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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Sep 24. 2024

입시에 진심인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대학에 진심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컨설팅을 쭉 하면서 엄청 많은 아이템들을 듣는다.

직접 컨설팅을 맡아서 진행하면서 다양한 업종과 다양한 아이템을 보기도 한다.

그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최종 결과를 위해서 그 과정을 알고 조사를 하다 보면 어느덧 그 회사에 귀속된 느낌을 받으면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는 마침내 목표를 찍으면 어느 정도 약속된 계약에 따라 업무를 종결한다.

이걸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선 나 또한 대한민국의 잣대에 맞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회사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조건이 학벌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일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고 학위도 중요하며, 또 다른 조건이 있다. 그렇게 회사에 있는 임원들이나 주요 인력들은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스펙과 학벌을 보유하고 인품들도 훌륭하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인재들과 일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말투를 보고, 그리고 학벌과 이것저것 물어본다.

딱 내가 원하는 조건,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조 건 몇 가지를 확인하고 채용한다. 그래서 고급인력들이 많다. 우린 컨설팅이기 때문에 "아무나"가 아니라 확실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신뢰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렇게 오늘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냉혹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은 오늘 말할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다.

통상적으로 개발업체면 개발과제를 직접 작성할 수 있는데 왜 컨설팅을 맡기지?라고 생각을 많이들 한다.

그게 정답이다. 나 또한 처음에 그렇게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개발은 잘하지만 서류 작업 특히 정부문서를 작성하는 일에는 서툴다. 개발에 대해서는 잘하지만 표현을 하는 데는 약하다.

그리고 계속 고도화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하기 바쁘다. 서류작성할 시간은 많지 않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오늘의 주제는 입시이다.

이 업체는 입시전문 법인 사업자이다.

많은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고 큰 회사이다.

이 기업에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다.

이 기업이 만들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국내외 입시제도와 호환성을 갖춘 정시, 수시 및 글로벌 대학을 연계한 종합 입시를 위한 배치 플랫폼"이다.

낯설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대학에 목숨을 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이것이 내 세대에서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더욱더 심해지고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의 최고의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아이템도 입시에 관련된 아이템이 나온 거 아니겠는가....

모든 건 시대에 맞게 흐른다. it도 인공지능도, 딥러닝도, 머신러닝도, 챗봇도. 하물며 보험사 플랫폼까지...

모두 다 시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해도 진배없겠다.


이 기업의 미팅에서는 기업 대표님이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었고, 여러 번 과제를 도전했으나 매번 서류에서 떨어졌고, 컨설팅을 맡겨봤다가 사기도 당해봤다. 무튼 모든 걸 다 경험해 보신 분이다.

이만하면 할 말 다한 거다. 다 당해볼 거 당해보고 후회할 거 해보고 그리고 나를 만난 케이스. 흔한 일이다.

하지만 또 컨설팅을 의뢰하시겠다고 하신다. 나를 믿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또다시 실망을 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앞서의 컨설팅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사기를 당하고 오시는 기업들이 있기에 그 간절함과 그 씁쓸함. 그러한 감정이 공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의심으로 반신반의하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자. 이 대표님은 지금까지 입시에 대한 교육기업의 생존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

그렇기에 꼭 필요한 부분을 플랫폼화 하려고 하신다.

그러기 위해서 R&D 자금을 받고자 하신다.

받고 싶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시대도 잘 만나야 한다. 특히 플랫폼은 말이다.

이때는 한참 교육 쪽에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던 때였다.

입시제도의 문제점과 이 플랫폼이 국가 간 호환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민감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느꼈다.

당연히 계약을 했다. 대표님도 원하셨고 사회도 원활 거 같았다.


복잡한 대학의 입학전형부터 대학입시제도의 복합성을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것을 토대로 계획서의 서두의 틀을 잡아갔다.

당연히 계획서에는 독창성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유사업종 또는 동일업종에서 기존에 하고 있는 점과 뭐가 다른지 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차별성이 없다면 사업화가 힘들다.

그래서 많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고 기업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많은 조사를 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성능지표가 필요로 한다.

기억으로 이곳의 성능지표는 10개나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정확성이나 서버의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대한 여러 가지 성능평가가 필요하고 공인된 인증기간은 TTA로 설정했다.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가장 많이 시험성적을 받는 곳이 TTA이다.

어떤 측정방법으로 어떤 정의를 가지고 어떻게 몇 회 테스트를 받을지 기업과 논의해서 작성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기업을 진행하면서 입시제도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제도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 하나, 고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사회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아무튼 모든 정리를 다하고 사업비까지 다 구성해서 서류에 접수를 했다.


서면결과: 지원제외

사유는 명확했던 거로 기억한다. 000000의 00000으로 인하여 필요한 플랫폼인 것으로 사료됨.

단, 사업화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부족함. 이런 짧은 피드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능지표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것은 성능지표는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보완하면 된다.


2차 접수결과: 서면평과 - 서면추천대상

서류가 드디어 붙었다. 우리와는 두 번째이지만 다른 곳과 사투를 벌이고 홀로 접수하시고 하다가 어느덧 우리를 만났을 때는 거의 8회 가까이 도전했을 때여서 기업의 대표님도 많이 지쳐있으셨나 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서면추천대상이라는 글자에 흥분을 마다 하지 않으신다.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서류가 붙으면 대면평가를 가야 하는데.

이거를 어떻게 잘 설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서류로는 인정받았으나 발표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최종선정이 된다.

대면평가에서 다행히 대표님께서 많은 설명을 하셨고 우리와 연습한 결과 입시제도에 대한 부분의 심각성과해당 플랫폼이 꼭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도 막힘없이 대답을 다 하셨다.


기다림이 이렇게 초조해 본 지가 언제인가...

그간의 노력과 대표님이 다른 곳에서 상처받으신 것을 보상받으셨으면 했다.

대면평가결과가 나왔다.

대면평가 : 추천대상

최종적으로 통과된 거다. 그것도 아주 높은 점수로 말이다.

이 정도 점수이면 안심해도 된다. 당시 최고 점수를 받으셨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여기서 마무리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기다렸던 최종 선정이고 정부와의 협약일이 잡혔다. 모든 서류는 다 함께 준비해 드렸다. 완벽하다.

이제 정부와 협약을 하러 날짜에 맞춰서 시간 늦지 않고 가시면 되는 거다.

물론 가서도 뭐 하다가 잘못돼서 수정해야 하면 메신저로 묻곤 하셔야 한다.

무튼,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보세요"

"네 대표님! 내일 협약하러 가시는 날이시죠?" ^^

"아.... 그거 말인데요.. 막상 하려고 하니까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려고요"

헐............. 이런 젠장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 귀가 이상한가? 내 뇌가 잘못되었나? 내가 헛소리를 들었나?

"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 그게... 포기하려고요"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될 거 같아요. 바쁘기도 하고 과제를 수행하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할 거 같기도 하고 자신도 없고... 막상 되니까 겁이 나네요"

당연할 수도 있다. 막상 되고 나면 겁이 나는 것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2년 가까이 고생을 하셨고 드디어 원하던 결과를 받으셨는데... 갑자기 왜??? 너무 머리가 아프다.

"아니... 대표님 이거 최종 되고 지금 내일이 협약일인데 담당간사에게 말씀하셨어요? 이거 대표님께서 포기하시면 다른 기업들이 피해 본 거나 마찬가지예요" " 이러실 거였으면 정부에서도 다른 기업에게 기회를 줬겠죠..."

기업 대표님이 나를 설득한다.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우리는 합격을 시켜야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그 합격이라는 것은 정부와 협약이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님은 무슨 생각일까? 우리에게 용역비를 안 줄 생각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포기한 거기 때문에 계약서에 따라서 용역비는 드릴 거예요. 그동안 고생하셨잖아요"라고 말을 하는데도 쉽사리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니 대표님 이해가 안 가요" " 돈을 그렇게 투자하시면서 되신 건데 그토록 원하신 결과인데 안 하다니요"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당연히 저희에게 주시는 용역비는 회사로 주시면 되는 거고 개인적으로 너무 속상하네요" " 돈도 돈이지만 이거를 포기하신다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지금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원래는 우리는 기업이 포기하든지 말든지 결과만 내주면 된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우리 팀이 얼마나 밤을 새워 일을 했는데 기업대표님의 "포기"라는 단어가 너무 늦게 나왔다. 차라리 일찍 말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다.

이건 안될 일이다. 결국 다음날 협약을 하러 가지 않으셨다. 담당간사에게 "포기공문"도 보내지 않으셨다.

다음날부터 엄청 전화를 했다. 안 가신 거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이틀뒤 전화가 오신다.

"상무님 말대로 잘해보려고요" 또 그새 마음이 바뀌신 모양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까지 마지막 방법을 알려드렸다.

"대표님 안 가셨지만 사정이 있어서 못 가신 거에 대해서 소명하시고 담당간사를 찾아가 보세요"

"원래 절대 안 되는 건데 인정에 호소하시고 매일매일 찾아가 보세요. 정성을 보이세요"

"아직 정부협약에 대한 문서확인이 안 될 시기기 때문에 간사한테 사정해서 매달려 보세요"

"방법은 그거밖에 없고 그래도 안되면 그건 대표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어요"

"매일매일 찾아가서 사정하기. 그거밖에 없어요" "다행히 기간이 이틀밖에 안 지나서 이것도 방법인거지 아님 답 없어요"라고 나도 차갑게 이야기했다.

일주일 뒤 전화가 왔다.

"상무님 협약 완료 했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진짜 해내셨네요"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무릎이 닳도록 가서 빌었어요 진짜 주말에도 찾아가고 매일 아침에 출근을 거기로 했어요"

"담당간사가 화도 내고 짜증도 내더니 나중에는 자판기 커피 한잔 먹자고 하더니 주말에 해주더라고요"

"자기도 일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음고생 시켜드려서 죄송해요"라고 말씀하신다.


솔직히 마음고생은 내가 많이 한건 없다. 난 단지 열받았을 뿐이고 답답했을 뿐이다.

제일 화가 났던 건 담당했던 기술이사였다. 정말 열심히 했고 성과를 내주었다.

그런데 기업이 변심했다. 그랬기에 기술이사가 제일 속상했을 것이다.

기술이사들은 성공이 곧 레퍼런스이고 자신의 소득으로 연결이 된다.

기업이 아무리 소득을 발생시켜 준다고 해도 오점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자기 역할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이다. 기업대표님께서도 나름대로 마지막에 노력을 많이 하셨다.


지금은 에피소드로 남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글을 통해서 나는 입시에 대한 내용도 말했지만, 만일 R&D를 생각하고 계시는 대표님들이 있으시다면

최종선정 됐을 때 포기하시는 기업의 대표님들이 있다. 

이해가 안 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업을 10년이나 하고 있는 나는 여러 케이스를 봤다. 이런 케이스를 첨본건 아니다. 그렇기에 당부하고 싶다.


자신 없으시면 아예 하시지 마시라. 다른 기업의 기회를 박탈할 자격은 없다.

내가 선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기업에게 기회가 갔을 것이다. 아주 간절한 누군가에게 말이다.

그렇기에 정말로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이 R&D를 진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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