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할머니가 내게 한 유일한 부탁
아가, 실 좀 꿰어다오
오랜만에 바늘에 실을 꿰면서
몇번이나 실패한다. 노려보는 바늘구멍 보이지 않고
눈물이 다 흘러내린다. 지금 내게는
부탁할 사람 하나 없는데
눈만 나빠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바늘구멍만큼 쫄아든 것 아닌가
한마리 지친 낙타가 되어 늙어가는 것 아닌가
눈에는 눈곱이 끼고
등에는 무거운 혹이 있지만
마음만은 드넓은 바다가 되었으면,
수많은 은빛 바늘이 춤을 추고
바늘구멍으로 신나게 햇살이 넘나드는
마음은,
아직도 빛나는 나의 마음만은,
남해안 어느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