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의 흔적

by 노영임


꼬리의 흔적



어머머

망측해라

내게 꼬리가 있다고?

인류가 진화할 때

꼬리도 퇴화됐을 텐데

나는야,

정숙한 여자 꼬리 칠 줄도 몰라


아니야

나만 몰랐나?

사내들은 아는 눈치였어

계집애들 고무줄놀이에

치마 속 들춰 보거나

기 쓰고

여선생님들 엉덩이 훔쳐보려는 것 봐


이게 뭐지?

다리 골절로

한동안 누워 지내다가

꼬리뼈가 근질근질

감춰진 존재를 캔 거야

잠깐만!

꼬리가 있다면 동물 본성도 살아있겠는걸


아이구

재밌어라

누구 게 긴가 재볼까?

복슬복슬 탐스러운 털

우아하게 흔들거나

남몰래

살살 꼬리 쳐 남자들도 꼬셔볼까?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여, 시조의 행 배열을 실제와 다르게 변경했습니다.




다리 골절로 꼼짝없이 누워 지낸 적 있다.

오래 누워 있자니 엉덩이 꼬리뼈가 배기고 근질거려 자꾸 몸을 뒤척이게 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꼬리가 완전히 퇴화된 게 아닌지 몰라.’

정말 꼬리가 있다면 어떨까? 유치원 아이들에게 꼬리 달린 옷을 입혀 놓으면 서로의 꼬리 잡으려 뛰어다니거나, 누가 더 긴지 재보지 않을까? 강아지들처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꼬리 친다.’ 표현을 곧잘 비난의 말로 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꼬리 친다’는 말은 왜 여자들에게만 쓸까?

‘정숙한 여자’가 되려면 꼬리조차 감춰야 한다는 말처럼. 하지만 정말 꼬리가 있다면….


살살 꼬리 쳐 볼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