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어도, 봄은 자기 빛을 잃지 않는다
밤의 물가를 바라보았다.
강주 연못 속 물은 검고 깊었다.
낮이라면 바람의 결, 나뭇잎의 그림자, 건물의 윤곽이 더 또렷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밤의 물은 많은 것을 감춘다. 물 위에 떠 있는 불빛 몇 개만이 조용히 흔들릴 뿐, 어둠은 쉽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둠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의 소란을 천천히 가라앉히는 커다란 숨 같았다.
사람도 그렇다.
낮에는 해야 할 일이 많고, 보여 주어야 할 표정이 많고, 견뎌야 할 말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교사로, 누군가에게는 동료로, 누군가에게는 가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시민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어디쯤 서 있는지 잊을 때가 있다.
밤의 물가는 그런 나에게 말해 주는 듯했다.
“괜찮다.
오늘 다 설명하지 못해도 된다.
흔들렸다고 해서 무너진 것은 아니다.”
물은 불빛을 완벽하게 붙잡지 않는다.
그저 흔들리며 비출 뿐이다.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람의 마음과 닮았다. 우리는 매일 확신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방향을 찾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다음 산책 중에 나는 노란 꽃을 보았다.
어둠 속 물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노란 꽃잎은 작은 햇살처럼 피어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꽃잎마다 상처도 있고, 작은 먼지도 있고, 완벽하게 매끈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완벽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살아 있어서 아름다웠다.
꽃은 자신을 증명하려고 피지 않는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기 계절이 오면 조용히 핀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빛으로, 자기 방식대로 피어난다.
나는 그 꽃 앞에서 오래 생각했다.
사람도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모든 시간이 내 편이 아니어도,
내가 걸어온 길이 때로는 어둡고 흔들렸어도,
내 안의 봄까지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밤의 물가가 내게 깊이를 가르쳐 주었다면,
노란 꽃은 내게 다시 피어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둠은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둠이 있다고 해서 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가의 작은 불빛처럼, 꽃잎의 노란 숨결처럼, 우리 안에도 아직 꺼지지 않은 생명의 색이 있다.
오늘의 사진 두 장은 내게 하나의 문장으로 남았다.
어둠은 깊이를 만들고, 꽃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천천히 걸어가려 한다.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밤을 지나온 사람만이 아침의 빛을 더 깊이 알아본다.
그리고 언젠가 내 삶도,
저 노란 꽃처럼 말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밤의 물가를 보며 마음의 흔들림을 생각했고, 노란 수선화를 보며 다시 피어나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어둠은 우리를 멈추게 하지만, 꽃은 조용히 말합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너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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