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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릴리 Oct 20. 2024

등신 같은 놈

아이 셋이 모여서 시끄럽게 놀고 있습니다

갑자기 화가 난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립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르지만 왜인지 미안한 마음이 든 나는 그냥 맞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습니다

코피를 흘리고 퉁퉁 부은 얼굴을 엄마 아버지가 못 알아볼 리 없거든요

너는 왜 만날 등신 같이 맞기만 하고 들어오냐면서 화내시는 엄마 아버지

에게 또 회초리를 맞아야 하거든요


회초리를 맞으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너도 가서 똑같이 패주고 오라고 

집에서 쫓겨나거든요


쫓겨난 나는 그 아이를 찾아가는 것도 무섭고

집에 다시 들어가는 것도 무섭습니다

갈 곳이 없어 안절부절 길거리를 한참 헤매고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엄

마 아버지가 회초리를 들고뛰어서 나를 쫓아옵니다


빨리 가서 그 아이를 패 죽이고 오라면서 큰소리로 겁을 주는 엄마 아버지 

때문에 나는 다시 겁을 먹고 무작정 도망을 갑니다


그때부터는 정신이 흐릿해집니다 내 정신이 손발이 내 것인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울면서 눈물에 잘 보이지 않는 길을 허겁지겁 달려 슈퍼에 들어갑니다 정

신을 차려보니 나를 때린 아이의 슈퍼 안에 도착했고 그 아이를 부르고 그 

다음부터는 팔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그 아이가 코피 흘리고 있는 것

이 보입니다 당황하는 그 아이의 엄마를 뒤로하고 밖으로 도망쳐 나옵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눈물이 납니다 팔다리가 퉁퉁 붓고 저리고 아픕니다 힘

이 빠져 주저앉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나 아플까요 내가 한 짓이 아

니라고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이 주먹으로 맞은 것보다 더 아

픕니다


그래도 이제 엄마 아버지에게 맞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 참으로 미안합니다


양복점 문 앞에 들어서서 엄마 아버지 눈치를 봅니다 매를 들고 묻습니다 

나는 때리고 왔다고 말합니다 엄마 아버지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이 무서운 얼굴입니다


내가 방에 들어가고 조금 있다가 수퍼집 아이가 그 엄마와 찾아옵니다 엄

마와 아버지가 뭐라 뭐라 하는데 그 집 모자가 돌아간 뒤에 엄마와 아버지 

그제야 나를 다그치는 것을 멈춥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쫓아내 버릴 거라

고 합니다 등신 같은 놈은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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