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방

by 노영임


그녀의 방



변기 쪼그려 앉아

나직나직 통화하거나

립스틱 바를 때는

쪽거울 요리조리

화장실

마지막 칸이 그녀 방인 셈이죠


채우는 것과 비우는 것은

이음동의어인 것처럼

칸막이 너머 끙~ 신음에

밥알 씹어 삼키고

물 내린

소리 들으며 입가심하기도 해요


진종일 돌아치며

그녀가 하는 일이란

칸칸이 열어보고

채워진 건 비워내고

누군가

다녀간 기척 말끔히 지우는 거죠


세면대 물기까지

깨끗이 훔쳐내듯

그녀의 수고로움도

흔적조차 없앤 후

점검표

이상 없음에 ‘○’으로 표시해요





대형마트 갔다가 화장실을 찾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맨 마지막 칸에서 조심스레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귀옛소리처럼 나직나직 들리는 목소리에 잠시 걸음 멈춘다. 그리고 조용한 관찰자가 되어 그녀의 삶을 살짝 엿보게 되었다. 립스틱 바르며 쪽거울 들여다보는 그녀. 잠시의 휴식을 나름의 방식으로 누리는 그 모습이 어쩐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녀의 하루가 언제나 ‘이상 없음 ○’으로만 남는 현실이 못내 마음에 걸려 시 한 편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