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신혼여행기
이윽고 발리에 도착한 우리 부부! 발리에 도착하고 처음 맞이한 모습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여기 정말 그렇게 좋다던 발리 맞는 거야? 의구심으로 가득한 첫날이 우여곡절 끝에 지나가고... 마침내 떠오르는 발리의 태양. 마치 모든 것이 새로운 태양을 반겨주듯이 생경하게 조응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정말이지 좋은 곳에 왔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에 젖게 된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우리는 아침 식사까지 마치고 여행의 첫 일정을 소화할 준비에 임하게 되는데...
첫번째 우리의 공식 일정은 해양스포츠 팩이었다. 스킨 스쿠버,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체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주의한 것은 바로 발리의 강한 햇빛이었다. 발리의 세상을 아름답게 조명해주는 이 빛이 아쉽지만 인체에 마냥 좋지만은 않다. 강력한 자외선을 듬뿍 선크림으로 경계해주고 나서야 우리는 호텔의 로비로 나왔다.
전날엔 많이 늦은 시간이라 어두워서 주변의 풍경이 어떤지 알지 못했는데 막상 밝은 모습을 보니 정겹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왠지 모르게 부모님 고향같은 느낌의 전원스러움이 괜히 친근하였다. 삼빠띠 빌라의 가격은 기억하기로 10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가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꽤나 훌륭한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했고, 객실이나 호텔의 컨디션 등이 좋았고 위치도 스미냑 비치와 가까워서 이점이 많았던 것 같다.
아침에 로비에서 여유롭게 발리의 아침을 감상하고 있으니 금방 남길과 페릭이 도착했다. 남길은 우리에게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먼저 첫 일정은 수상 레저 활동이었기 때문에 현 위치였던 스미냑 비치 근처에서 차를 타고 꽤나 이동을 해야했다. 발리의 날씨는 정말이지 쾌적했다. 직사광선을 맞는 것이 아닌 이상 큰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고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와 귀밑머리를 넘겨주었다. 특히 어딜 가도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맹그로브 숲을 보았는데, 책에서 보거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실제로 보니 더욱 신기했다.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아내와 함께 바깥을 구경하고 남길과 이것저것 QnA를 하면서 가니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처음엔 남길의 한국어를 온전히 알아듣기 어렵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귀가 트이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인적이 드문 도로변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신상이 눈에 띄었다. 힌두교의 코끼리 신 가네샤 신상이 먼저 보였다. 힌두교에는 정말 많은 신들이 있는데 참으로 재밌는 문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람도 사람마다 저마다의 우주를 구축하는데, 신마저도 그러하다니 세상에 재밌는 일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도심 내에서도 정말 많은 신들이 저마다 특색있게 표현되었는데 사람들의 생활에 종교가 깊이 스며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경험해온 것과 완전히 다른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왠지 즐거웠다.
아무래도 여행사에서 데리고 오는 식당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인 것 같았다. 패키지에 포함된 식당 어디를 가도 현지인은 없고 관광객만 있었다. 다만 우리 부부는 이 신혼여행에서 음식, 맛집 등에 대한 기대나 의식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닥 상관이 없었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가치는 휴식이었기 때문에 음식의 맛이 대단히 중요하지는 않았다.
금방 우리가 주문한 나시고렝과 미고렝이 나왔다. 고렝은 볶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시는 밥, 미는 국수를 의미하므로 볶음밥과 볶음면이 되는 것이다. 평소 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현지의 미고렝 맛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기간동안 매일매일 미고렝을 먹었다. 게다가 밤에는 꼭 마트에서 파는 미고렝 컵라면까지 먹었으니 앞으로 먹을 것까지 다 먹고 온 것 같다. 그런데 역시 특별할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알새우칩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식사와 과자가 한 번에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어디서 미고렝을 시켜도 알새우칩이 나왔다. 마침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잘 됐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알찬 식사를 하고 나서 우리는 이제 진짜 수상 레저 활동을 하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빠지는 해본 경험이 있지만 넓은 바다에서 하는 것이니 만큼 기대가 되었다.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고 푸른 색이었고 밝은 하늘은 여전히 우리를 푸르게 비춰주고 있었다.
발리에는 생각보다 한국사람들이 정착해서 사업을 벌이는 일이 흔한 것 같다. 수상 레저를 운영하시는 분도 한국분이셨는데 우리 한국인 부부를 굉장히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따로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으나 다들 대번에 한국 사람인 것을 알아보았다. 발리의 현지 사람들도 우리를 보면 안녕하세요~ 하면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대체 어떻게 한국사람임을 알아보나 궁금했다.
수상 레저 체험은 땅콩 보트, 바나나 보트, 스킨 스쿠버, 씨워커(해저 탐험 비스무리) 등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체험에 추가 요금이 붙어있었다. 역시 세상엔 너무나 좋은 제안은 없는 법. 마냥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인 수상 레저에 우리가 추가한 것은 빠른 배에 낙하산처럼 달려서 하늘 위로 높게 떠오르는 것이었는데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 촬영 역시도 추가요금이었는데 지난 기억으로는 한화로 약 5-6만원 정도를 요구했던 것 같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던 우리는 최소한의 엑스트라 차지로 체험을 시작했다.
먼저 선착장쪽으로 이동하는데 이런 속도가 빠른 해양스포츠를 체험할 때는 슬리퍼를 신어선 안됐다. 그래서 맨발로 이동하는데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바로 쉬지 않고 작열하는 태양빛에 바닥이 마치 불판처럼 달궈진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선착장까지의 그 먼 길을 마치 탭댄스 추는 것마냥 와닷닷닷닷 고통스러워하며 지나갔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모양이 너무 재밌다.
특히 제트스키를 탈 때가 기분이 기가 막혔던 것 같다. 넓은 바다를 정말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해보았는데 이렇게 까지 빠르게 수면 위를 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넓은 바다가 한 줌인 양 가볍고 빠른 제트스키를 타고 가는데 파도에 부딪힐 때마다 조금씩 통통 뜨는 것이 정말 무서웠다. 역시 안전민감증을 가진 나에게 이렇게 빠른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이윽고 가장 기대했던 하늘로 뜨는 기구를 타게 되었다.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었으나 그것은 왠지 해보고 싶었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주제에 번지점프까지 뛰어본 나는 그래도 재미있으리라 기대가 되었다. 점차 배가 빨리 나아가자 나와 아내는 하늘로 붕 뜨기 시작했다.
"어, 어, 이거 너무 높은데?!"
"꽉잡아 누나!!!"
라고 하면서 아내의 손을 꽉잡는 것은 나였다. 생각보다 높게 하늘로 뜨자 주변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고 푸른 바다 멀리는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더욱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지나가는 바람과 달리 계속 나와 손을 잡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나는 분명하게 행복했다.
그리고 내려와서 마지막 순서인 스킨 스쿠버를 하게 되었다. 바다에 깊이 들어가보니 정말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 많은 물고기를 보면서 든 생각은 첫번째로 '맛있겠다.'라는 것이었다. 돔과 유사하게 생긴 녀석들이 마구 활개치는 것을 보니 녀석들을 와구와구 회 떠먹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었다만 안타깝게도 발리에서 회를 먹을 수는 없었다.
해양스포츠팩 체험을 마치고 나서 다음 일정은 마사지를 받는 것이었다. 여행사 일정 중에는 총 4회의 마사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 첫번째 마사지였다. 나는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전문가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감이 안 왔다. 누가 주물러줘도 별로 시원하다는 느낌을 못 받는 나로서는 특별할 것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마사지를 받기 위해 들어가니 나와 아내를 위한 침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안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안정감이 들게하는 향이 방을 가득 메웠다. 나와 아내는 각자 침상에 누웠고 곧 마사지사분들이 들어오셨다. 다들 꽤나 부드러우면서 힘있는 손놀림을 가지고 계셨다. 약 두 시간 가량 마사지가 진행되었는데 그 시간이 꽤나 길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금방 무색해졌다. 정말이지 전문가에게 받는 마사지는 아주 시원한 것이었다. 한동안 고개가 왼쪽으로 잘 돌아가지 않았는데 마사지를 받고 나니 거의 대나무 헬리콥터마냥 목이 돌아갈 것만 같았다. 아주 개운하게 마사지를 받고 나서 나는 마사지에 매료되었다.
"와, 누나 이거 정말 좋다."
"그동안 내가 해줄 땐 별로라며."
"프로의 손길은 또 다른데?"
아내가 조금 토라졌다. 마사지를 받고 나서 나는 침대에 루피아로 팁을 놓고 갔다. 처음엔 얼마를 주어야 할지 몰라서 꽤나 많이 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얼마를 주고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한화로 약 2만원 가량을 주고 온 것 같다. 루피아는 돈의 가치에 대비하여 지폐가 매우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일정을 마치면 환전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금방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첫날 저녁은 발리 내 번화가인 스미냑 거리에 위치한 양식당이었다. 역시 음식 맛이 특별할 것은 없었다. 폭립 등을 먹었는데 그 맛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특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음식에 대해서는 기대한 바가 없으니 일반적인 맛만 내주어도 나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스미냑 거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건물은 다 낮은 건물이었지만 사람들이 아주 많은 번화가였다. 곳곳마다 식당, 펍, 술집들이 있었고 흥성흥성하게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선선한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많은 의류 매장이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쇼핑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 역시 관광객에 한정된 이야기다. 현지인들의 모습은 많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와 아내는 호기심으로 의류매장 여러 군데를 둘러보았는데 처음 보는 브랜드임에도 가격들이 전혀 저렴하지 않았다. 아마 관광객들을 타겟팅하고 있는 매장들이라서 그랬나보다. 만약 정말 우리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더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샀을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와 아내는 금방 거리 탐방을 마치고 마트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들고 숙소로 복귀했다. 기대되는 맛의 컵라면 미고렝이었다. 마트에 가보니 다양한 식료품이 있었는데 한국 제품이 정말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반갑기는 했으나 여기까지 와서 굳이?라는 생각에 구입하지는 않았다. 낮에 물론 미고렝을 먹기는 했으나 컵라면 맛은 또 어떨까 호기심이 들어 구입하였다. 미고렝 컵라면 안에는 놀랍게도 포크가 들어있었다. 식기까지 동봉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UFO라고 써진 것에 더불어 매우 매운 것을 경고하고 있었는데 나는 한국인이라고? 라고 자만하며 경고를 무시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정말 매웠다. 매콤한 맛으로 화끈해진 열을 식히기 위해 나는 다시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야간 수영까지 즐기고 나니 하루의 끝이 성큼 다가와있었다. 삼빠띠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전혀 기대 없이 온 삼빠띠에서 생각보다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영장 위 흔들거리는 침대에서 느끼는 여유와 따스한 햇살을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기대한 일정은 바로 내일부터였다. 내일은 바로 가장 기대하던 숙소인 물리아 빌라스에 가기 때문이었다. 내가 발리로 신혼여행지를 결정한 이유도 물리아 빌라스 때문이었다. 늘 사진으로 봐오면서 오랫동안 꿈꿔온 곳은 어떤 곳일지 너무나 기대됐다.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운 한편 새로운 하루가 어서 나에게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또한 그 아름다운 아침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었다.
"쟤 좀봐! 너무 무섭게 생겼어!!"
"발리의 바다는 파도가 먼 곳에서 부서지네?"
"와 잠깐만 여기 정말 진짜야?"
"이건 정말 말도 안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