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 12월호 2024년을 돌아보며>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그동안 직장이 없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내가,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나는 굉장히 불안했다. 버티기 힘들어 그만두긴 했지만, 과연 잘한 선택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참 잘한 일이었다.
일을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집중했던 2024년.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고, 배우며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고 영상 편집자라는 꿈이 생겼으며 글에 대한 욕심에 글쓰기 모임에도 가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새롭게 나아갈 방향으로 든든한 돌다리를 하나 놓은 셈이다.
올해는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난생처음 PT를 시작했다. 잡지에서 보던 몸은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웠지만, 기본기를 다지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으니 만족한다.
식단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내가 생각보다 채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외면했던 야채를 식단 때문에 억지로 손질하고 먹어보니, 속이 편안하고 맛도 좋았다. 놀라운 점은,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던 내가 점점 그런 음식을 찾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채소 위주의 식단이 주는 만족감이 커서, 이제는 채식을 좀 더 알아보고 싶어 채식주의자 카페에도 가입했다. 물론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계획은 없다. 가끔 고기나 계란 같은 단백질도 즐길 생각이다.
또 하나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이 요가다. 예전엔 왜 하는지 몰라 중단했던 요가가, 다시 해보니 너무 좋은 운동이라고 느껴졌다. 일단 운동 효과가 뛰어나고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해 준다. 매일 아침 굳은 몸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져 덩달아 명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명상을 하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평생의 숙제처럼 여겨왔던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기존 학원이 아닌 자유로운 회화 모임에 들어간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서툰 사람들이 함께 배우며 웃고 떠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왜 영어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지금 보니 단어만 꾸준히 외워도 영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어떤 단어부터 외워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00 하면 해야지’라고 미뤄뒀던 일들을 올해는 그냥 시작해 버렸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재미난 경험들이 이어졌다.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해외에서 살아본 것이다. 잡히지 않는 꿈처럼 막연하게 바라던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곧 다시 갈 날을 기대하고 있다. 버킷리스트 한 줄 지웠더니 그 밑에 줄줄이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다음엔 또 어느 나라를 가볼까?
올해는 처음으로 후회가 남지 않는 한 해였다. 매년 “아무것도 한 게 없네”, “나이만 먹었네”라며 후회와 한탄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단 지르고, 시도하고, 행동하다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와 깨달음이 뒤따랐다.
작은 성공의 경험은 정말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후회와 실패의 기억은 어느새 흐릿해지고, 성공의 경험만 남았다. 올해 방 안에 틀어박혀 우울하고 속상했던 기억조차 왜 그랬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24년은 내게 행동의 원동력을 준 해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남긴 채, 나는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제 2025년을 향해,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