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한 번쯤은

by 노영임


한 번쯤, 한 번쯤은


목련 꽃그늘 아래

베르테르 편지를 읽지 않아도*


발아래 돌부리

괜스레 툭‧ 툭‧ 차며


속마음

누그러뜨릴 혹할 일이 생겼으면


*박목월 <사월의 노래>에서 인용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여, 시조의 행 배열을 실제와 다르게 변경했습니다.



<한 번쯤, 한 번쯤은>

내 두 번째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중년 나이를 지나는 이들이여! 중년을 이야기할 때 '한 번쯤, 한 번쯤은...'을 읇조린 순간이 어찌 없을까?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영화처럼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이 좋다지만 속 시끄러운 것은 딱, 질색이다. 이 나이에 격정에 휩싸인다는 것은 전쟁이 터지는 격이다. 그야말로 평화를 위협당하는 재앙에 가깝다.

중년 나이의 설렘이란

냇가에 물수제비 지난 자리처럼, 바람에 출렁하다 잠잠해진 나뭇가지처럼 아무 일 없는 풍경 위에 잠깐의 흔들림이 더해질 뿐이다.

혹은 슬픈 영화를 보고 난 다음처럼, 오래된 편지 한 장을 읽은 뒤처럼 잠시 조용히 머무는 감정이라고 할까? 그로 인해 마음이 조금 말랑말랑 해지는 그 정도의 온기는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조용히 찾아온 설렘이 삶의 어느 한 갈피에 무심히 머물기 바라며 이 시를 쓴다.


한 번쯤, 한 번쯤은...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