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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덴티 Aug 27. 2024

우울한 금붕어를 위한 수질 개선 하기.

소주를 들이키고도

새벽 4시에 깨는 바람에

잠을 4시간을 자는 바람에

나는 오후 4시에  똑같이

4시간을 잠에 헤엄친다.

그리고 비몽 사몽하게 사 오는 1L 커피

두 개나 사가는 호기에

날 기억하는 사장님.

그냥 , 작업할 때 마셔요. 짧게 대답하고 나오는데

냉장고에는 하루만 넣어두라는 친절한 사장님.

아이러니함.

잠에 들지 못한다 하며 취침약을 먹으며

하루 2L 넘게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는

오히려 몽롱함이 편하다며 그대로 가도 좋다 하자

마음을 위한 것이 아닌 일하기 위한 약이라는 의사

아침에 눈 깨고 술 취해서 산 옷이 웃기지도 않는다면서

하루종일 입고 있는 나 자신.

아이러니함.


22년 06월 16일 기록




다행히도 취침 약은 다시 줄어들었다.

그 대신 너무 짧은 시간 눈을 감는다.

마음을 위함이 아니라 일을 위함이라는데.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 인가 같은 말이다.

어제는 내원 길은 피식 웃기도 하면서

장기하 노래 싸구려 커피에 맞춰

발걸음을 사늘 사늘 걸었다,

딱히 두툼한 약봉지를 넣을 공간이 없어

손에 들고 오는데,

"한 번에 절대 복용하지 마세요"

문구가 참 항상 볼 때마다 느끼지만

담뱃값에 적힌 발암을 유발합니다.

문구같이 느껴진다.

이제는 그 문구가 마음에 박히지는 않는다.

나는 나로서 나를 사랑하고 있다.

웃기지도 않는 옷을 입고

웃기지도 않는 괴상한 신발을 신고

휘청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왜 나는 마음에 들었을까.

​22년 06월 17일 기록



어지러운 일상이 돌아간다.

잠시 멈춘 기계가 나사를 맞춰

재 충천을 가해 급히 켜지는 것처럼

나는 완벽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바쁘게 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듯싶다.

바삐 움직이고 오더를 받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나를 위해 혼자 삼겹살 집으로 향한다.

소주 몇 잔 들이켜다 보면 가게 사장님과도 친구가 되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주 들리겠다는 말과 함께 얼큰히 취해 나간다.

최근에 가기 시작한 옷 가게를 들린다.

한 번에 50만 원을 넘게 써버린다.

요즘 작아진 옷들에 대한 미련을 이제야 버린다.

변해버린 나에게 맞는 옷을 가격을 따지지 않고

그냥 고른다. 맘에 든다.

시원시원하게  골라가니

사장님과도 얼굴을 텄다.

일산에 머문 지 4년, 내 주변을 고요로 채우던 나는

일상에 물을 준다.

그리고 움트기 시작하는 듯하다.

비 오는 날들이 개어가는 듯싶다.

22년 06월 20일 기록



하루에 한 회차 선을 따내고

넘기고  따내고

그러다 괜히 나한테 딴죽을 건다

"졸려?"

졸리겠지. 3시간 잤는데

"그럼 원고 밀리지 말았어야지."

그건 맞아

눈을 감아도 원고 생각에

멈춰 멈춰해도 드는 아이디어들. 아이들 서사

내 인생 절반 떼어서 너희를 보여주는 거 같아.

그게 싫다는 건 아니고

진하게 너희가 다가올 때만큼 진지하게 임할 때가 없다고


22년 06월 22일 기록




엊그제 다시 좀 기분이 좋아졌다는 글을 쓴 것 같았는데,

갑자기 몰려오는 머리가 울릴 만큼의 기분 나쁨은

견디기 힘들 만큼 몸까지 지친다.

침대에 얼굴을 다 파묻고 괜찮아져라 아무리 말해 봐도

기분 따위는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앞질러 달려간다.

결국 이유는 과로 인듯싶다.

평소라면 그냥 그렸을 엑스트라조차도 손대기 싫어서

코끼리를 그렸다.

하루에 사람만 80컷 넘게 그리니, 사람은 쳐다도 보기 싫었나.

아니면 집에 너무 붙어 있었나.

이유를 찾고 찾다 또 일이다.

카페로 가서 선화 작업을 했다. 오랜만에 남의 시선을 느끼며

그림을 그린다.

어색해진 카페, 어색해진 사람들, 어색해진 의자

1년 전만 해도 여기 붙박이장이었는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 때까지 나를 기다려준다.

딴짓하더라도 핀잔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이 그림을 그린다.

22년 06월 22일 기록




이번 내원 길은 흐려서 걸어가지 못했다.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비,

예상 못 했던 건 아닌데 당황스럽지만 자연스럽게

맞으며 갔다.

얼마 전 새긴 금붕어 타투를 보며 시원하냐고 물었다.

아, 어제 기분의 글은 내가 느끼는 것이 맞았다.

상담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약은 증량되었다.


22년 06월 23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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