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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수첩 1 -스승의 날

#교무수첩 #스승의 날 #주홍글씨 #카네이션

by 노영임

교무수첩 1

-스승의 날



밟혀 줄 그림자조차

찢겨진 지 이미 오래


주홍 글씨처럼 카네이션

매달려 있던 하루


아홉 시

저녁 뉴스엔 또

어떤 죄목으로 단죄될까





5월 15일. 매년 돌아오는 날이 싫다. 학생 때는 달리기를 못해서 운동회 날이 싫었고, 노래를 못 불러 소풍 가는 날이 징글징글하게 싫었다. 교사가 되어서는 이 날, '스승의 날'이 끔찍이 싫다. 아침 행사로 선생님들을 일렬로 세우고 대표 학생이 나와서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그 꽃은 아이들이 100원씩 걷어 마련한 것이니 아, 얼마나 눈물겨운 꽃인가. 하루 종일 ‘주홍 글씨'를 달고 있는 기분이었다. 또 시대가 바뀌어 오늘날엔 그 100원도 촌지에 해당한다나? 카네이션 값은 학교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존중받아야 하나 씁쓸하다.

이름 붙여준 날을 뉴스거리에서 빼놓자니 영 서운한가 보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았다.'는 단골 멘트가 빠질 수 있나. 뒤이어 교실 현장의 현주소라고 학부모에게 삿대질당하는 선생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온다. 결국 두 번 죽이는 셈이다. 국민청원에 올리고 싶다.


“제발, 스승의 날 좀 없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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