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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도이 Oct 30. 2024

다리미와 스팀

다리미의 꿈은 뜨거워지는 것일까 

평평해지는 걸까

바지를 다리고 앞치마를 다리고 밤이 접은 아침을 다리고 다리미가 출근한다     


오늘 다려야 할 탁자는 열한 개, 접시가 천 개쯤 

물휴지와 수저와 매니저와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용어 몇 개와 

무엇보다 무한 평면의 자세가 중요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잔디의 저음과 짧은 초록의 자세는 11시부터 9시까지 기본이다

고객의 기분이 평평해질 때까지

허기가 단조로워질 때까지 

모래에 빠지는 깊이와 모래를 밟는 기분이 지루해질 때까지

뾰족한 콧김은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탑차를 사야한다 수입이 보장되는 쿠팡 퀵플렉스를 위하여, 라는 주문을 외운다


호출벨이다 여기 양파절임 더 주세요    

스킨 장갑을 끼고 카트를 끌며 32번 테이블로 이동한다

손님들에게 울퉁불퉁하지 않은 음식을 선물할 수 있을까

탑차의 높이는 몇인 분 음식의 높이일까

탑차에 앉으면 탑차에서 내려오기 위해 또 다른 다림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탑차를 평면으로 만들면 침대가 탄생한다

     

침대와 다리미는 같은 꿈을 꾸는 것 같다

고속도로와 호수와 골프장에서 

고층빌딩과 안락의자에서 

높이와 주름과 굴곡이 랄랄라 미끄러지는   

  

그렇게 도착한 평면에 의자를 앉히고 빌딩을 앉히고 스팀으로 안개를 만들고 

도로 위 고양이에 날을 세우고 어깨선이 살아나 깃을 세우고

주름이 많은 도시로 다리미들이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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