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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너앤라이터 Sep 06. 2024

물건의 늪(=개미 지옥)

살림살이가 줄어든 적이 없다. 혼자 살다가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한 번 늘었고 아이가 한 명씩 태어날 때마다 늘었다. 결혼 후 이사를 두 번 했다. 첫 번째 이사는 5톤 1대로 충분했다. 두 번째 이사는 새 아파트 입주라 가구나 세간살이를 많이 버렸다. 그런데 5톤 1대로 부족했다. 지금은 아이들의 독립적 물건까지 늘어서 집이 좁아진 기분이다. 생각해 보면 많은 물건들 중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사 때 옮겨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런 물건은 불필요한 것이다. 옷도 입던 옷만 입지 1년 동안 한 번도 안 입 옷은 나중에도 입지 않는다.

톨스토이 <부활>에 나오는 세간살이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이다. 여기서 "이것들"은 세간 살림을 말한다. 『"이것들"의 유일한 용도와 목적은 아그라페나 페트로브나와 코르네이, 집사, 마당지기, 곁마당지기, 식모들에게 운동할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 

주인공은 귀족 출신이다. 하인들이 집에 있는 가구와 세간살이들을 꺼내서 볕에 말리거나 먼지를 털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하인들이 꺼낸 세간살이 중 주인공이 쓰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쓰지도 않은 물건들이 집안 가득 있었고 애꿎은 하인들만 고생했다. 실제 사용하지 않지만 귀족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대개 불필요한 물건들은 필요해서 사기 보다 즉흥적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즉흥적으로 사는 경우는 여행지에서 사는 기념품, 아이쇼핑을 하다 산 물건들, 남들이 사니깐 덩달아 산 물건들이다. 집안에 물건 중 자신이 실제 쓰는 물건을 추려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끔 불필요한 것을 정리해서 버린다. 물건을 정리할 때면 늘 '우리 집에 이런 물건이 있었단 말이야!'라며 감탄한다. 애들도 신기해하며 잠시 흥미를 갖지만 곧장 구석에 처박힌다. 정리를 하고 나면 집에 여백이 생긴다. 얼마 못가 그 여백들은 다른 물건들로 채워진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쓰임새가 있는 물건이 쓰임을 받지 못하면 짐이 된다. 집에 있는 물건 중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짐이 된다.

짐의 사전적 의미이다.

1)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하여 챙기거나 꾸려 놓은 물건. 

2) 맡겨진 임무나 책임. 

3) 수고로운 일이나 귀찮은 물건.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사전적 의미만 봐도 짐은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다. 짐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이유다. 짐을 줄이기에 앞서 짐이 생기는 원인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집에 들이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은 소유욕과 물욕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 쉽지 않다. 다만 소유는 동시에 짐이 된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삶을 소유에 기반을 두면 소유한 것에 얽매게 된다. 존재 자체로 삶을 살면 조금은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물건의 늪에 빠져서 짐을 지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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