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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Dec 16. 2024

검정치마 - Hollywood

2015년 4월 9일 발매된 검정치마의 싱글앨범 [Hollywood]의 타이틀곡이자 유일한 수록곡. 동이 틀 무렵에 들으면 가장 가슴이 미어터질듯하게 벅차오르는 새벽감성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다.


내가 인디라는 장르를 가장 처음으로 인지하고 빠져들게 만든 가수가 검정치마인데, 내가 너무 좋아하고 정말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음악들이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는 점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인디계에서는 검정치마가 유명함으로는 최상위랭크가 아닐까 싶다.


검정치마는 인디팬들 사이에서 ‘검정치마의 장르는 검정치마 그 자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검정치마만의 확실한 매력과 확고한 음악적 성향이 그들의 음악에서 녹진히 묻어 나오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가 오늘 고심 끝에 고른 [Hollywood]는 도입부를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바로 넣었던 곡이다. 나는 가사나 멜로디만큼 곡의 도입부를 중요시 여기는데, 모든 노래에서 도입부만큼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게 도입부는 중요한 부분이다. Hollywood의 경우 전자악기의 비중이 정말 높은 트랙인데, 도입부에서 고막을 청량하게 강타하는 하이톤의 울림부터 ‘지잉-’ 하고 낮게 깔려 울리는 베이스라인은 나를 감상에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Hollywood라는 곡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이번에 글을 적기 위해서 정말 많은 영상과 해석을 보고 음악도 계속 반복해서 듣고, 심지어는 따라 불러 보면서 음악의 분위기를 최대한 느껴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Hollywood는 가사가 생각보다 위태로운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내용은 [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내가 사라지고 무너져 내려도 좋으니 함께할 거야 ]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심지어 양귀비를 보고 쓴 가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 잔털 하나 없는 너의 가느다란 목에 숨 쉴 때 ”

-

“ 붉은 머리칼이 일렁이며 내게 손짓했어요”


등의 가사가 양귀비를 보고 쓴 가사라고 하는데, 실제로 관상용 양귀비엔 잔털이 있지만 마약제조에 사용되는 양귀비엔 줄기에 잔털이 없고 매끈하다. 조휴일은 아마 마약제조에 사용되는 진짜 양귀비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가사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점을 생각하고 들으면 이다음 가사도 이해가 자연스레 된다.


“ 겁내지 말라고. 타버리면 어때요 다 바스러져 없어질 텐데 ”

“ 나 안 돌아가요. 여기 남겨두세요 ”


분명 사랑하는 여인에게 너무 깊게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본인의 삶도 버려가며 여인에게 목매는 위태롭지만 들끓는 사랑이야기이다. 그 여인이 정말 마약과 같은 존재로 음악 속 주인공에게 작용한 것만 같은 가사들을 읽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검정치마의 곡을 듣자면 늘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단순히 새벽녘 드라이브를 할 때 듣기에도 좋고, 가사 한줄한줄 깊이 생각하며 해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 권의 단편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면에서 나의 성장을 도와준 가수라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근 몇 년 사이 검정치마가 많이 유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곡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루빨리 사람들과 Hollywood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날이 오기를 바라고, Hollywood 같은 명곡을 더 많이 알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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