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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 쓰는 은정원 Aug 22. 2024

얼음강물을 건너온 소녀 1부 _06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봐


싼웬 시장은 대여섯 시가 되면 파장을 했다.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은 오전 열 시에 열어 여섯 시면 문을 닫고 일곱 시면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식당은 쉬는 날 없이 문을 열었는데, 화요일에는 오후 두 시까지만 장사를 했다. 정리하고 나오면 대략 세 시였다.


어느 화요일에 어머니는 무늬 없는 얇은 무명과 바늘 쌈지를 샀다.

식당 일이 끝난 후 집에서 그것들을 가지고 베개포를 만들었다. 접은 베개포가 내 무릎 높이까지 쌓이자 어머니는 그것들을 야시장에 가지고 가 팔기 시작했다.


야시장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매주 금·토요일 저녁 일곱 시부터 두세 시간 열렸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나가 간이의자에 앉아, 과일꼬치에 설탕물을 입힌 탕후루 냄새도 실컷 맡고 사람 구경도 맘껏 했다.

큰 보자기 하나만 땅바닥에 깔아놓고 물건을 늘어놓으면 바로 가게가 되었다.


식당 일을 마치고 늦게 도착하는 우리는 늘 제일 구석에 ‘가게’를 차렸지만, 어머니의 베개포는 자수가 촘촘하고 매듭이 잘돼있어 적당히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 나는 손님들과는 말도 못 했고, 그들이 내민 1위안짜리 지폐를 어머니에게 전달받아 차곡차곡 가방에 정리하는 역할만 했다.

그러다가 시장 때가 묻어서 어머니를 거치지 않고 손님에게 직접 돈을 받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쩌거 이 콰이, 쩌거 이 콰이 우(이것은 1위안, 이것은 1.5위안입니다).’라는 말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1.5위안짜리 베개포를 2위안을 받고 팔았다. 왠지 살 것 같은 손님에게 가격을 2위안으로 불렀는데, 그가 선뜻 2위안을 내게 건넸다.

나는 가슴 한가운데서 설탕물이 줄기줄기 흘러내리는 것만 같아, 콧구멍을 벌름벌름 거리며 어머니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눈썹이 잔뜩 선 얼굴로 야시장이 파하는 시간이 되기도 전에 보자기를 접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벽장 위에 나를 꿇어앉힌 어머니는, 본인이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몰라서 대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이번엔 1.5위안짜리 물건을 2위안에 팔면 자본주의를 잘하는 것인지 내게 물었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어렴풋한 느낌에 휩싸였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마오(0.5위안)면 흰밥이 큰 사발로 가득이라, 우리 둘이 먹어도 안 적은 양이다.

우린 이제 여기서 잘 먹고 잘사는데, 니는 그게 모자라 다른 사람의 밥까지 뺏어 먹은 기야!”


울고 싶은 건 나인데 어머니의 목이 이미 메어있었다.


“어머니. 내 잘못했슴다. 옌지 사장님한테 돈을 빨리 보내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봐 그랬슴다.”


바람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바스락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그림자 속으로 쓸려 들어갔다.

하필 그날이 그해의 야시장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야시장이 열리는 봄이 되려면 넉 달은 족히 지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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