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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용산역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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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연 Aug 26. 2024

용산역

6

한 이틀 유치장에 있다가 경찰들 손에 끌려 나갔다. 버스에 태우고는 어디론가 데려갔다. 버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멈췄다. 사람들이 올라와서 버스에서 끌어 내렸다. 방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옷을 벗겼다. 한 명은 호스로 물을 뿌려대고 다른 한 명은 대걸레에 비누를 묻혀 문질러댔다. 마구 문질러대는 통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코고 입이고 거품이 묻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나가려고 하자 대걸레가 뒤로 밀어붙였다.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져도 대걸레가 계속 밀어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물줄기가 사라졌다. 호스가 수건을 던졌다. 물기를 닦고 나가자 대걸레가 다가와서 머리와 몸에 뭘 뿌려댔다. 호스가 수건을 뺏더니 밖으로 끌고 나갔다. 던져준 옷을 입고 담요를 든 채 끌려갔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방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제야 교도소에 왔다는 걸 알았다.     

  용산역에서 열차를 내렸다. 해가 하늘 중간에 떠 있었다. 광장을 가로질러 길을 건넜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해는 아직도 하늘 중간에 걸려있었다. 소주 다섯 병과 담배 세 갑을 사서 나왔다. 돈이 남아서 마른오징어도 하나 샀다. 한강 둔치 쪽으로 발을 옮겼다.

  불을 붙여도 꿈쩍도 안 한 놈은 벌써 죽어있었다. 자세한 건 얘기를 안 해줬는데 아침부터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방화와 사체 훼손으로 1년 반을 받았다. 들어와서 보름 만에 술을 못 마셔 난동을 피웠다가 육 개월이 늘었다. 2년 만에야 밖으로 나왔다.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은 더러워서 태웠다고 했다. 교도관이 사 온 면바지와 티, 잠바를 걸쳤다. 입던 옷에서 나온 거라며 꼬깃꼬깃한 돈뭉치도 같이 줬다. 50만 원이 넘었다.

  횡단 보도를 건너려는데 트럭이 지나가며 빵빵 거렸다. 요새 운전하는 애들은 싸가지가 없었다. 사람이 건너가면 기다렸다가 가야지 그거 먼저 가봐야 얼마나 빨리 간다고 뻑 하면 크락숀을 눌러댔다.

  인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천 쪼가리만 걸친 계집애들이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생긴 것들도 반반하고 해서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다. 계집애들이 인상을 쓰고 구시렁거리더니 음악이 끝나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쪼그리고 앉아있었더니 다리가 저렸다. 계집애들은 건물 안에서 힐끔거리고 내다봤다. 볼 것도 없고 해서 한강 쪽으로 내려갔다. 둔치 공원에 도착해서 강가 시멘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사가지고 온 소주를 꺼내서 쭉 들이켰다. 차가운 소주가 넘어가면서 목구멍에 싸리한 기운이 감돌았다. 숨도 쉬지 않고 한 병을 다 마셨다. 갑자기 차가운 게 들어가선지 뒷골이 깨질 듯이 아팠다.

  아까 그 트럭이 귀에 대고 크락숀을 빵빵대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소주를 냉장고 안에 넣어서 사람 머리 아프게 만들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사는지 짜증이 났다. 담배를 피우자 머리 아픈 게 덜해졌다. 간만에 피는 담배라서 머리가 핑하고 돌았다. 귀에서 울리던 소리도 없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돌아서 눈을 떴다.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속이 뒤집혔다. 몸을 숙이고 구역질을 했다. 멀건 물만 올라왔다. 소매로 입가를 닦고 일어섰다. 중심을 못 잡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다. 물을 마시고 싶었다.

  잔디밭 쪽으로 가서 물을 찾았다. 한참을 헤매고서야 수도꼭지가 보였다.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쏟아졌다. 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들이켰다. 쿨룩하고 기침이 나오면서 물이 도로 뿜어져 나왔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물이 올라오면서 코로 들어가 눈물이 났다. 금방 마신 물이 도로 다 올라왔다. 더 나올 게 없는데도 구역질이 멈춰지지 않았다. 신물이 올라오고 속이 쥐어짜는 것처럼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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