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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용산역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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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연 Aug 26. 2024

용산역

14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다. 잘 갈린 드라이버를 품고 기다린 지 3일 만에 두목이 삥을 뜯으러 왔다. 슬며시 머리를 들어 툭툭 차는 발을 보니까 대장 놈의 신발이 보였다. 위를 올려다보니까 대장 놈이 싱글거리면서 쳐다봤다.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손을 내밀었다.

  침이 꿀꺽 넘어갔다. 미적거리다가는 도로 놈에게 당할 수 있다. 단번에 해치워야 한다. 오른손을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드라이버를 끄집어내서는 바로 대장의 허벅지에다가 내리꽂았다. 예상하지 못한 습격에 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쩍 벌어진 대장 놈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빨리 다른 드라이버를 꺼내서 대장 놈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찍으려고 했는데 얼굴을 옆으로 돌려 피하는 바람에 드라이버는 귀를 스치고 빗나가버렸다. 몸을 돌려 피하는 놈의 뒤에다가 드라이버를 내리찍었다. ‘컥’하는 소리가 놈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등에 꽂힌 드라이버를 빼려고 팔을 휘적거리는 놈을 발로 밀어 계단으로 떨어뜨렸다. 아래로 굴러떨어진 놈이 바닥에 드러누워서 버둥거렸다. 계단을 뛰어내려서 놈의 머리통을 발로 후려 찼다. 머리가 옆으로 돌아가면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

  여자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역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하여간 힘도 없는 것들이 시끄럽기는 무지하게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 역을 나가는 계단은 사람들로 막혀있었다. 개찰구를 넘어서 승강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다리가 휘청하면서 그대로 선로로 미끄러졌다. 몸이 떨어지는 순간 눈앞으로 열차의 불빛이 번쩍였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지하철 승강장을 울렸다. 열차가 급정거하는 쇳소리가 나며 몸을 들이받았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몸에서 쿨럭쿨럭 피가 뿜어져 나왔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 고함치는 소리, 발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서서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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