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이 된 제3지대 교육

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초창기 #3

by 샤를마뉴

2022년 6월,

또 한 학기가 흘러가고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겨울방학 때 새로운 경험을 찾았던 것처럼,

여름방학 역시 새로운 경험을 찾자고 다짐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겨울방학 때는 '뭐라도 해보자.'였다면,

여름방학 때는 '제3지대 교육의 길로 뿌리내려보자.'라는

마음가짐의 차이이다.

즉, 새로운 경험을 찾는 건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이나 똑같은데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이다.


행운이게도,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가졌던 마음가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이 장에서는 그 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2~3월의 검토 업무가 끝난 이후,

필자는 형식상 (첫 검토 업무를 시킨) 그 저자의 검토진으로 소속되어 있었다.

학기가 끝나갈 때까지, 업무를 해달라는 연락도 없었다.

급여를 받는 과정도 썩 깔끔하지 않았는데,

이제 더 일할 의사는 없었다.


모름지기 자신이 속한 환경을 바꾸려면,

더 좋은 환경이 있어야 하고, 선망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 자신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경우이다.

가령, 더 좋은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속한 환경을 과감히 버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이런 경우가 자신이 속한 환경에 마음이 떴을 때

가장 난처한 경우라 볼 수 있겠다.


필자 역시 이러한 고민을 했었다.

'사교육에서 수능 역사를 뭐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겠나?

운 좋게 교재를 검토하는 일을 겨우 찾았을 뿐인데,

그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수능 역사 관련 업무가 있겠나?'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또 다른 고민으로는,

'저자는 교재를 단순히 검토하는 게 아니라

직접 집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필자도 집필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고민들이 사르르 풀렸다.

이 역시도 우연히 접한 정보 덕분이었다.

첫 교재 검토 업무도 우연히 접한 정보 덕에 했듯이.


그간 필자는 제3지대 교육을 알기 위해

두 가지의 정보 창구를 만들고, 동향을 지켜봤었다.

하나는 그 저자가 소속된 학원에 관한 정보,

다른 하나는 학원 내 다른 교재 집필&검토팀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시했었다.


방법은 SNS였다.

그 저자 인X타 계정에서

팔로우한 사람의 목록을 조회했었다.

그때 필자 눈에 들어왔던 것은

같은 수능 역사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재 집필&검토팀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쪽이 유명무실하게 저자 검토진에 소속된 것보다 좋은 환경이라면,

옮겨갈 수 있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쪽이 더 좋았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달랐다.

그 저자는 한 권의 교재를 힘겹게 출간했을 때,

그 팀은 여러 권의 교재를 분기마다 딱딱 맞춰 출간했다.

업무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증거였다.


또 매력적인 요소는 일종의 '명예'였다.

알다시피, 교재를 내면 저자의 이름이 새겨진다.

별 거 아니지만, 또 별 거인 요소이다.

'이름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알릴' 기회나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 점에서 교재에 이름이 새겨지는 건 굉장한 명예이다.


첫 검토 업무에 참여했던 교재에는 필자 이름이 없었다.

그 저자의 이름만이 있었다.

그때는 그런 명예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냥 일만 하면 좋았던 때라 개의치 않았다.

근데 그쪽은 달랐다.

교재를 출간하면, 집필진과 검토진 개개인의 이름을 넣어준다.

'이야, 여긴 검토진만 해도 이름을 넣어주네?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했다.

더 그쪽으로 옮겨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다만, 집필진의 위치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은 그 당시에 없었다.

일단 집필진들의 학력이 보여주는 '무언의 장벽'이 크게 작용했다.

흔히 말하는 'SKY'가 첨예하게 장벽을 이뤘다.

'필자 학력으로 그 집필진 사이에 끼어들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그냥 검토진으로만 소속되어도 얻을 게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필자 스스로 욕심이 더 생겨서

제3지대 교육의 중심으로 더 파고들어가려 한 것 같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확신이 들었다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바로 그쪽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안 그래도 이전부터 그쪽 인X타 계정을 팔로우해서 동향을 지켜봤다.

필자가 일할 기회가 생기는지를 호시탐탐 노렸다.

마침내 기회를 찾았다.

검토진 모집 공고가 올라온 것이다.

곧바로 지원하기로 했다.


원래 경험이 거듭되면, 의심도 생겨나는 법이다.

무슨 말이냐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미루어본다는 뜻이다.

과거의 A 상황에서 B라는 실수를 했는데,

현재에 A' 상황(A와 유사한 상황)이 도래했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최우선적으로 '이번에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역사는 생각보다 일상적이다.


첫 검토 업무 때는 '일을 할 수 있다.'라는 흥분에 도취해

근로계약서는 쓰는지, 급여는 언제 지급하는지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알지 못했고,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르다.

그래서 그쪽 검토진 모집에 지원하기 전, 담당자에게 질문 사항을 올렸다.

다른 수능 역사 교재 집필&검토팀의 검토진 모집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

답장이 왔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근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정확하게 명시했다.


'아, 그쪽 일은 믿을 수 있겠구나.

적어도 돈이 떼일 일은 없겠구나.'라고

안심이 들었다.


이제 문제는

그쪽에서 주관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구두 면접으로 역사 지식을 물어보려나?'

'어떻게 테스트를 하길래 2시간 30분이나 걸리지?'

라는 생각을 하며 테스트 가능 일자를 정했다.

필자가 보낸 메일, 또 어김없이 경력 기재에 대해 물었고 실제로 이력서에 경력을 기재했다.

6월 24일로 정했다.

6월 18일, 20일은 학기가 끝나지 않아서 안 됐고

토요일에 굳이 테스트를 보고 싶진 않았다.

이왕이면 평일에 해치우고

주말에 쉬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새로운 환경으로 가기 위한

도전장은 던져졌다.



2022년 6월 24일,

도전장의 성패가 결정되는 날이 왔다.


2시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했지만,

역시 30분은 앞서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필자 사전에 '지각'이란 말은 없고,

첫만남에선 '무조건 시간 여유를 두고' 온다.

그게 필자 철칙이다.


사무실은 잠겨 있었다.

첫 검토 업무를 위해 출근했을 때랑 데자뷰되었다.

그때처럼 사무실 옆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15~20분쯤 지나서였나, 담당자가 오셨다.


그 사무실 풍경은

첫 검토를 봤던 서초동 사무실 풍경과 유사했다.

별도의 회의실도 있었다.


회의실로 들어가서 간단한 면접을 봤다.

정말로 간단했다.

어떻게 알고 오셨냐, 업무 스케줄 잘 맞출 수 있느냐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답변은 대체로 'Yes or no'였다.


근데 특기할 만한 두 가지 질문도 있었다.

먼저, 나중에 집필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때는 형식적으로 'Ok'라고 했다.

그렇다고 뭐 할 마음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뿐이다.


당시의 필자는 없는 경력도 만들어서 기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첫 검토 업무도 경력으로 넣었다.

그런데 그 저자와 새로 들어갈 팀은 전부 '같은 학원 소속'이었다.

그러니 담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왜 옮겼느냐? 이것이 특기할 만한 두 번째 질문이다.

솔직하게 이유를 말했다.

급여 지급 과정에도 문제가 있고, 일거리를 안 주니까.

담당자는 별 반응 없이 넘어갔다.

수능 역사 실력을 보는 능력 평가 시험지(왼쪽)와 검토 역량을 보는 오류 시험지(오른쪽)의 실제 모습

이렇게 면접이 끝나고 대망의 테스트로 넘어갔다.

정말 궁금했다.

무슨 테스트이길래 2시간 30분이나 주는지.

테스트의 실체는 다름아닌,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근데 하나가 더 있었다.

수능 역사 실력을 보는 시험지와 함께,

검토 역량을 시험하는 '오류' 시험지가 있었다.


오류 시험지는 말그대로,

시험지 곳곳에 단순 오탈자부터 해서

역사적 사실 불일치와 같은 큰 오류들이

숨겨져 있는 시험지였다.


검토의 핵심은 '교정'이다.

교재에 오탈자가 있거나,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면

교재의 수준이 한순간에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검토 작업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다.

오류 시험지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임했다.

반드시 검토진 모집 지원에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 놀랐던 부분은 그 시험지 자체였다.

평가원 모의평가, 수능 시험지에 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인 측면, 내용적인 측면이 확실하게 지켜졌다.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강력한 의문이 들었다.

이 의문은 시간이 흘러, 집필진까지 오르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필자도 그런 '감탄이 나오는' 시험지,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 합격 문자,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렇게 제3지대 교육의 또 다른 면,

그러면서 더 중심과 더 맞닿아있는 면을 목격하며 테스트를 보았다.

테스트를 마치고부터는 합격을 고대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6월 27일,

검토진 모집 지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2022년의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였다.


동시에 첫 출근 날짜가 정해졌다.

7월 4일.

필자는 이 날을

'제3지대 교육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렇게 필자의 자리를 차츰 잡아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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