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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나를 바라보다.

by 지은 Mar 31. 2025


발작이 가라앉은 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어렴풋 남은 기억으로는 소리까지 내며 세상 서럽게 울었던 것 같다. 속상함과 원망이 한데 엉켜 세상 그 어떤 먼지보다도 더 지독하고 더러운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눈물이었다.


호흡이 돌아온 후에도 여전했던 어지럼증은 증세가 지나간 후 잠시 찾아온 저혈압 정도라고 생각했다.


계속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끈이든 붙잡고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보다 먼저 공황 증상을 겪었던 분이 떠올랐고, 남편은 나의 부탁을 듣고는 급히 전화를 걸어 간단한 상황 설명 후 점심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가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뒷목을 덮고 있던 긴 머리가 다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옷을 적셨고, 시력을 앗아 가버린 듯한 어지러움은 곧바로 어둠으로 내 눈앞을 가려 어디 하나 붙잡지 못하도록 시선도 앗아 가버렸다. 결국 나는 집 밖으로 한 발도 나서지 못 한 채, 침대에만 몇 시간을 누워있었다.


만일 내가 나를 볼 수 있었다면 그때의 내 모습은 혈색도 맥박도 하나 없이 이불에 등만 의지한 채 간신히 붙어있는 듯한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면의 내가 느끼기엔 저 깊고 깊은 지구의 내핵까지 내가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쉬면 괜찮아질 거야. 푹 자고 일어나면 돌아오겠지.’




나는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이 든 게 아니라 기절했다.

정신이 들지 않았고, 그 후 몇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눈이 조금 떠졌다. 눈이 떠진 시간은 둘째 하원을 갔던 그간의 일과의 규칙 덕분에 습관적으로 내 무의식이 눈꺼풀을 들어 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어린이집 주차장으로 운전을 했다. 겁이 없었던 걸까. 정신이 없었던 걸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책임감이 육체를 지배했고, 내가 가진 강한 오만이 나를 어린이집까지 운전해서 가게 했다. 그나마의 위협 또는 위험을 감지했는지, 나는 첫째에게 부탁해 하원 동행을 요청했고, 착하디 착한 첫째는 흔쾌히 응했다.

주차 후, 도저히 걸을 수 조차 없어 첫째에게 둘째를 데리고 주차장까지 내려와 달라 요청했다.


두 아들을 차에 태운 후. 다음 목적지는 집이 아닌 소아과. 이미 예약되어 있던 진료. 연결해서 먹여야 했던 감기약들. 아이들 진료를 본 후, 나도 진료를 받기로 했다.


“선생님. 제가 좀 어지럽고 컨디션이 안 좋네요.”

“열이 있네요. 주사치료랑 약 처방해 드릴게요.”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서 약도 받아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 저녁도 챙겨야 했다. 아플 틈 없이 빨리 나아야 하는 나는 ‘엄마’였으니까 손등에 맞는 주사 이 정도쯤이야.




눈을 떠보니 간호사는 벽에 기댄 채 쓰러진 나의 손등을 지혈하며 나에게 괜찮냐는 질문만 되뇌고 있었고, 나는 대답을 마저 하지 못 한 채 다시 정신을 잃었다.

수액실에 누워 있으니, 소아과의 몇 안 되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에게 모여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첫째는 눈물을 글썽이며 씩씩한 척을 하고 있었다.


“어머님. 혈압이 너무 낮아요. “

“이 상태로 가시면 진짜 큰일 나요.”


수액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게 하며 연속 3팩을 맞았음에도 내 혈압은 저 바닥에서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황을 전달받은 가까이 사는 친여동생은 두 아이들을 본인 집으로 데리고 가서 챙겨주었고, 나는 병원 마감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원장님과 병실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혈압은 80/50.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곧 죽을 것 같은 모습도 아닌

이미 죽은 사람 얼굴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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