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부피만큼 자라나는 일

아웃사이더지만 괜찮아 8

by Rani Ko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그 공평함은 때로 우리에게 '이별'이라는 형태로 찾아온다. 살아가며 겪게 되는 수많은 안녕들 중, 나의 첫 기억은 여덟 살의 2월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지역에서 꽤 유명했던 성당 재단의 유치원을 2년 내내 다녔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덕분에 졸업식 날엔 졸업생 대표로 '송사'를 읽을 만큼 성대한 작별을 치렀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에게 이별은 여전히 낯선 단어였다. 스쿨버스를 타고 뿔뿔이 흩어져 등하원을 하던 터라 '단짝'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으니까. 헤어짐의 실체를 처음 깨달은 건 졸업식 날이 아닌 어느 평범한 토요일이었다. 성당 주일학교를 다녀오다 우연히 마주친 원장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며 문득 깨달았다. ‘아, 이제 선생님과는 이렇게 우연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구나.’ 그것이 내 생애 첫 이별의 자각이었다.



열세 살의 국민학교 졸업은 조금 더 선명한 통증으로 다가왔다. 늘 함께였던 친구들은 물론, 가벼운 눈인사만 나누던 밍숭밍숭한 사이의 동창들조차 중학교 진학과 함께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남미로 이민을 떠난 단짝 보람이,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전학 간다는 친구까지. 늘 셋이서 붙어 다니며 견고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세계는 졸업장 한 장과 함께 제각각의 방향으로 해체되었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웠던 건 '구조적인 이별'이었다. 남녀 학교가 엄격히 구분된 동네의 특성상, 어제까지 함께 뛰놀던 남자 친구들과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 만날 수 없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열세 살의 끝자락에서,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내는 이별의 무게를 비로소 배우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Rani Ko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20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34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7화틀릴 용기가 만들어낸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