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하고도 즐거운 언어 교환 어플 200% 활용 방법을 소개합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요? 히라가나 교재를 구매해서 처음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면지에 "あ、い、う、え、お"를 서른 번도 넘게 적어 내리며 글자는커녕 그림처럼 꼬부랑거리는 히라가나를 외우느라 진땀 뺐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 영화의 대사가 음절 단위로 식별되지 않아 외계어 뭉텅이로 들렸고, さ와 ち를 구별하는 데에는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영어도 아닌 제2 외국어를 익힌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회의감도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약 1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 채용 공고 중 일본어 활용 가능자 우대 공고를 골라서 지원하고 구사 가능한 외국어란에 당당히 일본어를 적고 있습니다. 물론 상급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막힘 없이 소통하고 있고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에, 제가 담당하게 될 산업군의 비즈니스 표현 공부를 열심히 익힌다면 수년 이내에 업무도 거뜬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한국 땅에 발을 붙인 채 한국인들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일본어 습득을 빠르게 했을까요? 애니메이션을 보았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지 않는 편이에요. 물론 일본의 유튜브와 드라마, 영화를 즐겨보긴 했습니다. JPOP도 정말 즐겨 듣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은 듣기 향상에 도움이 될지언정 말하기와 뉘앙스 이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비밀은 핸드폰 속에 있습니다. 언어교환 어플인 <마음>과 <헬로우 톡>으로 만난 수백 명의 일본인이 일본어와 일본 문화 이해의 자양분이 돼주었습니다. 또, 어플에서 만나 절친이 되어 거의 매일을 연락하고 때로는 함께 놀러 다닌 일본인 친구의 어휘와 억양은 곧 제 일본어가 됐지요. 이처럼 현지인과 어울리며 매일매일을 일본어로 수다를 떨다 보니 정말 자연스럽게 일상 회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 특유의 '주입식 외국어 교육', 오로지 읽기와 문제 풀이에 집중한 교수 방식의 병폐로 JLPT 상급 수준의 독해 실력을 갖고 있더라도 회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정확히 반대의 케이스에 해당하게 됐네요. 자격증은 없지만 친구랑은 신나게 떠들 수 있습니다.
'어플로 친구 만들고 직접 만나는 것 괜찮은가요? 위험하지 않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 겁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섯 글자만으로도 충분해요. "위험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위험해요. 저도 수많은 미친 X들을 만났습니다.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백 공격을 받는 건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또 당장 한국에 찾아오겠다며 합의되지 않은 데이트를 주장하는 놈부터, 사진이 보고 싶다고 요구해 오는 변태새끼도 널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플을 지속한 이유는요, 그득한 똥 구덩이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알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다음 주에 도쿄 여행을 가서 함께 이곳저곳을 누빌 일본인 절친을 사귄 것도 언어교환 어플이었고 구글맵에 현지인 추천 맛집 리스트를 한가득 채울 수 있던 것도 팟캐스트 채널에서 만난 현지인들 덕분이었습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라고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로컬 이자카야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며 쌓은 추억도 다 어플에서 사귄 귀중한 친구 덕분이네요. 이처럼 '아주 잘만 활용한다면' 언어, 문화, 사람 그리고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서 위험천만하고도 즐거운 언어교환 어플 사용 방법과 Tip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물론 어플에서 겪은 다사다난한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여행 정보도 담을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제가 사랑하는 일본인 친구들을 인터뷰하며 소중한 일상과 삶을 들여다 보고 글로 적어 내릴 계획입니다. 몇 편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소문난 수다쟁이이니까요. 시리즈 하나쯤은 알차게 구성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나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