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바라보는 역사교육 문제 6장
유럽 각국은 오래 전부터 초·중·고교 교육에서 역사를, 수학이나 국어와 함께 필수 과목으로 삼아 왔다. 그들은 2세 국민들에게 자기 나라 역사뿐 아니라 전체 유럽사를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자기 나라의 역사가 바로 이웃 나라와의 관계사이며 따라서 이웃 나라의 역사 지식이 곧 생존의 필수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유승삼, 역사교육의 '실종'을 부끄러워하라(2005.4.7)
일본은 일본사는 누구나 듣지만, 세계사는 기피할 것이라는 고려 하에 몇 년 전부터 세계사를 필수로, 일본사를 선택으로 배치하였다.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세계사교육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 정현백, 역사교육 이대로 좋은가(2005.4.27)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은 강화되기는커녕 최근 10년 동안 역행을 거듭해 왔다. 미국에서 수학한 일부 교육학자들이 종합적·개방적 안목을 기른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96년 교육과정 개정 때 역사 과목을 일반사회·지리 등과 통합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역사 과목의 필수 교육 시간도 줄어 버렸다. 역사, 지리, 일반 사회 등을 통합해 교육하는 것은 미국의 교육과정을 흉내 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이런 통합교육의 잘못을 깨닫고 80년대부터 역사 교육의 분리 쪽으로 돌아섰다. 일본도 우리보다 먼저 미국 사회과 통합교육과정을 모방했다가 90년부터 통합교과목을 실질적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남이 실패해 버린 제도를 뒤늦게 좋은 것인 줄만 알고 흉내를 내고 있는 셈이다.
- 유승삼, 위의 글
현재 중·고교에서 역사는 사회과에 포함되어 있고, 7차 교육과정에 들어와서 국사 수업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사 교육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였다. 중학교에서 국사는 별도로 가르치지만, 세계사는 사회과에 통합되어 있다. 세계사는 사회 교과서의 말미에 붙어 있어서, 대부분 세계사까지는 진도가 나가지도 못한 채 중등 과정이 끝나기 일쑤이다.
- 정현백, 위의 글
역사 과목의 홀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각종 국가고시에서 국사과목이 차례로 폐지되고 있다. 사법고시·입법고시·행정고시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무고시에서마저 국사과목이 폐지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 역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역사 과목을 사회과에 통합한 96년~2001년까지의 제 6차 교육과정 제정 때 국사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목 이기주의’로 몰리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기획한 사람들은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세계사 교육이 약화됐다’면서 세계사 교육의 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사도, 세계사도 힘없는 더부살이 신세가 됐을 뿐이다.
- 유승삼, 위의 글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는 역사가 사회과로 통합되어 있는 까닭에, 역사전공자가 역사를 가르치는 비율이 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자면, 대도시의 경우 대략 50% 그리고 소도시나 농촌의 경우에는 대략 20% 정도의 역사교사가 역사학 전공자라는 것이다. 과거 교련교사가 180시간 교육을 받고, 사회과교사 자격증을 딴 후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 역사학계와 역사교사들은 역사과 독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정현백, 위의 글
당국자에게 세계사 교육 실종에 대해 물었더니 그도 "큰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세계사를 다시 필수과목으로 바꾸는 것은 다른 과목 이해 집단의 반발 때문에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교육과정과 체계를 전반적으로 뜯어고치는 기회가 아니면 세계사 교육을 다시 살리기 어렵다"고 했다.
- 양상훈, 세계사 교육은 아예 없어지고 있다(2015.10.22)
한편 우리 세계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원인을 필수나 선택이냐, 전문교사의 부족 같은 객관적 여건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필자는 세계사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학계와 현장 교사들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개선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사가 다른 사회과 선택과목에 비해 학습부담이 크다는 선입견을 바꾸는 것이다. 방법은 동어반복처럼 자명하다. 부담이 크지 않은 세계사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 김경현, '역사교육 강화방안'과 세계사 교육의 위기(2011.6.8)
필자의 고교 시절 세계사 공부는 따분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게 평생 상식의 바탕이 됐다. 다만 교과서와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나중에 역사 공부의 중요성과 재미를 알게 되면서 아쉬움은 더 커졌다. 국민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과 교양을 친숙한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생각이었으면 쳐다보기 싫은 교과서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기에 세계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없다고 본다.
- 양상훈, 위의 글
혁신의 기본 취지는 서구 혹은 중국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세계 여러 ‘지역(region)’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사를 모색하는 것이었다고 작된다. 그 동안 세계사 서술의 기본 틀이던 고대-중세-근대의 3시대 구분법 대신 ‘지역’을 대단원의 키워드로 채택했으며 그에 따라 전에는 ‘역사 없는’ 곳으로 취급되던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의 역사에 적당한 지면이 할애되었다. 유럽 및 서양사와 주변화(provincialization)가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아울러 여러 지역문화를 대등하게 다루려는 의도에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역 간 ‘교류와 교역’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우리 식의 세계사를 모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여러 모로 1990년대 이래 미국에서 유행하는 소위 ‘새로운 세계사’의 방법과 특징을 닮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생각된다.
2007~2009년도의 개정 집필지침에 의해 쓰인 세계사 교과서가 아직 교육 현장에 닿지 않은 가운데 너무 때 이른 평가일지 모르지만, 분명 ‘학습 부담의 경감’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 여러 지역을 대등하게 다루고 지역 간 교류와 교역을 강조함으로써 학습할 정보량이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다문화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에 역사적 흐름보다는 다양성에 역점을 두는 서술방식을 취하여 세계사를 역사책으로 읽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과연 ‘중심을 해체하는’ 세계사란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 김경현, 위의 글
필자 세대의 사람들에게도 이슬람과 중앙아시아 역사는 공백처럼 뚫려 있다. 저 광활한 땅에 사는 수많은 사람, 그들이 이룩했던 놀라운 문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양상훈, 위의 글
2000년대 역사교육 비판 사설
2010년대 역사교육 비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