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고백한다

마이너스 탈출기(1) 부모님 가슴에 대못박기

by 페퍼씨
모자란 점 없던 내가
30대 중반에 빚만 3,000만 원??


나는 어릴 때부터 모자란 점이 없는 딸로 자랐다. 물론 이건 엄마아빠와 주변 지인들의 시선이다. 공부도 잘했고, 그분들 눈에는 예쁘기도 했고. 문제 일으킨 적도 없이 무난히 인서울 대학 입학 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기업에 입사했으니. 진심이던 겉치레던, 보통은 칭찬받는 자식이었다. 엄마아빠도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계셨고, 자랑만 했던 큰 딸이었다.


한편, 내 내면엔 이상한 열등감과 우울감이 자리했다. 우울증은 고등학교 시절 시작된 무대공포증과 그 결을 같이하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하여튼! 내가 느끼건 느끼지 않건 내 안에서 자리 잡고 있던 우울감은 내가 입사를 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갑자기 그 존재감을 터트렸다. 거기에 더하여 또 새로운 이슈가 나를 찾아온다.


코로나 시기에 주식으로 모아둔 돈을 크게 날리게 되는데, 이게 어쩌면 일종의 트리거였다. 물론 이제 말하기엔 다 핑계라는 건 알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와중에, 이렇게 되니 나 자신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바닥난 잔고를 가지고, 받은 월급을 다 바닥에 쏟아부으며 다니는 삶이 시작됐다. 거기에 월급이 내 소비를 따라와 주지 않으니, 마이너스통장까지 뚫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마이너스통장의 3,000만 원을 다 소진하고, 또 월급만큼의 돈을 쓰면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체 어디에 그 돈을 다 썼는지 모르겠다. 남은 건 3천 빚밖에 없는데 대체 다 어디로 녹아버렸을까? 그러면서도 소비 조절이 안되는걸 의사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다. 원래 본인이 깨닫기 전에는 뭐든지 안 되는 법이다.


차라리 처음 일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께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와중에도 자만했다. 이거 뭐 금방 갚겠지 내 월급이 얼만데! 물론 금방 갚지 못했다. 금방 갚기는커녕, 3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소비는 줄이는 건 세상 어렵지만, 펑펑 늘리는 건 눈을 깜빡이는 일보다 쉽다.


그러던 중 2024년 초, 갑자기 현실감이 들이닥치며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진짜 큰일 난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시점이니, 이런 생각을 이제야 했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가? 하여, 달에 200만 원씩 모아 1000만 원을 메꿨다.


그런데 이 이상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국 부모님께 고백하고,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심장을 토할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부모님을 실망시킨다’라는 분명한 명제가 내 입을 틀어막는 듯했다. 사실 그게 두려워 주식으로 날렸을 때부터 말하지 못했고, 그게 시작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는 걸 이제는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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