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같은 소리들이 생에 걸쳐 사람 곁을 맴돌다
땅에 툭하고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입 벌리고 누운 소리 하나를 두 손에 모아들고
부리에서 역류하는 타액에 혀를 댄다
빨갛게 굳은 바람들을 눈 감고 본다
새를 쓰다듬는다
얼음 위 생선 같은 눈동자를 쓰다듬고 있으면
사람 발자국 소리 기다리던 새들이 거꾸로 날아
노랗게 물든 교실 창가로 모여든다
멜로디언을 부는 아이들의 숨찬 얼굴과 선생님의 차분한 손등을 쓰다듬듯 바라보는 새의 형상을 한 바람들이 자신의 숨소리들을 건반 위에 조용히 내려놓는 시간에 바람이 새의 발톱을 드러낸다
사람의 숨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연이 공중에서 하나씩 기화하는 광경을 보고 있는 창밖의 새들이 놀란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있지만 소음이 생기
지 않는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있는 악보의 단단한 줄 사이로 빈 공간이 열린다
사람의 숨에서 태어나는 음악들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보다 가벼워서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고 새의 울음 보다 사람의 영혼에 더 날카로운
침을 꽂아 깊숙하게 침범하곤 하지만
어린 나의 숨소리는 아직 음악이 될 곳을 찾지 못했으므로 혼자 멀뚱히 앉아 남들의 숨소리가 만드는 연주의 마디들만 지나치듯 바라본다
가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다 시선이 떨어진다 바람이 발톱을 숨긴다
바람은 긴 삶의 고리를 모두 돌고 나서 음악이 되어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데
나의 영혼은 언제쯤 음악이 되어 연처럼 자유로운 삶을 날아다니다 폭죽처럼 기화할 수 있을지 창밖의 새들에게 물어보는데
너는 음악이 될 수 없는 운명이라며 멜로디언을 사주지 않는 아버지의 눈을 결국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밥 먹는 척을 하며 슬쩍 엄마 눈치를 본다
엄마의 재촉하는 눈빛을 못 이기고 어색하게 수저를 쥐고 있다 밥상이 기어코 엎어진다 아버지가 일어난다 그림자가 무거워진다
위장을 양손으로 쥐고 주물러대는 것 같은 아버지의 성난 음성은 그곳을 떠난 바람이 언젠가 느꼈던 공포를 기억해 너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쪽 발목이 묶여 음악이 되지 못하고 주저앉아있는 어느 바람이 말해주고 간다
아버지는 아마 나에게서 생겨나는 음악들을 마주하기 두려운 것이라고
깨진 사기 밥그릇 쓸어 담는 소리들이 방바닥에 엎드려 재잘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