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이야기 6
MBTI 유형을 재미로 참고만 하고 있지만 가끔은 정말 맞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나는 찐 I형인 것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밖에서 따로 약속을 잡고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거기에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뺏긴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오래전 잡았던 약속도 취소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후련해지며 좋았다. 취소된 시간이 예상치 못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순간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성향은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더욱 두드러졌는데 평일에 학교에서 항상 아이들, 동료들과 부대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이외의 시간은 더더욱 철저히 혼자 있고 싶어졌다. 사실 내 성향이 교사라는 직업과 그리 맞는 편은 아니다. 나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고 작업하는 직업이 맞을 것 같은데 E로 살아야 되는 교사로서의 순간에는 꼭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부터 집순이인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였다. 대학 시절엔 방학 중 혼자 집 밖으로 일주일 간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책 읽고 뜨개질하고 그림 그리고,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이고 삶의 모습은 다들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 이후로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줄어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진정하고 싶은 것에만 쏟아붓기에도 시간은 부족하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기 때문에 1분 1초가 아까웠다. 지금 당장은 이 순간을 나눌 누군가가 옆에 없어서 외로워도 나 혼자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면에 에너지를 모아야 또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출근하지 않는 날, 동네 엄마들과의 브런치 약속을 잡지 않게 되었다. 대신 조용히 운동을 다녀오고 혼자 커피숍에 들러 미(Me) 임을 갖는다. 운동도 역시나 다수와 한 공간을 이용하나 철저히 혼자 하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즐기는 편이다. 이런 운동은 함께하는 사람들과는 공간만 함께 이용할 뿐 개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혼자 걷는 것을 제일 즐기는 편인데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지고 힘이 없어져서 근력 운동을 안 할 수 없어 그나마 선택한 운동이 요가와 필라테스 였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러나 그 운동을 가급적 즐기면서 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내성적인 성향이 가장 큰 벽에 부딪힐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 키울 때였다. 지금은 둘째도-아직 늦되긴 하지만- 초등학생이라 겨우 숨통 트이고 살지만 독박육아 시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도 힘들었다. 그것은 아이들은 애착이 필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24시간 엄마라는 자리에 있는 나라는 사람의 삶은 잠잘 때를 빼고는 자식들에게 집중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없어지고 엄마라는 사람만이 존재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10년쯤 깜깜한 육아 터널에 머무르다 최근에서야 그곳을 빠져나오듯 이제야 틈틈이 내 시간이 생기는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는 건 암흑 속에 있다가 한 줄기 빛을 보는 기분이다.
큰 아이는 나와 다르게 E 성향이 강하고 친구들을 매우 좋아한다. 학급에서 회장도 하고 단짝 스타일로 친구를 사귀기보단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공부도 운동도 여행도 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커갈수록 주말도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엄마로서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회성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가도 때로는 주말에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관으로 가족끼리만 가는 계획을 세운다. 아이가 너무 친구 관계에만 휩쓸리지 않고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나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친절한 편이다. 다만, 나에게 허용된 에너지가 제한적이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뜨내기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오래도록 같이 갈 소수의 내 주변 사람들에게만 잘하고 남에게 뺏길 그 시간을 아껴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야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혼밥, 혼술, 혼공, 혼여... 혼자 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해서 결코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어울릴 때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다만, 그런 시간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싶고 나만의 시간을 더 길게 갖고 싶을 뿐이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 어떠한 것보다 귀한 것이 시간인데 우리는 이를 더 아끼고 귀하게 여겨야 함에도 그저 낭비하고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그래서 때로는 시간도 재테크가 필요하다. 오늘 본인에게 주어진 24시간이란 귀한 원금을 얼마나 아끼고 투자했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나는 아무래도 타고난 자발적 아웃사이더, 시간 재테크의 달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