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시#7_
울긋불긋 가을길 따라
수줍도록 빠알개진 얼굴로
아직 푸른빛 남아있는 나무들처럼
사이사이 낯설움도 남아있지만
괜찮다.
활짝 핀 코스모스 사이
부끄러워 고개 떨군 채
꽁꽁 숨은 듯
피지 않은 꽃 봉오리도
나름 예쁘지 아니한가.
괜찮다.
인적 드문 산골에도
자그마한 교회 하나가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니까
멀찍이 앞서가다
잘 따라오나 돌아보는
목자의 마음과 마주하니
비록 멀어도 나는 괜찮다.
붉고 푸른 어느 가을날
목자 따라 걷는 이 길이 나는 괜찮다.
띄엄띄엄 따라가도 너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