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올 것 같은 밤이 되면 피아노줄 같은 연주가 폭우처럼 쏟아져내
리고 그 아래에 엎드려 간절한 기도 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 꽉 감고 모은 양손에 힘을 주며 말한다
오늘은 제발 그가 들어오지 않게 해 주세요 그가 집에 들어오는 밤은 유령
이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을 보고 있는 것과 같아요 혼자 넘겨지는 빈 악보
의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 같아요 얼음 의자에 앉아 맨살이 본드처럼 붙어
가는 것을 혼자 기다리는 시간이에요
하루라도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잠시나마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요 오늘밤만은 제 마음을 제발 그의 음악을 연주하지 말아 주세요 그를
보내지 말아 주세요
그의 음악은 내가 멈출 수 없어요 결국 비어있는 피아노에서 전주가 나와요
조용한 빌라 앞에 찻소리가 들려요
점점 크게 들려요 그가 온 것 같아요 그가 귀가한 것이라면 맹수의 턱 아
래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나의 밤은 어쩌죠
차가 멈춘다
시동이 꺼진다
내린다
문을 퍽 닫는다
계단을 오른다
꾸덕꾸덕 꾸덕꾸덕
헛기침을 한다
현관문을 연다
말발굽이 심장을 밟아대는 것처럼 욱신거리고
그를 위해 흐르는 전주가 꺾이지 않는 비처럼 내 솜털들을 찌르고 있어요
투명한 피가 살 위를 덮고 있어요 나는 도망갈 곳이 없어요 방에서 그를
상상하며 이불속에 숨어 손톱을 물어뜯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들려요
가까이 들려요 죽은 척 잠드는 오늘밤은 오래도록 마왕에게 쫓길 것 같아
요 감은 눈이 점점 더 선명하게 떠져요
*슈베르트의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