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같은 마음을 가진 어르신
두 다리의 절반이 없고, 손가락마저 짧고 굽어 불편해 보이지만, 어르신은 누구보다 활기차고 당당한 눈빛을 지니신 분이다. 겉모습만 보면 밝고 외향적인 성격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은 결코 순탄치 않았던 삶을 살아온 강인함으로 가득하다.
말과 행동은 솔직하고 단호하시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 느끼실 때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으시고 거리감을 두신다. 다른 어르신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으시고, 스스로 선을 긋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조용히 침상에 머무르다 밖에 나서시면, 남모르게 씁쓸함이 깃든 말투로 자신을 방어하듯 반응하실 때도 있다.
평소 요양원 식사는 잘 드시지 않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따로 준비해 드시는 편이다. 특히 자극적인 맛을 즐기시며, 익숙했던 삶의 방식과 취향을 쉽게 바꾸지 않으신다. 단단한 성향만큼이나, 본인의 취향과 고집이 뚜렷하다.
언제나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밝은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그 이면에는 예민함과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가 엿보인다. 유독 남자 어르신들과 가까이 지내시고, 여자 어르신들과는 비교당하는 걸 피하시려는 듯한 모습도 있다. 때때로 이유 없는 서운함과 질투가 언어로 튀어나올 때, 그것이 당신만의 감정 해소 방식임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셨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다잡아가시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마음의 파동이 있을 때마다, 얼마나 많은 감정과 싸워오셨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런 어르신께 다가갈 때 항상 조심스럽다. 감정을 헤아리며, 눈높이를 맞춰 말벗이 되어 드리고자 한다. 다행히 이제는 경계 대신 따뜻한 미소로 곁을 내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어느 날 밤,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단단한 삶을 관통해 온 이야기 속에서, 그 누구보다 깊고 반짝이는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당신은 단지 몸의 일부를 잃은 분이 아니라, 긴 세월을 꿋꿋이 버텨낸 강한 존재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당신은 이 시대의 위대한 어머니이며, 아내였고, 한 사람으로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낸 어르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