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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Oct 15. 2024

엽서(葉書) 한 장

아저씨의 눈물

  ‘왜 꿈도 안 꿔지는지 모르겠다.’

  중절모로 가려졌던 아저씨의 백발이 드러났다. 백색이 지쳐 미색이 되어버린 머리칼은 의외로 촘촘했다. 눈썹까지 온통 흰색이었다. 아저씨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전혀 꾸밈이 없는 원색 음이었다.

  ‘간절하면 꿈에 나타난다더니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더라.’

  아주머니는 췌장암으로 꼬박 2년을 고생했다. 간병인이 매일같이 찾아와 돌봐주긴 했지만 대소변만은 아저씨가 직접 받아냈다. 배설물은 아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아내의 배설물을 훔치면서 아저씨는 ‘미안하다.’란 말을 속으로 수없이 반복했다. 고생시켜 미안하고 병들게 해서 미안하고 낫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저씨는 문 여닫는 소리만 들려도 눈물을 흘렸다. 음식물 쓰레기통만 봐도 울음이 터졌다. 쓰레기 버리지 않았다고 추궁하던 소리가 죽도록 그리웠다. 단 한번만이라도 더 들을 수 있다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

  ‘보고 싶은데 안 나타나더라. 꿈꾸려고 일찍 잠들어도 안 나타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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