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이 앞뒤로 앉아
신나게 타고 있다
자전거는 시장통에 접어들고
잠시 멈춰 쉬는 사이
비틀대는 주정뱅이 남자가 다가온다
아이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한 아이의 방한 마스크를
확 잡아 뺐는다
놀라고 겁먹은 아이들은
주변에 어른들이 쳐다보고 있지만
모르는 척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마스크맨은 본능적으로 도망친다
가끔 아이는 시장통에서
그를 발견하고 가슴 쿵쾅거리지만
진짜 마스크맨처럼 그에게
어떤 복수는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용기 내서 부모에게 이야기하지만
먼지 쌓인 비디오테이프처럼 무심하다
살인적 추위가 기승하던
어느 겨울날 밤 시장통에서
그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아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