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 수다·1

- 청춘을 위하여!

by 노영임


중년 남자 수다·1

- 청춘을 위하여!


뽀얀 목련 꽃송이 들썩들썩 한껏 부푼 봄날


퇴근길 포장마차 기웃대던 중년 남자 둘.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칠까? 이 눈치, 저 눈치에 진종일 기도 못 폈건만 집구석 들어가도 마누라가 반겨주길 하나. 오면 오나, 가면 가나 한 민족 동포일 뿐. 눈만 마주쳤다면 돈·돈·돈 돈타령이고, 자식 놈은 누굴 닮아 지지리 공부도 못 하냐. 툭하면 대놓고 면박당하기 일쑤지.

그나저나 방광이 풍선 분다더니 볼일 봤냐? 으흐흐~ 요놈도 예전처럼 신통치 않아. 아들놈 소변볼 땐 "쏴아, 쏴!" 뭔 소리랴? 변기에 구멍이라도 뚫을 듯 요란하건만 칠칠찮게 흘린다는 마누라 지청구라. 쪼그려 앉아 "쪼록~ 쪼록~" 볼일 보는 꼴이라니. 자자자, 봄날이잖여 쭈욱~ 들자구 청춘을 위하여!


우리들 봄날이란 게 오긴 오냐, 날 샌 거 아녀?



남자들 수다도 여자 못지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사설시조가 될 수밖에 없다.


봄은 늘 공평하게 온다. 목련은 환하게 피고, 거리는 괜히 들뜬다. 하지만 중년 남자의 얼굴은 그 봄과는 영 딴판이다.

퇴근길, 해방이다 외치며 곧장 ‘즐거운 나의 집’으로 직행하지 않고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서는 중년 남자 둘의 축 처진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직장에서는 하루 종일 눈치 보느라 기를 펴지 못했건만 집에 들어가도 반기기보다는 잔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봄볕 좋은 날에도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술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몇 잔 돌면 봄이야기는 자연스레 몸이야기로 넘어가며 서로 놀리듯 웃게 된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엔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하는 자조가 섞여 있다. 괜히 청춘을 들먹인다. 이미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다.

중년 남자들에게 봄이란 다시 젊어지는 계절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라는 기대를 품게 해 준다.


“자, 우리들 청춘을 위하여!”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