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설아 Oct 11. 2024

헌티드 캐슬의 마지막 비명

1984년 5월 11일, 뉴저지 잭슨 타운쉽에 있는 식스 플래그 놀이동산은 평소처럼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파란 하늘 아래, 놀이기구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날,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한 소녀는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처음 온 놀이동산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유난히 좋아하던 ‘헌티드 캐슬’에 들어갈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헌티드 캐슬은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유령의 집이었다. 커다란 성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귀신 복장을 한 직원들이 나타나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는 곳. 긴 터널 같은 통로와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무서운 인형들이 그 안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로 무서운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소녀와 친구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입구로 들어섰다.


성 안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소녀는 친구들과 서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발밑에서는 낯선 소리들이 들리고, 벽에서는 차가운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했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어디선가 무섭게 꾸민 직원이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웃음과 비명 소리가 섞여 퍼져 나갔다.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깔깔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들 모르게 어둠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소녀는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를 느꼈다. 연기였다. 처음에는 그저 놀이의 특수효과라고 생각했다. 그저 더 무섭게 만들기 위한 연출일 것이라고. 그러나 연기는 점점 더 짙어졌고,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목을 조여왔다. 소녀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불안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이거 진짜 불이 난 거 아냐?”


그러나 그 말은 무시되었다. 모두가 농담이라 여겼다. 그때 누군가 앞쪽에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소녀는 점점 커져가는 불길이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은 무섭게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공포가 서서히 그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빨리 나가야 해!” 


소녀는 친구들의 손을 잡고 미로 같은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통로는 너무 복잡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불길이 뒤를 쫓아왔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은 사방에서 비명을 질렀다.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더 짙어지며 그들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소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공기 속에서 필사적으로 문을 찾으려 애썼지만,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친구들은 점점 희미해졌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손을 뻗었지만, 불타는 벽과 바닥은 그들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밖에서는 비상 경보가 울려 퍼졌다.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놀이동산에 도착했고, 200명의 소방관들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성 안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헌티드 캐슬로 달려갔다. 연기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짙었고, 성 전체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소녀와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소방관들은 헌신적으로 불길을 뚫고 들어가려 했지만, 미로 같은 복도와 불타는 구조물은 그들을 가로막았다. 불길은 이미 너무 거대했다. 70분간의 사투 끝에, 소방관들은 겨우 불을 잡았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것은 참혹한 광경뿐이었다.


8명의 아이들. 그들은 모두 15세에서 18세의 청소년들이었고, 그날을 마지막 소풍으로 삼았다. 그들은 좁은 복도에서 서로를 잡고 있었고, 그곳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날 이후, 헌티드 캐슬은 영원히 사라졌다. 놀이동산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 자리에는 새로운 놀이기구가 들어섰다. 그러나 그 비극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떨쳐낼 수 없었다.


소녀와 친구들이 꿈꾸었던 소풍은 그들의 마지막이 되었지만, 그날의 불길 속에서 그들의 웃음과 목소리는 영원히 잊히지 않았다.

이전 04화 몽블랑의 침묵: 불길에 잠긴 터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