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모도 기억
이 섬을 찾아온 건
여름 이맘때였습니다
그녀는 갈매기마냥
끼룩끼룩 날아다녔고
모래성
무너질까 봐 오래오래 다독였지요
하늘 한 뒤퉁이가
밀감 빛으로 묽어지건만
그녀는 다리 쉼 하자
떼쓰듯 졸라대요
내 생애
이런 시절이 또다시 돌아올까요
막배마저 놓치고
허름한 민박집 들어
나무꾼처럼 하룻밤
그녀 옷을 감출까
사내놈
한창나이에 그런 맘 왜 없으랴
죽을 만큼 내달려
겨우 섬을 빠져나올 때
한지자락 물들 듯
눈시울 붉히던 그녀
그 후로
다시는 그녈 볼 수 없었습니다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여, 시조의 행 배열을 실제와 다르게 변경했습니다.
그녀는 왜 떠났을까요?
설마 이 답을 알지 못한다면 바보, 숙맥이겠지요. 글 쓰는 동인 여럿이 석모도 여행을 갔답니다. 지금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대교가 생겼지만 그 당시엔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고, 나와야 했지요. 배를 놓치면 꼼짝 마라! 갇히는 거죠. 거지 갈매기에게 새우깡도 던져주고, 해변을 거닐기도 하고, 보문사 절도 들려봐야죠. 무엇보다 해질 무렵 해넘이는 뭉클한 감동이었어요.
얼마 전에 다녀간 듯 석모도 일대를 훤히 알고 구석구석 안내해 주던 남자 동인에게 물었지요. " 석모도를 어찌 그리 잘 알아요?" 그랬더니 젊은 날 썸 some 타던, 속으로는 죽도록 좋아하던 아가씨와 이 섬에 놀러 왔답니다. 우리도 이런 연애담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리고 이 추억담을 이야기해 주네요. "지금의 아내야?" 누군가 묻자 씁쓸하니 고개를 가로졌네요. 우리는 동시에 외쳤습니다.
"으이그~ 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