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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숙 Nov 11. 2024

A Gatekeeper(문지기)

낯선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 신뢰와 공존의 이야기

주말 그날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기도부터 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주말은 항상 더 바쁘게 임해야 하고 신경을 더 써야만 한다. 주급을 받는 미국 사회에서는 주말이 돈 쓰는 날이 되니 일찍부터 찾아와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서기 할 정도다. 


동네 단골손님부터 여러 가게를 두루 다니며 가게 상태를 파악하고 좀 더 싸고 좋은 서비스를 찾는 손님들, 때로는 좀도둑부터 총을 들고 들어와 훔쳐가려는 위장손님까지 있다. 


매일 긴장하면서 장사에 임하는 한인 가게에도 항상 일상적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대부분 흑인 지역에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과 위험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래도 그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상호 주고받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 사고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임한다.


현지 동네에 사는 Gatekeeper(문지기)를 고용해야 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난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 문지기와 주인만 아는 몇 가지 암호를 만들어 한국말로 주고받기도 한다. 




주말 오후, 그날도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느낌이 안 좋았다. 어김없이 권총을 들고 낯선 남자가 후드티 모자에 검은 안경을 쓰고 작은 권총을 들이대며 돈을 요구했다. 조용히 문지기를 향해 한국말로 '총'이라는 신호를 보내니 다가와 둘이 실랑이를 벌일 때 그 틈에 몸을 피하고 숨어서 지켜보며 경찰에 신고했다. 


서로 총을 들이대며 소리 지르고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소란스럽더니 한순간에 조용해지면서 도둑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경찰이 와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바로 석방되어 똑같은 범인이 본인 가족과 함께 들어와 이번엔 가족과 같이 물건을 훔치려다 다시 붙잡히는 일이 생겼지만, 조금도 미안하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당당했던 행동에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우는 다반사인 일이긴 하지만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한순간에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늘 긴장 속에 있어야만 한다. 그래도 현지인 문지기가 있어주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와 공존해야 했다.











독불장군은 없는 법, 그래도 그 지역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가며 유대관계를 가지며 그들과 믿음과 신뢰를 쌓으며 적대 감정을 배제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서로 필요 조건 이상 좋은 친분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흑인 문화는 낙천적이면서 우리들보다 몇 배 더 순수하고 다정함이나 의리, 인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다. 몇몇 사람들로 인해 힘들 때도 있지만, 모두가 웃음이 많고 밝고 여유로움과 활기차며 다가가기 쉬운 온유함으로 가득 넘쳐나는 인정이 있기에 대부분 흑인 가에 자리 잡고 사업하는 한인들에게는 중요한 가족처럼 친구 같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지내려고 노력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함께 공생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위험함은 어디든 존재하지만 그래도 서로가 도움 주고받으며 그 지역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은 사랑으로 공감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좀 더 가까운 이웃으로 벗으로 나눔을 했을 때, 이후 바람은 문지기가 없이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길 바라본다. 


우리 한인들, 진정 너무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으면서 무궁한 발전에 기여하는 부지런하고 근면성 높은 대한인이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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