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았던 고3 시절의 한탄
깨닫고 나면 또 다시 나는 자기 연민에 울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은 어제. 그 어제 아침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주말을 날리고 나는 내일 모레(그 당시에는 사흘이라는 시간이 남았을 때)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공부는 커녕 낙서만 하고 있었다.
변명을 할 수 있다면 해두겠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까 역시 딴 짓을 또 해버렸다. 그것도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자습 시간에 나는 딴 짓을 해버렸다. 현실 직시와 자기 객관화가 덜된 건 역시 아직 나는 철없는 인간인가 보다. 혹자는 내게 이렇게 말하겠다.
너 같이 미련한 인간은 사형에 처한 살인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아아, 나는 그 정도로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나. 또 이불 속에 틀어박혀 우울이라는 수렁에 빠져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않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금세 뺨을 적신 눈물이 매마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못해도 6시간은 공부했는데. 할 수 있었는데.
아, 참고로 나의 공부 시간의 한계는 10시간인 듯하다. 나는 그리고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누군가 말하길 공부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데 오늘은 대부분이 공부 시간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왜일까. 일반고에서 평균 내신 5등급인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적어도 나보다는 잘 났으니까 그런 걸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아, 이 세상은 어째서 비교의 산을 넘으면 또, 다시 비교의 산이 있는 걸까. 이건 마치 나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도 같았다. 열등감 덩어리. 우울증 환자.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니, 벗어날 조력조차 하지 않는 그저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한 걸까.
나는 지금 혹자가 내게 말할 욕들을 전부 예상하고 예측하다 못해 피해 망상이 도지고 말았다. 이건 분명 나의 트라우마.
타인에게 상처 받았던 기억에 나는 먼저 베리어를 치고 있었던 거다.
새벽이라서 감정이 이렇게나 폭풍우를 치는 걸까.
이렇게 직접적으로 힘들고 서럽다며 운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결국 그 보기 귀하다는, 흔하지 않다는 아직 정신 못 차린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고3 학생인 건가.
결국 나는 평균 그 이하라는 건가. 아니, 혹자는 위로가 아닌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의 국민의 평균은 5등급이라는데 이를 부정하는 3등급 정도의 국민들도 있다더라. 이건 마치 계급이다.
여기서 왕, 귀족, 소작농을 거르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짓인가.
나는 결코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다. 그렇다고 결코 부르주아가 될 수도 없는 천명. 직업에 귀천은 있듯이, 개천에서 용 나지 않듯이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라.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