 과학자들과 학자들은 정확한 이론 검증과 새로운 발견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데이터셋은 지식의 진보를 뒷받침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띠게 된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의 구축에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정확성과 객관성이 최우선이다. 연구 데이터는 실험이나 관측을 통해 얻은 사실의 기록이므로, 여기에는 왜곡이나 오류가 없어야 한다. 만약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가 잘못되었으면 그 위에 세워진 학설이나 모델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술 데이터셋은 채집부터 분석까지 엄격한 품질 관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표본이 편중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실험 장비의 교정 및 데이터 처리 과정의 검증 등 체계적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재현성과 투명성이다. 학술 연구는 재현(reproducibility)이 핵심 가치이므로, 동료 연구자가 같은 데이터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셋을 공개 저장소에 공유하거나, 최소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 권장된다. FAIR 원칙(Findable, Accessible, Interoperable, Reusable)에 따라 데이터를 관리하면, 연구 데이터가 더 쉽게 찾고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오픈 사이언스 실천으로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면 다른 연구자들이 해당 결과를 검증하거나 새로운 연구에 재사용할 수 있어 과학적 신뢰성이 높아진다. 한 예로 PLOS 등 학술 퍼블리셔는 논문 투고 시 데이터셋과 코드를 공개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학문 공동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움직임이다. 오픈 데이터는 연구자들이 서로의 결과를 검증하고 재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수단이며, 데이터를 영구히 보존하여 과학기록으로 남기는 역할도 한다.


셋째, 학문적 자유와 독립성의 보장이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정치적·상업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나 기업의 간섭 없이 학계 주도로 데이터셋을 구축·관리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국제기구나 학술 단체들이 주관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유전체 데이터 등과 같은 글로벌 데이터 프로젝트는 여러 국가의 연구자가 데이터를 공동 생산하고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인류 지식에 기여한 사례이다. 또한 데이터 왜곡 방지를 위해 원본 데이터에 대한 무결성 검증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쓰면 연구 데이터의 변경 이력을 남겨 고의적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은 연구 데이터셋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고 변경 불가능한 기록을 남겨, 연구 결과가 온전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이는 부정행위나 데이터 조작으로부터 학문적 신뢰성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학계의 자율성과 진실성을 수호하는 기반이며, 나아가 인간의 탐구 정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학문적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외압으로 왜곡되면 올바른 지식 축적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통찰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술 연구자들은 데이터셋 구축 시에 높은 기준의 윤리와 품질을 준수해야 하며, 정책적 측면에서도 학술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자유 보장이 필요하다.


오늘날 데이터는 경제안보와 국권에 직결되는 전략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버린 데이터셋은 한 국가가 자국 데이터에 대한 자주권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여러 이점이 있다.


첫째,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 정부는 국방, 치안, 에너지, 금융 등 핵심 분야의 데이터가 외국에 유출되거나 조작되지 않도록 통제함으로써 안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민감한 개인 정보나 산업 기밀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가면 자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경제적 손실, 나아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소버린 데이터셋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경제 주권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소버린 데이터셋은 필수적이다. 데이터는 AI 시대의 연료와도 같아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주체가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만약 한 국가의 귀중한 데이터(예: 국민 소비패턴, 교통·위성 데이터 등)가 모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타국 기관에 종속된다면, 국내 기업이나 기관들은 데이터 접근권을 잃고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소수 해외 기업에 데이터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소버린 데이터셋을 구축해 자국의 방대한 데이터를 국내에서 축적·관리하면, 자국 기업과 기관의 AI 혁신에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디지털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셋째, 문화적·정치적 자율성 확보이다. 각 사회는 고유한 문화와 규범을 가지고 있는데, 데이터는 그 사회의 구성원 행태와 언어 등을 반영한다. 소버린 데이터셋은 자국의 언어, 문화 맥락이 반영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여 AI를 개발함으로써, 문화 주권을 지킬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AI 모델이 특정 언어나 문화에 편향되어 있다면, 그 외 국가들은 부정확한 서비스나 정보 왜곡을 겪을 수 있다. 한국어에 특화된 소버린 데이터셋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한국 사용자를 위한 AI의 성능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정책 결정에도 자국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현실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버린 데이터셋은 국가의 자율성 유지와 안전 보장, 그리고 경제 발전에 긴밀히 연관된 중요 자산이다. 다만 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논의한 것처럼 국제적 신뢰 체계 속에서 상호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래야 데이터 주권과 글로벌 협력이 조화를 이루어, 국가 이익과 국제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부상으로 자동화된 분석과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간의 통찰력과 판단력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남아 있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이러한 인간 고유의 통찰을 지탱하는 **지식의 보고(寶庫)**로서 역할을 한다. 왜 그것이 중요한지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의 기반이다. 학문적 데이터셋은 검증된 사실과 엄밀한 연구로 채워져 있어, AI가 산출한 결과를 인간이 교차 검증하고 해석하는 데 활용된다.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훈련 데이터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우며,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의미를 착각하거나 허구 정보를 생성(인공지능 환각) 하기도 합니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는데, 이때 신뢰할 수 있는 학술 데이터셋이 뒷받침되어야 인간 전문가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복잡한 의사결정에는 맥락과 인간의 통찰이 필수적이며, AI는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정책 결정이나 윤리적 판단처럼 여러 요소를 종합해야 하는 문제에서는 데이터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인간 지도자의 식견이 요구되는 부분이 그런 것이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이러한 인간 식견을 강화하는 지식적 토대가 되어 준다.


둘째, AI에 대한 인간의 주도권 유지이다. AI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자칫하면 인간이 그 판단에 맹종하거나 “블랙박스”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검증된 데이터셋과 지식체계가 건재하면, 인간은 AI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학 논문 데이터셋, 과학 실험 데이터 등이 충실히 구축되어 공개되어 있다면, 의료 AI의 진단 결과에 대해 의사가 근거 자료를 직접 참고하며 이중 확인을 할 수 있다. 이는 AI와 인간의 균형 잡힌 협업을 가능케 하여, 최종적인 리더십은 인간이 쥐고 있도록 만든다. 달리 말해,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인간 전문가가 AI의 한계를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셋째, 장기적인 지식 축적과 교육 측면이다. 오늘날 생성형 AI가 방대한 정보로부터 즉각적인 답변을 주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어진 데이터의 패턴에 기반한 것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 발전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몫이며, 이런 창조적 과정에는 기존 학문 지식의 축적이 필수이다.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교과서나 학술 DB, 역사 기록처럼 우리가 쌓아온 지식의 정수를 담고 있어, 미래 세대의 교육과 연구에 활용된다. 이러한 축적된 데이터 없이는 AI도 양질의 답변을 할 수 없을뿐더러, 인간도 새로운 통찰을 얻기 어렵다. 결국 인류의 리더십은 지식의 계승과 확장에서 나오는데, 순수학문 데이터셋이 그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요약하면, 순수학문 데이터셋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핵심적인 통찰과 판단을 유지하도록 돕는 지식 인프라가 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경험과 지혜를 축적한 문화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자산을 잘 가꾸고 지켜서 AI와 공진화해야 하며, 어디까지나 AI는 도구이고 의미 부여와 결정은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데이터셋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증 체계와 국제 기준의 마련은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마치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이나 회계 감사 기준이 있듯이, 데이터셋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윤리가 확보되었음을 증명하는 공인된 표준이 필요함을 뜻한다. 이러한 데이터셋 인증 및 표준화, 그리고 기술적 구현 방안을 살펴보려 한다.


글로벌 데이터 인증 체계 구축 방안: 국제 표준화 기구와 각국 정부, 산업계가 협력하여 데이터셋 품질과 관리에 관한 표준 규격을 정하고 인증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SO에서는 데이터 품질에 관한 국제 표준 ISO 8000을 제정하여 데이터 정확성, 완전성 등의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ISO 8000은 글로벌 데이터 공급자와 소비자가 공통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품질 기준을 제공하여, 데이터 교환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나 오류를 줄여준다. 이처럼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 데이터셋을 심사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의료 AI용 임상 데이터셋이라면, 해당 분야 전문가와 국제 표준을 준거로 데이터 수집 절차, 익명화, 정확도를 점검받아 인증서를 발급받는 식이다. 이러한 인증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관이나 국민들에게 품질 보증서 역할을 하여 신뢰를 높이고, 데이터 거래나 공유도 원활하게 한다.


국가 간 데이터 상호 인정 및 협력 사례: 앞서 언급한 EU-일본 간 상호 Adequacy 승인처럼, 국가 또는 지역 간에 데이터 보호 및 인증을 상호 인정하는 협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쪽에서 승인한 데이터셋이나 데이터 사용이 다른 쪽에서도 추가 검증 장벽 없이 활용될 수 있다. APEC CBPR(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의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 제도 역시 여러 국가가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프로그램을 상호 인증하는 체계이다. 또한 각국의 법제 및 표준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데이터 거버넌스 원칙을 합의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유엔 등에서 추진하여, 모든 국가가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데이터셋 관리 원칙과 인증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은 각국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 교류를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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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중앙집중식 학습과 연합학습의 비교 개념도.

좌측 (a)은 중앙 집중식 학습으로, 모든 참여자가 자기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 모델을 훈련한다. 우측 (b)은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으로, 각 장치는 자신의 로컬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업데이트(모델 파라미터)*만 중앙에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원본 데이터는 로컬에 남긴 채 각자 학습한 결과를 모아 글로벌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방식은 민감한 데이터의 원본을 외부에 제공하지 않으므로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여러 기관이 협력 학습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연합학습은 병원들끼리 환자 기록을 공유하지 않고도 공동으로 병원 AI 모델을 개선하거나, 여러 국가의 기관들이 데이터 이동 없이도 분산된 데이터로 AI를 훈련하는 등에 활용되어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셋의 무결성 인증에 유용한 도구이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고 변경 불가능하게 기록하는 기술로, 이를 데이터셋 관리에 응용하면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 데이터셋이 블록체인에 등록되면, 이후 데이터 값의 변경이나 추가가 모두 기록되어 원본 데이터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셋 인증에 있어 전자 봉인 역할을 하며, 데이터 출처 증명(프로비넌스)에도 활용된다. 특히 연구 데이터의 경우 블록체인으로 변경 불가능한 감사 추적(audit trail)을 남겨두면, 학술적 무결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된다. 다만 블록체인 사용 시 개인정보의 영구 저장 문제 등 프라이버시 이슈를 조정해야 하며, 대용량 데이터의 저장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온체인-오프체인 연계 등의 기술적 설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거버넌스 기술 전반으로는, 데이터 카탈로그와 레지스트리(데이터 목록화 및 메타데이터 관리 도구), 접근제어와 익명화 도구, 연합 querying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있다. 유럽의 국제데이터공간(IDS) 같은 프로젝트에서는 신뢰 프레임워크에 따라 데이터 공급자와 이용자가 공통의 규약을 준수하도록 하고, 인증된 데이터 커넥터를 통해서만 데이터 교환이 이뤄지게 하는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따르면 각 참여자는 자신의 데이터 사용 조건을 붙여 데이터 공유를 내어줄 수 있고, 수신 측은 그 정책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사용에 대한 통제권(주권)을 유지하면서도 협업이 가능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영역에서는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 – 예를 들어 차등 개인정보 보호(differential privacy)나 동형암호 – 등을 통해 데이터셋을 활용하면서도 개인식별정보 유출 위험을 낮추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요약하면, 이러한 기술적 수단들은 데이터셋의 인증된 신뢰성을 유지하고 국제적으로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여, 정책/제도적 노력과 함께 데이터 시대의 거버넌스를 지탱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데이터셋 구축과 인증에 관한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정리하고자 한다. 이는 국제 협력, 국가 데이터 주권, 학술 데이터 환경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한 방안들이다.

국제 데이터 협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국가 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를 위해 다자간 협정이나 국제기구 주도의 협력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OECD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 자유이동 with Trust” 원칙을 구체화한 국제 협약을 체결하고, 참여국들이 데이터 보호법제와 인증 기준을 서로 호환성 있게 정비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유엔 차원의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위원회를 조직하여 각국의 이해를 조율하고, 분쟁 발생 시 중재 메커니즘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거래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목표는 데이터를 글로벌 공공재로서 안전하게 활용하면서도 각국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 포용적 데이터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과 글로벌 협력의 균형 유지: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과도한 데이터 보호주의로 인한 혁신 저해를 막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데이터 분류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즉, 데이터를 민감도와 중요도에 따라 계층화하여 매우 민감한 데이터(예: 개인정보, 안보 데이터)는 엄격히 보호하되, 비식별화된 공익 데이터나 과학 연구 데이터 등은 보다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국가별로 데이터 등급 분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등급에 맞는 보호조치와 공유 프로토콜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아울러 상호신뢰 구축을 위해, 한 국가의 데이터 활용이 다른 국가의 안보를 침해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투명성 조치 (예: 로그 공유, 공동 감시 메커니즘)를 도입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 감각을 바탕으로, 경제 동맹 간 데이터 협정 (예: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등)을 추진하여 데이터 무역을 촉진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술 연구를 위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 환경 구축: 학계와 정부는 협력하여 오픈 사이언스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공공 재정으로 수행된 연구의 데이터는 가능한 한 전면 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국가 연구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적절히 저장·공유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학술 데이터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주요 학술단체나 과학 아카데미 차원에서 데이터셋 인증제를 도입할 수 있다. 이는 특정 분야의 표준 데이터셋에 대해 동료검토를 거쳐 신뢰 마크를 부여하는 형태로,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활용할 레퍼런스 데이터셋을 제시해 줄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인증받은 데이터셋을 적극 활용하는 연구에 지원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데이터 품질 중심의 연구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학문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 접근이나 공개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을 차단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데이터의 공개/차단에 관한 결정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예: 독립적인 윤리위원회 검토)를 거치게 하고, 정부도 불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데이터라 하더라도 삭제나 왜곡을 지양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에 데이터 관리 전문인력을 두어 연구자들이 데이터의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도 연구데이터 관리에 시험 적용하여 무결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데이터셋은 지식과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부상했다. 데이터셋 구축과 인증은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식의 신뢰성을 떠받치는 필수 요소이다. 일반 데이터셋의 투명한 관리와 기술적 개선, 국가 차원의 소버린 데이터셋 전략과 국제 기준의 정립, 그리고 순수학문 데이터셋을 통한 인간 통찰력의 계승은 각각 고유한 중요성을 지닌다. 특히 데이터 주권은 국가의 디지털 자립과 경제안보를 지키는 열쇠이며, 학술 데이터의 개방과 정확성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신뢰성과 개방성 간의 균형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각국은 자국 데이터를 보호하되 벽을 높이 쌓기만 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와 손잡고 데이터 신뢰 구축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데이터 인증 체계와 협력 사례를 늘리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혁신함으로써, 안전하면서도 활발한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AI 기술의 혜택을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인간과 AI의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데이터셋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 지식사회에 대한 투자이며, 그 수익은 보다 공정하고 풍요로운 지식 공동체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현명하게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인증해나 가느냐에 따라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 주권과 협력의 지형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산업, 학계가 함께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과제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에 합리적이며 원활한 소통과 조율을 위한 지혜가 반드시 필요함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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